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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형의 소원은 '어린아이'가 되는 것

근데 진짜 어린아이는 아님 주의

by 조운생각


어릴 적 꿈이 뭐였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난 대답했다.

“글쎄요. 군인, 소방관, 멋진 아빠 … 초등학교 때만 세 번 바뀌었어요.”

그러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 나이 땐 다 그렇지.”


근데 니체 형 말에 따르면,

그 시절이 바로 인생의 완성형이었단다.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41세의 나보다,

열 살도 안 된 그 시절 내가 더 고차원적 존재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철학도 사기야, 사기.



니체의 3단 정신 변신: 낙타 사자 어린아이


니체는 말했다. 인간 정신은 세 단계를 거친다고.


1. 낙타

뭐든 짊어지는 사람이다.

“공부해라.”

“예.”

“취직해라.”

“넵…”

“결혼은?”

“…그럼요…”

이건 삶이 아니라 심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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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자

갑자기 욱해서 “다 엿 먹어라!” 외치는 반항아다.

“나는 나다!”

“이 체제는 썩었어!”

“퇴사합니다!”

물론 퇴사 후 바로 행복해지진 않는다.

마이너스 통장과 함께 조용히 현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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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린아이

어? 얘는 왜 갑자기 등장함?

니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이 존재다.

낙타처럼 참고, 사자처럼 부수는 걸 넘어

그냥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사람.


“야, 땅이 용암이래!”

“오케이, 소파만 밟고 다녀야 해!”

“나는 지금부터 해적왕이야!”


이게 바로 니체가 말한 창조의 상태다.

들으면 유치한데, 하고 나면 짜릿하다.

바로 그거지!




어린아이 같은 어른들


그럼 진짜 어린아이 같은 어른들은 누구였을까?


피카소.

“나는 어릴 땐 라파엘처럼 그릴 수 있었다. 근데 그걸 잊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 말 그냥 멋있으려고 한 소리 아님.

그는 기존의 미술 문법을 박살 내고 큐비즘을 만들었다.

처음엔 다들 말렸다.

“야 그거 눈이 왜 옆구리에 있냐…”

근데 지금은? 미술관들이 목숨 걸고 모시는 그림들.


스티브 잡스도 어린 아이다.

“버튼 없애자.”

“왜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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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폰이 나왔다.

이 얼마나 유치하고 위대한 발상인가.



나도… 혹시?


이쯤 되면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단계에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낙타일 때가 많다.

“아빠, 오늘도 회사 가?”

“어… 응.”

목줄 찬 강아지처럼 출근하고,

말수 적어진 채 퇴근한다.


가끔 사자가 되기도 한다. 어흥!!

모든 게 짜증 나고,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다.

근데 못 간다. 체력도 없고 등산화도 없음.


그런데 정말 가끔,

어린아이처럼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이야기 쓰면 재밌겠는데?”

“이 노래 한번 불러볼까?”

“이 디자인 그려보면 좋겠다.”


그럴 때 조금 설렌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꺼내보는 느낌이 든다.




당신 안의 어린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피식 웃었다면,

어쩌면 당신도 이미 어린아이의 영역에 살짝 들어선 사람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삶이란 원래 좀 웃기고,

진지하게만 살기엔 너무 이상하고,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처음처럼’ 무언가를 해보는 그 기분이니까.


니체는 말했다.

어린아이는 마지막 단계다.


나는 생각한다.

어린아이는 처음이자 끝이다.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다.




가끔은, 진심으로 놀아보자.

“야, 땅이 용암이래! 땅 밟으면 안돼!”

“좋아. 그럼 소파로만 걸어 다니자.”


세상이 진짜 바뀌는 건

바로 그다음 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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