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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다방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구조 바꾸기

by 조운생각

누나는 산등성이에서 곰방 뜯어온 달래와 냉이를 씻으러 냇물에 선다.

봄이 내놓은 푼푼한 진미들로 한 상 차릴 생각에 웃음이 난다.

자고로 요놈의 막 뜯은 초록나물은 물에 냉큼 씨켜줘야 풀도 안 죽고 아삭 지다.


아직 어른도 못 된 것이 야무지기도 하다.

누나는 검정치마를 대충 한 폭 접고 물가에 쭈그려 앉는다.

물살이 천천한 곳에 뿌리째 뽑아온 냉이를 담가 흙을 벗겨 낸다.

물속에 드루왔다 나갔다 누나의 손 주변으로 송사리들이 무언가 하여 모여든다.

제짝서 불던 산들바람도 뭔 볼일 있어 예까지 와 누나의 앞머리를 장난스레 떨구고 간다.

하늘 푸른 거 신경 쓸 새 없이 고개 떨구고 나물 씻는데

냇가 건너편서 촐싹맞은 퐁당 소리가 들린다.

누나는 단단하여 고개 들 생각 일절 안 하니 이번엔 퐁당, 포다당.

맑은 소리가 누나 귀를 한차례 간지르더니 이번엔 냇물이 살랑거리며 손등을 간지른다.

요 녀석. 날 따라왔구나. 내가 쳐다보나 봐라.


풍덩


넘실대는 파동이 이번엔 제법이라 고무신에 물이 들어왔다.

야, 고만해라 소리치자 드디어 간신히 자신의 정체를 들킨 동생이 키득거리며 도망치는 척한다.



“누나, 나 여깄다!”라고 말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자, 관심을 끌고자, 사랑하고자, 사랑받고자, 재밌고자 하여 돌을 던진 것이다. 모든 예술은 그렇게 시작된다. 심심해서 시작한 일이니 지루하면 안 된다. 재밌어야 한다.

점심에 한식 먹었으니 저녁엔 다채롭게 일식을 먹자! 내일 점심엔 중식, 아니다 간만에 이탈리아식으로 가자. 늘 먹는 밥이라고 지루하게 먹을 순 없다. 같은 밀가루로 만든 요리라고 폄훼하면 안 된다. 다양하게 먹는 재미가 있다. 요리는 예술이다. 내가 먹는 것은 곧 나다. 예술을 먹은 나는 예술인이다. (이렇게까지 간다고?)

sticker sticker


당신!

졸지 마!

이 글이 얼마나 재밌는 글인데 벌써 졸아!

아직 멀었어!



근대 이후 현대 미술사는 새로움을 경쟁하는 시기이다. 누가 더 기발한가, 누가 더 새로운가, 누가 가장 힘차게 기존의 틀을 벗어던졌는가 하는 일관된 주제로 초점이 맞춰진다. 기발인지 기괴인지 상관없이 대중의 반응을 얻어내기만 하면 스타가 된다. 재미를 추구하다가 관심을 끌게 되고, 사랑까지 받게 된다.


유튜브를 찍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예술 행위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세상에 슬쩍 들이밀어 사람들에게 정보와 재미와 감동을 주고, 그렇게 나를 각인시키고. 관심을 받고, 더 나아가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제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노래를 가지고

저렇게 각색을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

어?

그렇게 예술적이지도 않은데

그렇게 시간을 들여

어?


그냥 돌멩이 하나 든 동생이라고 하자.

거대한 바람과 태풍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요한 호수에 파동을 일으키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새로운 흐름과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아니 누나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아니 그냥 심심해서

꼬맹이가 짱돌 하나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그냥 귀여워 보인다고 하자.

그게 나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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