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난 순간 귀를 의심한다. 맛이… 틀렸다고?
뭔 짓을 했길래…?
외국에 오래 살면서 외국말을 오래 하다 보니 가끔 한국에 가면 적응 안 되는 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틀리다’이다.
차이가 난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지.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르다는 말을 ‘틀렸다’고 표현한다.
너무나도 틀려버렸다.
언어 속에는 문화가 들어 있다 했으니 우리 문화 속에 뭔가 틀린 게 있으리라.
일본 문학 작품은 맘을 단단히 먹고 접근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나라 작품들이랑은 완전 틀리기(!) 때문이다.
덕후라는 단어가 있는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의 오타쿠에서 유래된 외래어다.
일본은 일반인이 보기엔 이해 안 되는 덕후의 나라다(그래서 그렇게 독도를 지네 땅이라고...).
한번 집중하여 파고들기 시작하면 지구의 핵이라도 뚫을 기세다.
기술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와 소설 같은 예술 분야에서도 독특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의 이목을 자주 집중시킨다.
아주 독특해서 이를 칭찬하는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간략한 내용 정리
‘편의점 인간’은 일본 소설이다.
사회성은 빵(0), 공감능력은 제로에 가까운 주인공 후루쿠라.
어려서부터 가족의 걱정거리로 여겨지던 그녀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주는 삶을 선택하였고
이에 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살기를 18년째 하고 있다.
거기는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일반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행동양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따라 해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이가 서른이 넘자 주변에서는 번듯한 직장 하나 없이, 그럴듯한 남자 한 번 사귄 적도 없는 후루쿠라를 그 누구도 정상으로 보지 않는다.
작심한 그녀는 어디서 남성 루저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자기 집 욕실에서 사육을 하는데(그녀는 그에게 ‘먹이를 준다’고 표현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남자와 동거하고 있다”고 뻥 아닌 뻥을 친다.
아마 그렇게 하면 자기도 일반인 취급을 받을 거라고, 적어도 피상적으로는 그렇지 않냐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남성 루저는 정작 자신은 놀고먹는 주제에
후루쿠라에게 알바 말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직장을 가지라고 소리를 지르는 구제불능이다.
이에 일반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후루쿠라는 어떤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한 편의점에 화장실 볼 일 보러 들어갔다가 돌연 깨닫게 된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편의점 인간이 되었더라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게 내용의 전부인데 이걸 소설로 쓰는 일본, 역시 틀리다.
도대체 그 ‘평범한 사람’이라는 건 누가 정의 내리는 건지 후루쿠라는 알지 못한다.
나도 모르겠다. 누구 아는 사람?
내친김에 평범이 아닌 ‘독특한 사람’이라는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적당한 지도 힌트를 바란다.
어디까지가 평범인지 독특인지 그 범위는 명확히 몰라도
우리가 열심히 사용하는 말이 ‘걘 독특해’, ‘넌 평범해’이다.
후루쿠라는 자신이 뭔가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것이 독특하거나 틀린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무슨 로봇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닌데, 왜 나 보고는 유독 독특하다고 다들 난리를 치는 거지?’
그녀의 가족들도 그녀를 고쳐보려고 늘 애쓰고 있다. 그녀는 틀렸으니까.
우리는 다름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편을 정확하게 좌우로 갈라 선을 그은 다음 서로 으르렁 거리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편에 있는 사람들도 서로 늘 세밀한 검열과정을 거친다.
표현이, 단어 선별이, 저의가, 행동이 슬쩍 달라 보이면
그걸 끄집어내어 족치기 위해
‘여기 틀린 놈이 있다’고 외친다.
뭔가 늘 화가 나 있는 듯.
다른 의견 듣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내 생각과 다르고, 내 조언과 다르게 행동하면 그게 그렇게 죽일 죄가 되는가 보다.
이미 젊은이들 입에서는 틀렸다는 말이 베어 버렸다. ‘난 이미 틀렸어.’ ‘포기하자’. 3포 세대, 5포 세대…
본인의 개성을 '다름'으로 인식한 이들은 고개를 떨군다.
패배주의에 물든 불쌍한 청년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입을 다물어야 하는 똑똑이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고도 수구주의의 벽은 뚫을 수 없어서 루저 한 명 데려다가 사육이나 하면서 ‘나도 평범하니까 당신 편에 끼워주세요’라며 소외를 견딜 수 없어 소속을 택한 이들. 안타깝다.
질문 : 일본은 다른 것인가 틀린 것인가? (논쟁논쟁논쟁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