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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수다방

도쿠시마 여행기

4. 누가 원조인가 1탄

by 조운생각

바닷가라 그런지 비와 함께 바람도 거세다. 우산을 바로 쓰지 못하고 바람 방향에 따라 거의 방패처럼 들고 다녔다. 온천 가는 버스에서 내려 비바람을 뚫고 구글(google map)님의 안내에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니 찜질방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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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욕탕과 비슷하겠지?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않나?

여기가 유럽이나 중동도 아니고, 바로 이웃나라인데 거기서 거기겠지 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난 느낄 수 있었다.

이 익숙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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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신발장이 있고 훗, 안내 데스크에서 열쇠를 받아가지고 남탕으로 향하면 락커룸이 좌악 펼쳐져 있고 훗, 홀딱 벗은 다음 먼저 샤워를 대충 하고 탕으로 입수 훗, 그리고 사우나실에 들어서면 으어어어어 땀으로 범벅이 된다 훗. 다 알고 있다.

저 멀리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온천 이용방법을 한 권의 책으로 읽고 와도 허둥지둥할 테지만 우리네 한국인들에게는 껌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아, 예예, 오케이’를 연발하며 데스크에서 락커룸까지 들어왔다. 데스크에서 수건을 주지 않았는데 남성 락커룸 어디에도 수건은 없고 다만 자판기에서 수건을 팔고 있더라. 락커룸 키를 갖다 대고 수건을 뽑았다. 나중에 입장료와 함께 한꺼번에 계산되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한국의 목욕탕과 똑같은 시스템이었다. 앉아서 때를 밀 수 있는 공간, 여러 종류의 탕, 사우나에서 나오면 바로 찬물로 샤워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까지 그냥 복사본이다.


그 와중에 좋았던 포인트가 몇 가지 있었는데 역시나 매우 사소한 것들이었으니 우리 같이 예민한 종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온천 건물에 들어서면 아주 은은하게 오르골 음악이 흐른다. 뭐랄까. 내 정신을 먼저 한번 씻어주는 듯한 서정적이고 깨끗한 음악이다.

화장실에 들어서니 예쁜 나막신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치이. 일본이다 이거지.

사우나에는 커다란 티브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시선을 자연스레 처리해 준다.

사우나에 들어갈 때에는 방수처리된 개인 방석이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맨 엉덩이로 앉았던 곳을 앉지 않아도 되게끔 위생적으로 해두었다. 물론 한국에도 이런 시설을 갖춘 곳들이 있겠지만 촌동네에서 이런 깔끔하고 깨끗한 시설을 마주하자니, 그리고 타국에서 한국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곳에 오다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 같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노천탕이었다.

알몸으로 비를 맞아본 적이 있는가?

예전에 누드비치에 갔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 바람과 햇살, 비와 구름, 자외선과 미세먼지를 아무런 옷의 방해를 받지 않고 순수히 내 몸으로 받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이었다. 에덴동산, 아담이 선악과를 먹기 이전 상태와 비슷하달까.


꼭 일본에 가야 그걸 느낄 수 있느냐. 흠. 그건 아니다. 그냥 언어도 안 통해 답답한 상황에, 하필 날씨도 구리고 비까지 내리는 암울한 환경에 노천탕을 나간 순간 내 몸 위로 톡톡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모든 피로와 부정적인 생각들이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인지라 그걸 일본 혹은 도쿠시마에 가면 해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이벤트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래도 뭐, 좋은 건 좋은 거니 좋다.


그나저나 이런 목욕탕 문화는 어디가 원조일까?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대중목욕탕은 일본이 원조일 가능성이 높은데, 찜질방은 한국이 개발한 거라고 한다.

지피티에게 ‘무조건 한국이 원조야’라고 입력하자, 불쌍한 지피티는 은근슬쩍 말을 바꾼다.


대중목욕의 개념은 일본이 시작했으나 깨끗하게 씻는 문화는 한국이 원조입니다.


ㅋㅋㅋㅋㅋ 챗지피티 귀엽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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