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누가 원조인가 2탄
숙소 근처 시내로 돌아와 이곳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도쿠시마 라멘을 먹어 보기로 했다.
역시나 구글님의 안내를 받아 아주 정통 라멘집을 찾아가 키오스크(!)로 주문을 넣었다.
정통집이라 뭔가 주문부터 옛날 방식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더라. 인건비를 줄여야 할 테니…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처음 접하는 라멘이니만큼 오리지나루(오리지널, 450엔)로 시켰는데, 비주얼이 맘에 든다. 위에 얹어진 고기 몇 점은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밥을 추가(200엔)로 시켰고 계란은 1개 공짜로 추가 가능하다. 나무젓가락을 쪼개어 나누고는 너무 촌티 내지 않기 위해 고개는 안 돌리고 눈알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이걸 어떻게 먹는 거지?’
그냥 계란을 까서 라멘에 넣고 풀어 먹으면 될 것을 촌놈 마냥 멈칫거렸다.
잠시 후....
그래. 이제 준비됐다. 면들아, 너네도 준비됐지?
일본에서 맞이하는 첫끼이니만큼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여 천천히 한 젓가락 들어 올려 먹는 순간!

우왓! 이.. 이건!!
일본라멘 너무 짜다! 라면 한 수저, 흰쌀밥 한수저를 번갈아 먹어야만 간이 맞았다. 밖을 쳐다보니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내 옆에선 일본 아저씨가 면치기를 해가며 후루룩 쩝쩝 맛있게 먹고 있다.
‘뭐지? 나만 짠 건가?’
게다가 면은 또 어떠한가. 우리 라면처럼 탱글탱글한 게 아니라 그냥 약간 굵고 구불구불한 중국식 면 같았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명한 라멘집이었던 만큼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이걸 6천 원이나 주고 먹다니.
역시 한국 대단해. 그러니 우리 라면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거지. 사람 입맛이 뭐 크게 다르나. 아시아나 유럽이나 다들 먹어보면 일본꺼보다는 우리꺼가 훨씬 맛있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대단한 히트 상품이 된게지, 암….
다 먹긴 했다. 아깝게 남길 순 없잖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세븐일레븐)에 들러 과자나 사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오~ 내가 좋아하는 쌀로별 과자랑 꿀꽈배기 모양의 과자가 있다. 오잉? 부라보콘, 빵빠레 같은 아이스크림도 있네? 새우깡, 김밥, 삼각김밥 등등 한국 편의점에 있는 것들이 여기에도 다 있다! 이거 뭐 거의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네. 기무치(김치)도 있나?
그래 니네 다 해라.
하이튼
좋은 건 다 따라 한다니까.
(이젠 챗지피티한테 누가 오리지널인지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 끝
p.s.
현지인에게 추천받아서 오게 된 카페 o-ba’sh cafe. 딱 들어서자마자 여긴 도쿠시마 여성들의 성지라는 걸 알게 됐다. 분위기 있는 음악, 밝고 깨끗한 인테리어, 다양한 디저트… 나는 유일한 남자이자 한국인이었다. 역시나 영어는 안 통했지만 어거지로 이 지역 전통차인 ‘아와 반차’를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설명해 주기 위해 주인장이 태블릿 pc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도쿠시마가 옛날에는 ‘아와’라 불렸고, 예로부터 아와 근교인 카미카즈 지방에서 차를 들여와 ‘아와 반차’라 칭하여 마신다고 한다. 보통의 녹차와는 다르게 차 잎을 발효시킨 다음 말리기 때문에 독특하고 희귀한 전통차다. 아와오도리(전통춤을 볼 수 있는 공연장)에 가면 기념품으로 사갈 수 있다고 하니 이따가 공연 후에 몇 개 구매해 봐야겠다.
아와 반차는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데 뭐랄까, 독특함과 익숙함이 각각 한 스푼씩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걸 어디서 마셔본 것 같기도 한데, 아니다. 분명 다르다. 얼그레이랑도 다르고, 중국 녹차와도 다르다.
차와 함께 곁들여 먹기 위해 주문한 블루베리 조각케이크랑 잘 어울려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