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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08. 2021

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시기

누가 그 동기를 제공하는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이 마음 때문에 힘들었는데 어느덧 나이를 먹고 보니 이런 마음도 조금씩 제어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직 나의 어린 고객들은 자신의 요동치는 마음을 제어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두 달 전에 고2 학생 하나가 들어왔다. 그 형을 먼저 학원에서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한 참의 세월이 흘러 잊고 있다가 연락처가 뜨는 걸 보고 기억이 낫다. 약속을 잡고 익히 알고 있던 엄마와 같이 온 막내는 무뚝뚝해 보이던 형과 아주 다른 스타일이었다.  

나름 공부에 있어서 계획은 있으나 엄마하고는 그 기준이 달라서 트러블이 생겨 잠시 수학을 손 놓았다가 혼자 해 보려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에게 SOS를 쳤나 보다.

엄마는 드디어 철이 들어 공부하려나? 의심반 기대 반으로 수학학원을 같이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선생 스타일과 공부방법 등을 물어보며 한 3곳 정도 알아본 것 같다.

고맙게도 나와하고 싶다 연락을 해서 함께 공부한 지 두 달 정도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중간고사를 보았다.

지금 수 II를 하는데 중3 때부터 수학을 혼자 낑낑하다가 고1 때 그리고 고2 1학기 때 수학을 거의 손 놓게 되었었나 보다. 처음에 같이 교재를 펴고 수학 문제를 풀다가 내가 고민에 빠졌었는데 그래도 EBS 교재 중 닥터링이라는 교재가 해당 단원과 연결된 중학교와 고1 과정을 물어보고 고 II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설명하는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이 교재로 하면 아이가 부족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넘어갈 수 있다.

가끔 이 교재에서 기초개념만 설명하다가 너무 기초를 몰라 정작 가르처야 할 개념을 가르치지 못해서 진도 나가기가 버거웠던 친구들도 있어서 이번엔 어떨까 고민하다가 정한 교재인데 그래도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다른 문제집과 학교 수업과 교과서를 활용하여 열심히 학생이 따라주어 왔다. 그럭저럭 시험 결과는 나왔는데 시험 전날에는 좀 더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었다.

본인은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는데 고2니 참다 참다 엄마도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상해서 영 시험공부할 힘이 안 난다는 핑계에 나도 한마디 했는데 이 학생에게는 그저 속상함에 아무 말도 안 들리는 것 같았다.

다른 과목 공부도 그렇지만 수학은 진도 나가면서 한번 풀었던 문제들을 반복해서 풀어 보며 약체가 되는 문제들을 모아서 개념 정리를 하는 집요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잘해와서 내심 기대를 좀 했었는데 시험 전날 정리시키며 '이번 시험은 기대만큼은 안 나오겠다'

 싶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학 공부를 안 했던 기간에 비해서 미분이니 적분이니 가르치는 개념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 수업도 제법 잘 참여하고 의욕적으로 학교 수업시간에 풀어준 문제 중 모르는 문제는 가지고 와서 질문도 한다. 고2라 고민하며 받았는데 정말 다행인 케이스다.

수학 공부를 1년 반 정도 학원은 안 다녔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에 뭐라도 알아들으려 노력한 흔적이 남아있어 그래도 수월하게 이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본인이 엄마의 기대에는 안차겠지만 힘든 개념을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개념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 학생을 가르치며 중학교 때부터 선행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했으면서도 고1을 넘어가며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답답한 마음에 끌고 오다시피 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가 생각났다.

내가 격은 바에 의하면 어지간한 공부머리 가진 친구들은 중학교 다닐 때 수학 점수가 좀 나와준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공부 좀 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나도 우리 애들 키우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공부 좀 하는 애들도 고등학교 가면 수학을 힘들어하니 수학 공부는 선행을 좀 해 줘야 한다는 걱정에 불안해 하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느긋해서 잘할 수 있는 내 자식의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닌가?

다들 고1 과정을 벌써 하고 있다는데...

그런 사례는 너무 많다. 선행의 늪에 빠져서 선행을 하지만 고1 과정에 들어가면 중간고사까지는 그래도 점수를 어지간히 받는다. 그러다 기말 점수가 조금 더 안 나온다. 조금씩 실망을 하고 그때 많이들 수학학원을 바꿔본다. 그리고 2학기 중간고사를 보며 나는 수학을 해도 해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뭘 배웠는지 모르는 상태로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다가 수행평가 중간고사 수행평가 기말고사 그런 반복된 루틴 속에서 성적은 점점 안 나오고 고2로 접어들기 전에 어느덧 수포자가 되어버린다.

미리 선행을 안 해서가 아니라 중학교 때 그 과정을 잘해 놓지 않고 그냥 앞으로 달리다가 지나친 개념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고1에 다시 복기시켜 문제를 풀어 대느라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계단을 오르고 숨 고르기 하고 다음 계단을 올라가야 할 텐데 첫 계단을 막 올라간 아이들에게 두세 칸씩 올라가서 빨리 꼭대기로 가라 하는 꼴이니 아이들은 힘을 써서 올라가 보지만 너무 힘에 부치게 되는 결과다.

중학교 때 공부를 해야겠다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재미있어야 성취감을 느끼고 그래야 공부의 지도 생긴다. 성취감이 쌓이면 어느덧 문제를 푸는데 조금씩 높은 산을 넘을 수 있다. 좀 풀이가 귀찮아 보여도 자신이 맛봤던 성취감 (정답을 맞혔다는 그 짜릿함)에 빠지고 싶어서 힘든 과정을 넘을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믿고 기다려 주고 조금씩 끌어주면 아이들은 그 맛에 길이 든다. 물론 거기에 게임이나 핸드폰의 재미있는 세계와 균형감을 유지시키기 힘들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의지와 계획과 성취감을 조금씩 길러간다. 그 힘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하면 되네. 노력을 하면 되는 세상이구나를 배운다면 수학을 포기해 버리겠다는 그런 마음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물론 1등부터 꼴등을 나열해야 하는 지금의 성적처리방법이 있는 한 학생들은 괴로울 것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수학 개념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시간 앉아 있기가 너무 끔찍했어. 게다가 학원 가서 그 짓을 또 했다니... 다 소용없는 시간이었는데 너무 쓸데없는 악몽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기를 청소년들이 보내지 않기를 그저 바라며 아이들과 하루를 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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