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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17. 2021

즐겁게 공부하는 학생

열심히 하는데 힘들어하는 학생

9월 28일 저녁에 비 쫄딱 맞아 빽빽 울던 아기 고양이가 몇 번의 고비를 넘어 이제는 밥도 잘 먹고 놀다 지쳐 건드려도 꿈적 않고 잠에 취해 잔다.

하루가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보다 보면 나에게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이미 집에는 나이 든 개와 고양이 가 있고 약간의 장애가 있는 2살 된 고양이들이 있는데 그 애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팔딱 거리며 뛰어다니는 요 녀석을 보니 얼굴에 미소가 절로 난다

그리고 모든 게 긍정적으로 보인다.

장애가 있는 고양이가 그래도 젊어서 코드가 좀 맞는지 자꾸 쫒았다니며 놀자고 한다.

나이 든 고양이들에게는 몇 번 다가가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냄새만 맡고 놀기를 포기한다.

놀자고 다가가는 모습도 나름 판단 기준이 있는지 고양이마다 다가가서 놀자고 하는 모습이 다르다.

처음엔 아장아장 가서 들이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졸아들었는데 괜한 기우였다. 다 알아서 살 길을 찾는 것 같다.

사람 사는 것이나 동물들 사는 모습이나 닮은 면이 많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학교에 적응을 못 할까 봐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를 보내고 요즘엔 대학까지 걱정 어린 마음으로 보내는 듯하다.

내가 우리 아이 입학시킬 때마다 다 키웠다는 생각보다 '얘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잘할까? 혹시 아이들과 못 어울리면 어쩌나?' 그런 걱정에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해 보면 가슴 졸이느라 자라나는 내 자식 보는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많은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요즘 수업받는 학생 중에 대비되는 두 명의 학생이 있다.

둘이 성별이 달라서 성별에 따른 다름도 있지만 한 학생은 늘 즐겁게 학원을 방문하고 한 학생은 초조한 얼굴로 학원 문을 두드린다.

늘 즐겁게 오는 학생이 초조한 얼굴의 학생보다 학년도 위고 수학 공부도 늦게 나와 시작했고 여러모로 수학 실력으로만 보면 부족한 면이 많다.

양평시내에는 두 고등학교가 있는데 이상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한 고등학교는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곳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다른 한 고등학교는 거기 가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양평지역은 아직 고등학교를 지원해서 합격해야 가는 곳이라 학생들에게 이런 정보는 학교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된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어떤 이유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듣기에는 주변 선배 부모님들 또는 학교 설명회에서 대학 보냈다는 수치로 판단하는 듯하다.

난 둘째를 두 번째 학교를 권했고 둘째는 고민 끝에 그 학교를 선택했고 난 나름대로 그 학교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아이도 다양한 자극 속에서 공부했던 학교생활동이 지금 대학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니 그것 또한 도움이 된다. 사람 사는 동안 겪어가는 일들은 젊었을 때 다양할수록 아이들은 지혜가 쌓여간다.

어제는 비가 주적거리고 오고 나도 잠을 잘 못 자서 기분이 푹 다운되어 있었다.

몇 명의 아이들도 하교 후 피곤한 모습으로 와서 적정선의 수업을 받고 돌아갔다. 그리고 온 고등학생들을 보니 참 힘들었겠다 생각이 드는데 모든 게 즐거운 학생을 보니 나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냥 발랄만 한 게 아니라 숙제도 다 했다.

물론 답을 맞히니 반은 틀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반이나 맞혔다고 자기 너무 잘하는 것 같다며 감탄을 하고 때로는 이건 어려워서 꼭 선생님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고민한 것을 서툴지만 풀이로 써 놓은 것을 보니 많이 틀렸지만 오히려 대견하고 기특하고 잘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쑥쑥 올라온다.

그리고 어찌나 귀엽던지 미소가 마스크 속에서 번져 나온다.

그런데 날씨도 맑고 가을 날씨로 창밖의 경치가 좋은 날 학원 문을 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하교 후 학교생활로 지친 학생들을 즐겁게 맞아 주리라 생각하는데 들어선 한 학생은 표정도 별로 없지만 늘 초조해 보인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피곤해서 좀 잤는데 오늘 아직도 피곤하다 한다.

어젯밤 깜박 잠들고 새벽에 깨서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고 눈이 풀리듯 피곤해 보였다.

이 학생은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어려운 문제라 처음엔 건드려만 와도 좋다고 낸 숙제를 거의 다 풀어 온 데다가 답을 맞히니 어려운 문제 50개 중 3,4개 틀리는 정도로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다.

그 학생은 물론 열심히 시킨다는 고등학교를 갔다.

별 고민 없이 중학교에서 공부 잘하니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라고 권했을 테고 그렇게 고등학교를 간 거라 추측해 본다.

웃기려 한 말에도 살짝 미소만 지을 뿐 그 나이 아이들이 웃는 그런 웃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시험도 지난번보다는 잘 봤는데 두 개가 실수였다. 그 이후 중간고사 여운이 남아 새벽에 잠이 깨면 괴로운 듯 보인다. 수학 문제를 만 점 받을 수 있었는데 부호를 잘 못 봐서 다 잘 풀어서 답을 구해 놓고 엉뚱한 것을 답으로 선택해서 틀린 문제들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그 게 본인에게는 너무나 큰 아쉬움이 었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내 촉으로는 그렇다는 느낌이 온다.

오히려 중간고사 공부할 때는 의욕적이었는데 시험 본 이후로 무척 피곤해하기 때문이다.

공부는 더 잘하는데 이만하면 오늘 공부되었다가 아니라 아이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불안감에 쌓여 있는 듯하다. 잘하고 있는데 잘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지 하는 욕심에서 그러는 것도 있을 텐데 오히려 그러다가 의욕상실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된다.

지나 놓고 보면 한 두 개 틀리는 것 인생에서 문제도 되지 않는데 지금 그 나이 학생에게는 어떨 땐 전부를 잃은 것 같은 불편한 마음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좀 그랬던 시기가 있었기에 더 안타깝고 가엽다.

잘하지만 불안해하면서 잘하는 공부의 길을 가는 건 얼마나 피곤할까 걱정이 되고

이만하면 잘한다 하면서 기분 좋게 공부하는 길을 가는 학생은 옆에서 보는 것조차 즐겁지만 부모는 욕심 없이 공부한다고 걱정을 하니 이만저만 모두 부모에게는 걱정이다.

이왕이면 즐겁게 공부했으면 하는데 그게 말처럼 아이에게는 마음 돌리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아는데 잘 안 되는 아이가 있고 즐겁게 공 부하라 하면 '네에~ 그러니까 쫌만 핸드폰 하다 문제 풀게요.' 하며 뺀질거리는 학생도 있다.

부모님들은 초조하게 자신을 닦달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을 보면 오히려 마음이 놓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부모는 이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 걱정을 하긴 하는데 늘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 공부하는 학생의 어머니는 조 초 해 하며 계획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면 많이 부러워한다.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 처음 학원에 왔을 때 이 친구는 하루에 5시간씩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점수가 안 나오니 나중에는 문제가 읽히지 않을 지경까지 갔다고 엄마가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학원을 알아보다 내게 온 것이다.

많은 문제를 풀면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내 생각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억수로 많이 부어서 가득 차는 것을 보는 느낌의 공부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법이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솔직히 좀 신기하긴 한데 이런 방법으로 공부해서 소위 명문대 갔다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그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공부하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아주 적은 수의 학생들만 먹힐 테고 그다음엔 그 학생들이 대학을 잘 가니 이게 통하는 사회라는 생각을 버리지들 못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인생 길게 살아봐야 알기 때문에 누구든 장담해서 이 방법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차근차근 즐겁게 공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된다.

좀 느리게 가더라도 꾸준히 즐겁게 가자.

수학 문제 푸는 것만 그런 게 아니다. 살아보니 세상사는 게 다 그렇더라.

즐겁게 하다 보면 즐거운 일이 생기고 보는 이도 즐겁고 그렇게 긍정적 에너지를 뿜어내는 건 특별한 재주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늘 즐겁지만 않은 세상 속에서 불편한 것 툭툭 털어 버리고 다시 일어서서 뚜벅뚜벅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나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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