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끝났다. 이제 고3 학생들은 각자 수시나 정시든 학교에 따라 날짜 잘 챙겨서 면접이나 논술이나 원서를 내야 하는 각기 다른 입시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소임이 있으니 ebs에서 수능 문제를 다운로드하여 풀어 봤다. 카운트 다운을 막 시작한 고2 학생을 위해서도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다. 올해부터 바뀐 선택 수학 수능은 어떻게 문제를 내었는지.
수학을 좀 더 쉽게 하자는 취지와 학생들을 어쩔 수 없이 줄 세워야 하는 현실을 잘 절충한 방법으로 찾아낸(?) 수학 과목의 첫 선택형 수능 문제다.
모의고사는 그러한 형태로 몇 번 봤지만 그래도 늘 그렇듯 수능을 한번 봐야 이렇게 나오겠구나 하는 윤곽이 잡히기 때문에 모의고사보다 본시험인 수능의 시험문제는 남다르다.
자 내가 느낀 느낌에 대한 썰을 풀어 보면...
한마디로 슬펐다. 이게 쉬운 수학을 위한 대안인가?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지?
어려운 문제- 소위 킬러 문항이라는 문제들이 있는데 4개에서 5개 정도는 고 난이도로 시간도 공도 많이 들여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그중 두 문제는 케이스를 나누어 꼼꼼히 생각하지 않으면 기껏 풀고 답을 찾아도 답이 없고 게다가 단답형 문제는 더욱이 답을 써도 자신이 없다.
그리고 3점짜리 문제들은 고등학교 때 철들어서 열심히 한 학생들은 거의 맞힐 수 있는 문제들이라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수능 준비를 시켰다. 그리고 4점짜리 중 쉬운 문제도 맞힐 수 있다고 그럼 5등급에서 잘하면 4등급도 노릴 수 있고 열씸히 하면 3등급도 나오니 포기하지 말자고 주문을 외우며 고등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기존 문제들은 대부분 3점이 끝나고 나오는 4점짜리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번 수능 문제는 딱 풀려니 좀 막힌다. 아 쫌 귀찮네... 벌써 막히다니... 음 그럴 수 있어... 끄적끄적 이상하다 내가 그새 녹슬었나? 그전에 있는 3점짜리 한번 풀어 보자. 풀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까지 3점이 시간이 걸리다니... 쫌 어렵네... 내가 뭘 잘 못 알고 풀었나? 답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풀어야 하긴 하는데... 이렇게 풀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겠네...
난 문제를 좀 풀다 말고 갑자기 문제가 풀기 싫어졌다.
공통부분에서 이렇게 막히는 게 생길 줄이야. 좀 있다 4점에 도전했다. 그래 그래... 어쨌든 문제는 풀리지만...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냐.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 적인 생각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중학생 때 생각하는 연습이 아주 훌륭하게 된 학생들은 문제를 잘 풀 수 있겠구나 싶었다. 선행이 오히려 독이 되도록 문제를 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맞긴 맞다. 학생들이 수학의 선행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수능 문제가 깊이 생각을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선행을 덜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목표는 그러하지만 이럴수록 어려서부터 수학을 열심히 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내가 느낀 느낌은 오히려 고등학교 수학을 먼저 가르쳐 놔서 그 개념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문제들이 안 풀리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 때 참으로 꾸준히 깊게 열심히 수학 공부한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때 배운 개념을 덮입혀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 공부하기 싫어서 겨우 겨우 과정을 지나서 고등학교 때 철들어서 공부 좀 해야지 하고 맘먹은 학생들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관문이 되어 버렸으니 내년에 이 난위도가 조절된다는 희망이 없이는 늦게 철들어 내 공부방을 두드린 예비 고3 학생에게 무슨 말로 희망을 주고 공부를 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매년 그러하겠지만 올해는 문제를 내느라 무척 공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을 많이 해서 쉬운 문제도 조금씩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게 보통 쉬운 일인가?
이런 문제들을 보고 학원가가 부모들을 부추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가 어려웠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관점으로 보고자 한다면 선행보다 지금의 학년의 과정에서 고난도 문제를 풀어보고도록 공부시간을 할애하기를 권하고 싶다.
중학교 1학년이면 1학년 것을 잘 이해하고 그 개념을 어려운 문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고민해보는 연습. 하루에 5문 제 만 풀어도 좋으니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 애 잘한다고 중2 것을 먼저 풀리고 고등학교 문제 푼다고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수학 공부는 수능을 위해 달려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수능이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깊이 있게 과정 과정을 공부하는 연습을 원한다. 늦게 철든 학생을 위한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고민하며 문제 푸는 학생들에게는 희망적일 수 있다고 스스로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