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수 Apr 11. 2022

계산이 느려서

계산만 연습하면 될까?


머리에 벌레 알을 붙이고 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성화를 하고 넥 카라를 아작 내더니 천진하게 어르신 고양이 집을 뺏어 낫 잠을 즐기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불편한 걸 제거하고 먹을 걸 찾아 먹고 배부르고 등 따습게 구는 방법을 터득했다. 귀여움은 타고난 재능인가?

말썽도 귀여움으로 승화시키는 고양이의 발달과정을 보면서 매번 사람과 비교하는 우스운 나를 발견한다.


어떤 초등학생 어머니께서 1달 정도 보내시고 나서 아이가 잘하는지 궁금하다고 하면서 통화하자고 하신다.

나도 드릴 말씀도 있고 하니 잘 되었다고 생각해서 바로 통화 약속을 잡았다.

아이는 아직 어리다.

하지만 첫아이로 키우는 어머니에게는 4학년이란 학년이 어린아이처럼 놀릴 수 없는 학년일 것이다.

곧 5학년이 되고 그러다 보면 눈 깜짝 중학생이고 그럼 바로 고등학교 공부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7+9조차도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계산하는데 언제 수학 실력이 늘까 고민되고 불안할 것이다.

엄마의 눈에는 내 아이가 마냥 어리고 불안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니 지금 이상태에서 중학생이 된다면 내 아이만 수업을 앞서 가기는커녕 뒤쫓아 겨우 갈 텐데 엄마는 그 모습을 볼 용기도 안 날 테고 그건 용기가 아니라 직무유기로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 태어나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태어나자마자 아이의 모습은 너무 작고 여려서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혼자 앉고 말하고 걷기까지 드라마틱하게 성장을 한다.

이제 본격적인 교육이 들어가게 되니 숫자와 글자....

어려운 조합으로 이루어진 한 글자 글자를 이어서 문장을 만들어 말하게 되기까지 아이에게 들어간 수많은 자극과 정보를 보면 말을 한다는 것은 그냥 가르침으로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배움의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하나 깨쳐가는 내 아이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면서 기대감이 커진다. 그렇게 부모들은 조금씩 기대감에서 초조함으로 변화한다.

특히나 수학

왜냐하면 많은 어머니들이 수학을 힘들어하고 어려워했던 과목으로 꼽기 때문에 내 아이가 이 과목에서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일 것이다.

뭔가를 놓치면 못 따라갈 것만 같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빨리 도달한 반면 어떤 점은 다른 아이보다 걱정스럽게 느렸던 기억들이 조금씩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아이는 아닌데요? 다 빨리빨리 잘했는데요?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모의 아이들이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심할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 아이는 느려요 그러니까 많이 기다려 줘야 해요.라고 믿는 부모의 아이는 세상 편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른이 된 나도 누군가 나에게 느리지만 넌 참 잘해 그래서 기다릴만해. 열심히 하는 너의 모습이면 족하다.라고 말해준다면 천군만마의 응원군을 데리고 다니는 기분일 것이다.

내가 수학 전공을 하면서 가장 싫은 순간이 음식 다 먹고 나서 " 얘 수학과! 음식값 좀 계산해봐 "라는 말이다.

수학과가 뭐 계산이나 하는 과인 줄 아나?

솔직히 이 반항을 하는 이유는 난 계산을 별로 안 좋아한다. 숫자만 나열된 책을 보면 거부감이 든다.

올림 자리 나 내려서 계산해서 거스름 돈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은 더욱 싫다.

그런 내가 아이들 계산이 느리다고 계산 문제만 지겹게 풀릴 리 만무다.

속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초등학생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천이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요. 얘가 집에 와서 말을 안 하니까요"

"네에 마침 저도 통화하고 싶었어요.

우찬이가 1학기 것을 많이 해서 지금은 2학기 분수 셈 조금 1학기 배운 것 확인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게 오늘 할 것이 끝나면 우찬이에게 도형 놀이시켜요.

처음엔 본인이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도형 맞추기나 도형문제 푸는 것을 놀듯이 하라고 해도 좀 거부했는데 이제는 재미있어하네요. 그리고 일부러 숙제는 조금씩만 내주고 있어요. 틀리지 않고 집중해서 잘 풀면 내가 숙제를 조금씩 내 주지만 틀려오면 연습이 필요하니까 문제를 좀 반복해서 양을 늘려서 풀게 될 거라고 숙제가 조금 나가는 이유를 설명해 줬거든요. 그리고 틀리면 그와 비슷한 문제 좀 더 풀려서 확인합니다."

" 숙제를 조금만 내줘서 지금 아주 좋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제가 집에서 뭐 좀 해줘야 할 것 없나 해서요"

" 그냥 숙제만 다했나 봐 주시기만 하면 돼요.

처음엔 문제 많이 풀릴까 봐 거부했는데 조금씩만 하니까 좀 참고하는 것 같네요.

많이 시키면 애만 힘들고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 없어서 일단 여기 오는 게 즐거워야 제가 설명하는 것도 듣고 할 거라 생각이 들어서 무리 없는 정도만 시키고 잘하면 도형 놀이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어요"

" 네에 선생님께서 잘 알아서 해 주시리라 믿어요.

제가 너무 강제로 좀 많이 시켜서... 얘가 공부하자고 하면 안 해요. 그렇게 수학은 시켜야 나중에 고생 안 할 거 같아서요"

" 본인이 좋아하게 되면... 뭐 공부를 좋아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이 문제가 뭘 물어보는지?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데는 관심이 가야 하는데 지금 질리게 만들면 나중에 공부시키기 더 힘들어질 거예요. 우찬이는 이해도도 빠르고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도 하는 애라 좋아하고 피하지만 않게 만들면 잘해 나갈 테니 걱정 마세요"


우찬이(가명) 어머니와 몇 마디 더 나누고 끊었다.


초등학교 때 수학 공부를 하면서 무엇을 키우면 좋을까?

계산이 느리다. 도형감각이 없다.

모두 문제를 풀 때 느리거나 틀리거나 그런 것으로 이 능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초등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수학을 잘 못해요 라며 데리고 오는 아이의 경우 문제를 읽는 것도 싫어하고 계산도 느리다.

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계산이 느리니 계산 문제를 많이 시킨다.

그러나 계산문제들은 대부분 단순 규칙 적용용 문제들이라 이걸 다 푼다고 한들 글로 쓰여있는 문제나 다른 연산과 섞여 있는 문제를 보면 반복해서 열심히 풀었던 계산 방법을 생각해서 요모조모에 적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집들은 같은 유형이 반복해서 쭉 나오고 또 다른 유형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물론, 계산이 느려서 싫어서 그런 마음을 바꾸려면 좀 쉽게 반복적으로 짧은 시간에 풀 수 있도록 연습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풀어서 맞는 시간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면 아이는 계산에 대해 좀 덜 거부감을 갖게 되고 해 볼만한 것 중에 계산문제를 꼽게 된다.

그러나 도형놀이처럼 다른 조작능력을 함께 놀이처럼 시키면 계산능력의 기능도 올라간다.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이 관련 없어 보이는 일을 판단하고 처리하는데 뜻하지 않게 도움이 되듯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고민하는 그 시간은 아이들 두뇌발달에 계산 기능뿐만 아니라 모든 난관의 해결력을 키우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다양하게 이것저것 가르친 아이들이 수학 공부하는데 수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험해보니 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다양하게 놀면서 경험하는 시간. 그 시간은 갓 태어난 아이가 다양한 자극으로 언어를 배워가는 것과 흡사하게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습득해 가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같이 공감해 주고 해결하도록 살짝 밀어만 주는 정도의 관심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아이가 그저 숫자에 거부감 없이 교과서를 볼 수 있으면 그 정도면 초등학교 과정은 충분하다고 보는데 부모들은 속 편한 소리라 할 것이다.

초등학교 때일수록 발달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골고루 자극시켜주고 그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지적능력의 성장을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불행한 영재 코스프레하는 것을 부모들은 원치 않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노장과 초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