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수 Mar 23. 2022

노장과 초년생

배워가는데 필요한 기능?

부엌에서 일하고 있으면 고양이들이 신이 나 달려온다.

1년 안된 고양이는 물 떨어지는 것 , 달그락 거리는 그릇 소리, 재료 꺼내는 비닐 소리, 가스레인지에 불 붙이는 소리 모든 게 궁금하고 신기하다

손으로 끌어다 냄새를 맡거나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우리 집 할아버지 고양이 보리는 늘 신선한 물을 기대하며 물 떨어지는 소리에 "야옹야옹" 큰 소리로 울어대며 내 주변을 서성이다 혼날 것을 무릅쓰고 싱크대로 올라와 떨어지는 물에 입을 댄다.

주변을 서성여도 나이 든 고양이와 어린 고양이의 목적이 서로 다르다.


우리 아기 고양이가 어느덧 커서 중성화도 끝냈지만 여전히 에너자이저 고양이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그리고 똘똘하기도 하고 발랄하기도 해서인지 한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반면에 할아버지 고양이 보리는 에너자이저 아기 고양이를 상대하기엔 힘에 부치나 보다.

모든 게 호기심인 아기 고양이는 여기도 들어가 보고 저기도 들어가 보다가 할아버지 자리를 뺏기도 하고 건방지게 할아버지 고양이에게 심하게 달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명한 할아버지 고양이는 요령껏 놀아주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면서 철부지 고양이와 지내고 있다.


요즘 초등생들이 공부방 문을 두드린다.

코로나가 정점을 찔러서 여기저기서 확진이라는 문자를 받지만 용케도 안 걸리고 무사히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늘 굴뚝같다.

그런데 항상 나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과하면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또 덜 하는 듯 보이면 부모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중도를 가면서 내 욕심도 잘 조절해야 하는데 늘 이렇게 외줄 타듯 가르치는 일이 쉬운듯해 보이지만 쉽지가 않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오늘은 얘에게 요기까지 하게 하고 싶지만 수학을 싫어하게 될까 봐 내 욕심인가 아닌가에 질문을 하고 타협 분량을 찾게 된다.

반면 중학생은 이 정도 개념은 잘 숙지를 해야 고등학교 과정과 이어지는 개념을 이해할 텐데 요것까지는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지로 조금 더 밀어붙이게 되고 내선에서 가르치는데 막차탄 고등학생은 좀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안 될 때는 속이 상해 수업이 끝나고 나면 뒤끝이 남는다.


자신의 수학 공부 요령이 생기도록 하기가 쉽지가 않다.


어제 온 초등학생 여학생은 귀엽고 얌전했지만 나름대로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어 보인다.

엄마는 별로 시키고 싶어 하지 않아도 아이는 공부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여기저기 보내게 되어서 아이가 본의 아니게 바쁘게 되었다고 한다.

두세 달 전에 문의했었는데 이제야 시간을 만들어 오게 되었다는 아이는 자그마하고 똘똘했다.


첫날이라 아이가 어느 정도 알 고 있나 1단원을 풀려 보려고 다른 아이가 풀던 문제집을 내놓고 한 10문제 정도 풀려봤다.

제법 잘 풀고 글씨도 어찌나 예쁘게 쓰던지.

요즘 초등학교 4학년은 1학기 1단원에서 큰 수에 대해 배운다. 만, 억, 조... 단위까지.

꼼꼼히 문제 푸니 4학년 1학기 문제집을 3권 이상 집에서 달달 풀어서 데리고 온 다른 학생보다 잘 푼다.

설명해 주니 이해도 잘하고.

그런데 10문제가 넘어가니 이내 식상해 버리고 말았는지 힘들어한다.

그래 이번엔 도형 놀이시켜 줄게.

내가 가지고 있는 도형판을 주고 천천히 놀이라 생각하고 맞춰 보라고 했다.

그냥 시간제한 없으니 편한 데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라고...

처음 놀아보는지 한참을 끙끙거리더니 살짝 화가 난 느낌이 들었다. 늘 남아도는 한 조각~

아무리 맞춰서 맞춰지지 않아 보여서  답 그림을 보여주고 이데로 맞춰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음대로 가지고 놀게 한 다음 다시 맞춰 보라 하니 싫은 눈치다.

결국 다시 답을 보고 맞춘 후 보내줬는데...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물론 어른들도 그렇지만 선뜻 손을 대지 않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시도해보는 학생.

익숙한 것 외엔 별로 시도해 보지 않아서 이게 학교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부터 하는 학생이 있다. 이거 잘하면 수학 잘하게 되냐고 따지듯이 하는 학생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을 가르쳐 주려하면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이는 학생도 있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학생들은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냥 호기심을 가지고 무엇을 대하기가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성격적인 이유도 있었고 실패?라는 생각에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좀 나이가 들다 보니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대략 눈치로 아니까 좀 더 도전적인 부분이 생기지만 이제 몸이 안 따라 주니 여전히 새로운 것에는 겁이 난다.


그래도 어지간히 감이 있는 것들은 이럴 것이라는 감각으로 새로운 것을 익숙한 것에서 시작된 개념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개념을 탐지해 나간다.

그래서 교육을 하는 것 아닐까?

창의력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경험으로 나의 단점을 극복하는 연습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교육의 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나이 들면 경험하면서 조금씩 노련해지는 것이 있다.

도형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중3 아이가 지켜보더니 자기 이 문제 다 풀면 이거 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그럼~


좀 있다가 문제를 다 풀었기에 약속대로 도형판을 줬다.

순식간에 맞추고 중3 아이가 " 그냥 막 꼈는데 맞는데요? "

쉽게 맞춘 자신을 칭찬하며 아이가 공부방 문을 나섰다.


그나마 학년이 좀 위라고 눈썰미와 요령이 생긴 것 아닐까?


우리 아이들은 처음 본다고 낯설어하지 말고 그냥 경험해 보면 좋겠다. 그런 경험이 쌓여 나중엔 더 노련한 문제 해결자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느리고 서툴지만 아이보다는 좀 더 세상사는 요령이 생긴 것처럼.

하긴... 그중엔 그렇지 못한 어른들도 많은 부끄러운 세상이라 장담할 말은 아니지만.

작가의 이전글 초등학생에게 수학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