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것은 어렵다
얼마 전 초등학생이 새로 들어왔다.
소수만 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수업하다 보니 많이 받을 수도 없지만 이제 체력도 많이 달려서 하루에 5명 정도만 해도 후 달달 거린다.
게다가 얼마 전 허리 근육에 갑자기 경련이 와서 복대로 조이지 않으면 서 있기가 힘들었다.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려면 소름이 끼치게 통증이 오다 보니 잠도 깊이 못 자고 일어나도 움직이기 힘들어서 공부방 가는 과정이 고통이었다.
침 두 번 맞고 이제는 좀 가라앉았는데 이럴 때마다 허리 강화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며 마음만 잡고 허리가 괜찮아지면 또 마음이 사그라든다.
시험 때 공부 좀 진작할 걸 하다가 시험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 그 마음은 아마 내가 제일 잘 알 거 같다.
요즘 중학생과 고등학생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초등학생을 가르치며 그 아이의 수학 수업의 앞날을 점치게 된다.
물론 내 예언이 꼭 적중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경험치로 아이의 공부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나을 이유라면 이런 점을 꼽을 수 있는 게 아닐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생을 가르치며 계획하는 예상 방향이 몇 번 바뀌었다.
처음엔 제학년 것 잘 이해시키고 계산 잘하도록 시키는 게 제1목 표였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다 보니 읽기가 잘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시간 될 때마다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물론 그 생각은 아직도 여전하다.
아직 초등학생이라면 읽기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길 바라고
그다음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 중 도형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일이다.
이건 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느끼는 점인데 시절이 많이 바뀌어서 요즘엔 더 군다가 전자기기로 많이 놀다 보니 손 조작에 서툴고 그런 이유로 직접 무엇을 만들어 입체적인 것을 경험할 일이 별로 없다.
하물며 예전엔 흙이나 나무토막 같은 자연물이나 구슬치기 한발 뛰기 등 몸으로 또 눈으로 거리나 각도를 무의식적으로 가늠하여 노는 놀이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체험적 놀이들이 실종되다 보니까 일부러 손으로 조작하는 도형감각을 늘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한 두 번의 체험활동으로는 이런 감각이 늘지 않는다.
우리 어렸을 때 매일 그렇게 놀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경험한 시간만큼 모든 감각이 자라나는 데 그러기에는 내가 데리고 하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릴 때는 가베나 은물이니 등을 시키는 경우들이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런 시시한 놀이는 아이들이 하려고 하지도 않고 부모님들도 고학년이 하기엔 너무 낮은 수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바쁘다 보니 그렇게 한가하게 도형놀이를 하기엔 무언가 억울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 증강 능력도 필요하다.
이건 참 힘들지만 타자가 설명하는 것을 듣고 내게 필요한 부분을 잡아 이해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물론 수학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그 확인하는 과정을 문제 푸는 능력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그중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어 이해하고 해결해야 한다.
거기엔 집요함이라는 성질이 발동되어야 하는데 그걸 초등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른들은 다 득도하여야 한다는 말과 같은 요구라고 보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재미있어야 함"이다.
가장 힘들지만 어찌 보면 쉽게 가면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성취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성취감이 쌓이다 보면 어릴수록 재미를 잘 느끼게 되기도 한다. 단 부모님의 지지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려운 것을 해야 꼭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수학이 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는 추상적 개념 때문일 거라는 내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이 힘든 고비가 몇 번 있는데 연산 중에 뺄셈과 나눗셈이고 그다음엔 분수와 소수 개념이다.
더하기는 필요한 수만큼 가져오는 것이 상상이 비교적 쉽고 곱셈은 반복해서 더해오는 것이니 덧셈과 흡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뺄셈은 얼마 큼을 덜어 내는 쉬운 뺄셈을 지나서 앞자리에서 가져와서 빼거나 나누기를 할 때는 자릿수 개념 때문에 어렵다.
더할 때는 꽉 자면 십으로 넘겨주면 되는데 뺄 때는 가지고 와서 조각내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빼는 셈이니 말이다.
중학교 올라가면 음수라는 보이지 않는 부족하다의 개념도 어렵게 느껴지고 x , y, a, b... 이러한 문자의 등장은 더욱더 주눅 들게 한다.
안 보이면 자신 없어지는 시력처럼 추상화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또한 친해지면 조금씩 나의 모르쇠 빗장이 열리며 호기심의 영역까지 확장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려운 건 낯선 것이고 자꾸 접하다 보면 처음엔 추상적이어서 낯설었던 것들이 어느새 친해지게 되기도 하고 신비로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제발 그렇게 공부가 이루어지길 새로 들어온 똘망이 친구에게 기대해 본다.
나도 열심히 너의 호기심에 불을 지펴 줄 수 있기를 노력해 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