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의 문장들

(제5화) 노령견 달구

by 보리수

캑캑거리는 달구의 기침소리에 잠을 잘 못 잤다.

40대까지는 몰랐던 불면증이 50을 넘으니 체험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60을 찍으며 불면증이 올까 봐 잠들기 전 불안함까지 시작되었다.

문득 잠에서 깬 새벽녘의 달콤함만 알던 나였는데...(더 잘 수 있다는 행복감)

'요것 마저 하고 씻고 눕자. 어차피 내일 해야 하는 일이니까' 라며 버티며 남은 집안일을 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아고고...' 곡소리를 내며 누우니 허리가 좀 편안해진다. 몸이 편안해지니 번번이 못 읽고 머리맡에 놓인 책을 오늘도 집었다가 포기하고 일어나 스위치를 끈다. 잠이 올 것만 같은 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리고 이불을 고쳐 덮고 눈을 감는 순간 낮에 힘들다 호소하던 척추와 골반이 편안해진다.

그럼 고마운 줄 알고 잠이 와야 하는데 정신이 맑아진다.

하루 종일 혼탁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며 잠은 오지 않는다.

'그럼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

작은 등을 켜고 읽다만 책을 집어 들었지만 두세 쪽을 읽었을까? 눈이 뿌옇게 되면서 글씨가 잘 안 보인다. 이제 잠이 오려나 보다. 다시 불을 끄고 눈을 감아본다.

그러다 잠이 달아나고 이번엔 핸드폰을 켜서 낮에 못 들은 유튜브를 틀어 놓고 잠을 청해 본다.

이 방법으로 잠을 청하면 통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날 밤을 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잠을 잘 자기도 한다.


그렇게 몇 년을 잠과 갱년기라는 나의 변화와 시달렸는데 요즘은 내 몸이 나의 늙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여기저기 쑤시는 것도 덜해지고 잠도 이 정도면 잘 자는 것 같으니.

그런데 내가 나이 듦처럼 둘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데려온 발발이가 19살에 육박하면서 작년부터 간혹 하던 기침이 심해졌다.

이름은 '달구' 다.

15살까지 또롱 또롱 하던 달구가 언제부터인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살짝 인지력도 떨어지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예민하던 아이였는데 안 들리고 잘 안 보이고 하면서 몸의 감각이 더 예민해져서인지 몸에 손이 닿으면 깜짝 놀란다.

물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봤다.

작은 사고 때문에 겸사겸사 기관지까지 검사받고 X-레이 찍고 치료받은 게 마지막 병원방문이다. 병원 갔다 와서 확 인지력이 떨어진 데다가 그 이후로 몸에 손 닿으면 더 예민하게 굴게 되었다.


여러 반려동물을 보내봤지만 나이 듦에는 약이 없다.

그냥 좀 늦추는 것뿐인데 괴로움만 더 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달구의 생명시계는 나보다 빨리 흐르고 있다.

잠결에 울리는 달구의 잔기침소리는 심해졌다. 잠결에 들으면 안타까워 얕게 들었던 수면마저 홀라당 깨고 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내 주변에서 본 마지막들은 다 힘들었다. 쉬운 마지막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태어남에는 축복과 기쁨을 보내고 가는 길엔 슬퍼하며 위로를 건넨다. 게다가 가는 시간은 길고 힘들어 보인다.

같은 모습으로 가지도 않지만 갈 때마다 그 힘듦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일은 쉽지 않다.

달구의 마지막은 평안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바라는 것으로 편안해지지 않는다.

수의사는 안락사를 권했었지만 언제를 디-데이로 정할 수 있을까? 그걸 어떻게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

난 그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면서 날마다 달구가 편하길 바란다. 그게 오늘일까? 를 생각하며 일 년이 넘었다.

남편은 내가 결정하면 따를 것이다. 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소화력도 떨어지고 어딘가 불편해하는 달구를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하다 보니 영양제를 거의 사료처럼 먹이게 되었다. 병원약은 모두 끊어 버렸다. 밥도 내가 죽을 끓여 먹인다.

약이 병을 부르고 그 병을 치료하려 다른 약을 먹이다 보니 밥도 안 먹고 다른 증세가 또 시작되고.

달구는 약 먹는 초기엔 좋아지는 듯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내 괴로워했었다.

어차피 안 좋아지니 약을 끊어보자 하니 오히려 상태가 점점 좋아졌고 그렇게 작년을 못 넘길 것 같던 달구가 벌써 1년을 버텨냈다. 그런데 요즘 또 좀 힘들어한다. 덩달아 나도 남편도 힘들다.

달구를 보며 또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 어떻게 늙어야 마지막을 조용하게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말썽하나 일으킨 적 없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남편과 나는 잠을 못 자고 홀라당 밤을 새기가 일수가 되다 보니 이걸 어찌해야 하나 난감한 날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그때 되면 후회할 것만 같아서 지금 잠이 좀 부족하고 힘들어도 달구가 마지막까지 자기 자리에서 볼 일 보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며 잘 버텨내자라고 남편과 내게 응원을 보낸다.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달구를 보며 말하지만 가까이서 먹이고 닦이고 하며 느낀 건 달구는 우리의 존재를 알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힘들어서 손을 놓을까 했던 거 미안하기도 하지만 달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거라 생각한다.

네가 불편한 모습을 내가 보기 힘들어서 이기적으로 생각했던 거지 넌 가고 싶지 않을 거 같다.

눈치 100단이었던 달구가 모를 리가 없다.

다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보자고 다시 다짐한다.

그 가는 길이 쉽지 않고 두렵다는 걸 달구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면 못해 줄 게 없다.

나를 조용하게 하는 것, 달구를 통해 매일 연습을 한다. 내가 조용해지면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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