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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08. 2024

60을 앞두고 일기 쓰기

수영 6일째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길 기대하는 마음

언젠간 흙으로 돌아갈 몸.

알면서도 내일을 걱정하고 좀 더 젊어 보이기를 꿈꾼다.

당연히 나이 듦의 아름다움과 현명함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음에 서운하다.

내 부모가 떠났고 시부모님들도 떠났고 나와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반려견 반려묘들이 떠나는 모습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왔다가 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보면서

'나의 하찮은 생명에 너무 연연하는데 의미 두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앉았다 일어났다가 생각보다 힘들어졌지만 밖의 고양이들을 위한 겨울집을 만들어줘야겠기에 작년보다는 어설프지만 비닐로 주변을 둘러쌌다.

추워진다 하니.

그러다 벽에 붙은 커다란 갈색으로 변한 사마귀를 보았다.

아직 배아래가 불룩한 것을 보니 알을 낳지 못한 것 같은데 추워진 기온 탓인지 벽에 붙어 느리게 느리게 움직인다.

알 낳을 데를 찾나 보다 생각만 하고는 생사를 가르는 사마귀를 뒤돌아 잊었다.

그다음 날 고양이 밥을 주는데 바로 옆 벽에 아직도 붙어있다.

하루 사이 이동거리가 몇 센티미터 되지 않았다.

사마귀는 가끔 풀에 붙은 채로 죽어있는 경우도 있어서 혹시 죽었나 싶어 더듬이를 건드려 봤다.

미세하게 힘겹게 움직인다.

아직 살아는 있는데 사마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다.


비슷한 때 태어나도 가는 시간과 방법이 다 다르다.

각자 탄생하는 존재에는 생명시계가 있나 보다.

나에게 남은 생명시계는 얼마만큼일까?


수영복을 이렇게도 입어보고 저렇게도 입어보며 이제 요령이 좀 생겼다.

처음엔 마른 채로 입고 샤워를 해보고

다음엔 어떤 연세 있으신 분이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비누칠한 수영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오늘은 그렇게 따라 해 보았다.

이 방법이 괜찮은 것 같다.

일단은 수영복 입는 수고가 조금씩 줄고 있다.

그리고 수영장에 들어가면 30분만 운동하겠다 결정하며 시계를 보니 한번 왔다 가는데 2분 남짓 걸리는 걸 보면서 어떻게 왔다 갔다 수영하며 30분을 보내지?

꾀가 나고 한숨이 나오지만

어느새 15분 이 가고 숨이 차면 나와서 얕은 풀에서 불편한 오른쪽 고관절 부분을 풀기 위해 다리를 휘 져으며 걸어 다닌다.

숨이 덜 차고 시간 가는 데는 이 방법이 좋다.

그렇게 엉덩이뼈 쪽 근육을 쓰기 위한 운동을 나 나름대로 개발해서 하다 보면 15분이 지난다.

그러면 좀 한산한 레일에서 왕복 한번 하고 나온다.

아 오늘도 운동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스스로에게 잘했다 칭찬한다.

그러면 뭐 하나

내일이 또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 또 꾀부리고 안 오고 싶지만 꾀부리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운동하고 나면 자고 일어나서 허리가 훨씬 덜 삐거덕 거린다.


이제 6번 정도 왔는데 삐그덕 거리는 허리와 오른쪽 고관절 쪽 부분의 근육이 예전과 비교하면 늘어난 고무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가 요즘은 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것이 나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괜히 늘어지던 몸에 에너지가 붙는 느낌이고 밤에 잠도 잘 자게 되었고.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몸이 무겁다.


우리 노견 한 마리가 밤새 또각또각 걸어 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잠이 들었다가도 깨서

'소변 마려운가?'

'속이 안 좋은가?'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자겠나?'

그런 걱정에 일어나 마당에 한번 내놓아주어야 한다.

깊은 잠을 못 자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한 번은 피곤해서 곯아떨어져 잤더니 다음날 곤란한 일이 벌어져서.


아직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다.

말똥 하게 쳐다보는 얼굴을 보면 언제까지 늙지 않을 것만 같던 반려견의 생명시계는 짧아서 벌써 많이 지나버린 느낌이다.

깨서 돌아다니는 노견과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그렇게 시간이 갔다.

너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지만 못지않게 나의 시계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자꾸 까먹는다.

밥은 점점 안 먹지만 노견은 하루를 열심히 산다.

볼일은 절대로 집안에서 안 보려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각이 떨어지니 늘 온몸에 긴장을 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다 잠이 들면 오래도록 마치 안 깨어날 것 같이 잠에 취한다.

그럼 가만히 숨을 쉬나 보게 된다.

노견을 보면서 정도 삐그덕 거리는 몸 가지고 엄살떨지 말자고 다짐한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가꾸어보고 안 되면 말고...

하는데 까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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