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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11. 2024

60을 앞두고 일기 쓰기

아버지방에 있던 괘종시계

댕댕...

수영을 시작하면서 불면증이 없어진 듯.

자야지 하고 누워 책 몇 줄 읽으면 스르르 잠이 온다.

각 잡고 이불 덮고 누우면 잠이 달아났는데 이제는 잠이 바로 오니 허리 통증감소와 함께 덤으로 얻은 효과다.

그렇게 막 잠으로 빠져드는데 시계소리가 크게 울려서 난 갑자기 잠결에 웅얼거린다.

'어  이게 무슨 소리야...'

남편이 옆에서 

'시계소리... 갑자기?'

다시 잠에 빠져들며 왜 이렇게 크게 들렸지? 시계소리 맞아? 했다.


2층 벽에 걸어 놓은지 3년이 좀 안되었다.

아버지 방을 정리하다가 벽에 걸리 괘종시계를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

나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인가 누가 개업 선물로 준 괘종시계를 먼저 있던 괘종시계와 바꿔 놓았다.

먼저 안방자리에 있던 시계는 마루에 놓고 이 시계가 새거라 안방을 차지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마루에 놓였던 시계는 이사와 함께 내 기억에서 사라졌고 이 시계는 두 번의 이사와 나의 분가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아버지와 함께한 시계다.

태엽을 감으면 한 달 정도 가는 것 같다.

아직도 시계가 잘 맞는다.

2층에 올라가 일을 보다가 시계를 봤는데 아래 추가 안 움직인다 싶으면 태엽을 감는다.

오른쪽을 다 감고 나면 왼쪽의 태엽도 감는다... 생각보다 힘이 드는 일이다.

여러 번 내가 하다가 아팠을 때 한번 남편이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시절을 살았지만 본인은 한 번도 태엽을 감은 적은 없다 한다.

부모님 세대의 일이었으니까.


우리 아이들도 처음 시계를 가져와 벽에 걸고 태엽을 감는데

'걔가 가겠어?'

하며 시계역할을 못할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방을 비운 지 몇 달이 지났고 시계는 혼자 째깍거리다가 멈춘 지 꽤 시간이 흐른 채 정리 대상이 된 것이다.

멈춰진 시계.

아버지가 늘 감던 태엽 감는 작은 키를 보면 아버지가 느껴진다.

시계문 닫히는 곳이 망가져 스르르 열리는 것 막으려고 과자상자종이를 끼워 놓으셨다.

벽에 박은 못은 녹이 슬었지만 정말 잘 만들었는지 거진 50년 된 시계는 잘도 간다.

그런 낡은 시계가 건전지 시계만큼 역할을 잘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댕댕 거리는 소리도 드라마 세트장에 있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애들과 다르게 처음엔 벽시계가 울릴 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댕~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러닝입은 아버지가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엄마는 우리들을 깨우고 우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그 장면이 떠오른다.

멍하니 째깍째깍 가는 시계를 바라보다 엄마한테 한 소리 듣고 숙제를 하던 기억도

어둑어둑한 여름밤 12번을 치는 '댕 댕...' 소리에 안방에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시니까 무섭지 않다고 주문을 걸던 시절의 그림이 떠오른다.

'응답하라 1988' 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


처음 1년은 아버지가 떠올라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며 울다가 상상을 하다가 혼자 생쑈를 떨었는데 이제는 우리 집 익숙한 가구가 되었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렇게 크게 들렸을까?

잠결에 귀에다 대고 소리치는 느낌으로 크게 들렸으니까.


잊고 있던 세월에 대한 경각심

2층을 청소하며 시계를 한번 바라본다.

'참 잘 만들었네.

아버지... 잘 계시죠?

엄마가 싫다고 해도 손 꼭 잡고 엄마한테 듣기 좋은 이야기도 좀 하세요.

아버지 맘은 그렇지 않은데 아버지는 입만 열면 점수 까는 소리만 하셨는데

이제는 그러지 마시고 예쁜 말만 하세요.

저도 예쁜 말만 하고 살게요.

시간 좀 아끼라고... 핸드폰 좀 그만보고 ㅎㅎㅎ

그래서 귀에다 대고 종 치신 거죠?'


이 오래된 괘종시계는 내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 일러주는 아버지다.


'아버지 재밌게 열심히 살게요.

제 몸 아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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