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학 공부방을 접으려 하는데

욕심에 열은 판도라 상자

by 보리수

나의 가르치는 인생이 이제 마지막 단계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올해까지만 해야지 하다가 우물쭈물 4월에 접어들었다.

학생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열정은 그대로 이지만 많이 피곤하다.

수영하고 나면 에너지가 차오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혹시나 하고 피검사도 해보고 간검사도 해보고...


그래도 전반적인 체력은 많이 좋아졌지만 1일 1 역할 밖에 이제는 못하는 나이로 접어들었는지 가르치고 집 가서 저녁을 챙겨 먹기 전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을 챙기면서 남편과의 저녁을 간단하게 준비해 먹는 게 점점 버겁다. 예전보다 식구도 줄고 남편의 도움도 받지만 도움받는 보람도 없이 힘이 든다.


원체 깡다구만 있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랬던 내가 지금도 깡다구로 버티는 부분은 좀 더 벌 수 있을 때 벌어보고 싶은 욕구도 있고 여태껏 만난 아이들에게서 얻은 노하우를 그냥 놓기는 아깝다는 욕심도 있고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고 싶은 돈 있는 엄마구실 하고 싶어서도 있다.


그러다가 공부방을 이제 접는다면 바로 놓긴 아쉬워 뭘 하면 좋을까 교육청 구직사이트를 기웃거리는데 기초학력수업 교사를 모집하는 거다.

수학과를 나오기는 했지만 그 당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게 없던 나이라 부전공을 전산학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30여 년 전의 선택이지만 요즘은 교원자격증을 원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특기적성도 교원자격정을 원했다.

처음 수학 특기적성을 권유받을 때는 수학과만 나와도 어서 오세요 했던 대우가 10년 정도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더니 오랜만에 들어가 혹시나 하고 보니까 조건에 자격증이 없으면 지원을 못했다.

그러다가 양평 살짝 외곽 고등학교에서 모집을 하길래 한번 지원해 봤다.

그런데 고등학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지원들을 별로 안 한 거 같다.

그리고 다니기로 하면서 한 3번 정도 수업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이었던가? 한 중학교에서 특기적성수학수업을 해달라기에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 어른들 말이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살짝 혐오스러운 말이 있었다.

난 다들 '선생님. 선생님...' 하며 부모도 애들도 눈치 보며 허리를 굽히면서 왜 그런 말이 돌지 했는데 그때 특기적성 수업하면서 '와 ~ 나는 선생 못하겠다.'라고 결론내고 학원으로 머리를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원은 부모와 합심해서 애들 공부시켜 달라고 데리고 오니까 그래도 아이들이 내가 뭐라 하면 집중하는 흉내라도 낸다. 그리고 이해가 힘들면 개인 공략을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성적이라는 공공의 목표가 있어서 힘든 것들이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기적성은 의욕을 가지고 아이들과 가르칠 준비가 된 선생들과 달리 다 각자 다른 생각으로 학생들이 모인다.


그때의 경험으로 어떤 학생들 일지 다 알고 있었지만 살짝 이제는 내가 좀 여유로워 졌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기는 이제 공부방을 정리하면서 소소하게 학교에서 아이들 잠깐 가르치는 걸 해 볼까?

라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소소할 수 없다는 걸 알긴 했지만 학생수가 예전처럼 10명을 넘지 않는 인원이라 하니 감당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고생의 판도라 뚜껑을 나 스스로 열어젖혔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천방지축이었다.

거들먹거리듯 뒤로 자빠지듯 앉아있는 학생에 나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드는 학생에 자기는 구구단도 모른다는 걸 자신 있게 얘기하는 발랄한 학생들도 있고 공부 못하니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 쭈그리고 있는 학생도 있고 아예 조퇴해서 얼굴도 보기 힘든 학생들도 있다.

더 문제는 핸드폰을 손에서 안 놓는 것이다.

학생들 도의에 맡기고 싶었는데 그게 나의 착각이었는지.


예전에 할 때는 핸드폰의 말썽은 없었는데.


뉴스에서는 인구는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늘었다고 하고 나도 공부방을 접으려는 건 주변에 한 가게 건너 생겨나는 학원들 때문이다.

그 학원 중 일부겠지만 나와 공부하는 학생말에 의하면 8시에 시작해서 12시쯤 끝낸다는 것이다.

주야장천 앉혀 놓고 문제 풀리면서 1:1로 붙으면 '그래 문제들은 엄청 많이 풀리겠네.'

그러면서 난 스스로 묻는다.

나에게 그런 열정이 있는가?

난 열심히 가르칠 열정은 있지만 그렇게 잡아 놓을 의지는 없다.


이 정도로 수학을 가르치기 위한 채찍질들이 가해지고 있는데 여기 나와 모여있는 10명의 학생들은 고 1인데 곱셈공식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어 머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이 차이를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

거기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역류성 식도염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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