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60세다. 오늘도 수영장 찍고

왜 벌써 나오세요?

by 보리수

수영장을 다닌 지 12월, 1월, 2월, 이제 3월이 시작되면서 4개월째로 접어든다.

처음엔 수영복 입는데도 지쳐서 수영장 들어가기도 전에 숨이 찼는데 이제는 몇 바퀴 도는 건 어지간히 버틴다.

그런 나를 폭풍 칭찬한다.

잘하고 있다 JS!

몸도 좀 가벼워졌는데 수영하고 나면 단맛이 많이 생각난다.

이것만 참으면 몸무게도 점점 줄텐데 몸무게는 오른쪽 고관절통증과 동반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욕구만 참는다면 완벽한데 수업하기 전 고픈배를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커피와 단거를 즐기는 잠깐의 쉬는 타임을 갖는다.

그러면서 내일은 참고 수영을 열심히 해야지 라며 이뤄질지 묘연한 결심을 하며 스스로 안심한다.

나이 든 사람이나 어린 학생이나 자제력을 발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들이 개학하면서 수영하고 와서 시간적 여유가 좀 생겨 브런치에 글을 쓴다.

왜 나는 시간 없는 거미줄에 걸려 60세가 되도록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참... 누구에게 이유를 물어야 하나 싶다.

글 써야지 하면 벌써 해가 꼴까닥이고 다음날은 좀 여유가 있으려나 하면 눈이 많이 와 마당일에 우리 노령동물들 짬짬이 챙기다 보면 해가 산 넘어 떨어진다.

그럼 오래된 주택은 한기가 몰려오고 난로 근처에서 꼼짝하기가 싫어지며 거기에 저녁까지 먹고 나면 잠이 쏟아진다.

이제는 내 욕심껏 일하기도 시간관리가 점점 힘들어지는 나이인데 머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수영장 갈 때마다 나를 다잡고 결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생기는데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여러 번 왔다 갔다 천천히 하다가 얕은 풀로 와서 허리와 고관절 풀기 운동으로 마무리하고 나오려 하는데 어떤 나이 있으신 분이 조촘조촘 걸어서 들어오셨다.

그러더니 내게 " 나 물안경 좀 씌워 주시겠어요?"

하신다.

가끔 물안경 쓰다가 모자가 벗겨지기도 하는 상황을 잘 알기에 연세 있으신 분이라 아마 힘드셨나 보다 했다.

그래서 조심조심 씌워 드렸다.

" 나 원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

" 아.. 네에 "

난 속으로 찾아 드려야 하는 걸까?

생각하는데 " 난 무서워 얕은 데서 할 거야."

하신다.

"네에~"

난 건성 대답하고, 나와야 할 시간이라 나와서 샤워하고 옷을 입는데 아까 그분이 올라오시는 거다.

" 수영 고만 하시는 거예요?"

" 무서워서 고만하려고요."

사실 그분은 조금씩 걷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어지럼 증이 있으신 것 같다.

수영장에 가면 울려서 윙윙거리는 소리에 바닥은 물기가 있어 걷기가 불안하셔서 그런가 보다 하며 내가 겪었던 첫 경험의 두려움을 생각하며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옆에서 아마 아까 들어가는 모습을 본 분들인가 보다.

"아니 왜 벌써 나오세요. 그 구박을 받고 들어가셔서."

이런 말 저런 말 오가는 것을 들으며 내가 해석해 보니


수영하는 이곳에는 어딘가 모르게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오래도록 다니신 분들의 끈끈한 연대력도 있고 처음 온 사람들을 경계의 대상으로 본다.

샤워 제대로 하고 들어오지 않을까 봐 와 혹시 이곳에서 형성된 오랜 관행이나 습관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있다.

아쉬운 소리도 하고 곱지 않은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아마 풀에 들어오기 전에 누가 또 참견의 말을 해서 처음 수영장 오는 이 분의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옷을 조촘조촘 입으며 새로 오신 분은

"내가 더러워서 참 못 다니겠네."

조용조용 말씀하시는 분인데 듣다 보니 화가 나신 모양새다.

그러니까 다른 분이 말한다.

" 악착같이 다니셔요. 운동하셔야지. 다니면 좀 괜찮아져요. 그 구박받으며 들어가셨는데 이왕 들어가시면 30분 이상은 하시지요. 다음에 오시면 꼭 그렇게 하세요."

몇몇은 마치 수영장을 자기 소유인양 처음 어리바리하게 구는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솔직히 본인이 못됐다는 생각 못하면서 친절을 베푼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뿜는 사람들이 있다.

필터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은 듣는 사람이 필터를 발휘할 밖에 없다.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단편적인 것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이것저것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친절한 사람들은, 그렇게 나이 든 얼굴은 친절한 얼굴을 가진다는 건 무시 못하는 사실이다.

본인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박박 닦아대는데 열을 올리기보다 마음의 모습을 닦는데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우가 없는 상황이 어디서 먼저 시작되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어렵게 들어와서 첫 도전을 힘들게 했을 가여운 아줌마는 마음에 마상을 입고 수영도 제대로 못하고 집에 가셨을 것이다.

다음에 그분을 또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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