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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Aug 22. 2021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수행하게 되었다.

참자... 화나도... 그래... 그럴만하다.

가끔 도발적으로 내게 대드는 아이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친해졌을 때 그런 행동을 보인다. 처음에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상담을 오면 그렇게 모범생 모습일 수가 없다.

그리고 첫 수업 때는

'봐라 이렇게 수직선에 정수들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도 수들이 있고... 분수모양의 수들은 모두 유리수라고 부르기로 했고...'

'아 네에... 예 이해돼요'

'풀 수 있어요'

'풀어 볼게요'

긍정적인 말들을 풀어놓는 아이들에게 매번 껌벅껌벅 속는다.

번 수업을 진행하면 부모님들은 궁금해하신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의 부모님께는 문자를 드린다.

' 안녕하세요 수하 어머니 저 수학학원 선생님입니다.

  수하가 어떻게 공부하나 궁금하셨죠?

  수하가 이해력도 좋고 숙제도 잘해와서 실수만 하지 않게 잘하면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면 서서히

'선생님 꼭 이렇게 어려운 것 까지 해야 하나요?

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 안 돼요? 졸려요'

 이렇게 말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모르거든요

몰라요

몰라요'

'봐라 내가 설명할게'

'싫어요'

'음... 수하야 선은 넘지 말아라'

'.....'

바로 수 그러 들지는 않지만 내가 마음을 내려놓고 감정선을 올리지 않으면 잠깐의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불끈 반항이 올라오던 아이는 수 그러 든다.


이 상황에서

내가 아이들 입장을 대변해 본다면,

아이들은 학교가 놀이터이면서 전쟁터다. 아직은 자기 시선으로만 세상을 보는데 익숙한데 친구들은 자기와 같은 단어를 다른 상황에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정말 싫을 때 싫다는 단어를 쓰지만 어떤 아이들은 장난으로 싫은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서 서로 다르지만 같은 말에 대한 오해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의 이해 부족으로 다툼이 잦다. 그런 부딪힘 속에서 사회라는 걸 배 가는 듯한데 개구 짖고 긍정적인 아이들에게는 비교적 쉬운 상황이 예민하고 소극적인 아이들에게는  가시밭길로 보인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로 가끔 만나는 아이들은 매번 새 반에 새로운 아이들을 사귀러 가는 느낌인가 보다.

한 때는 그렇게 학교를 가고 싶어 하더니 이제는 격주로 가는 학교도 가기 싫어하니 말이다.

싫어도 아주 극도로...

가면 낯설고 인기 좋은 친구들은 부럽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싫고 그 원망이 주변에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 분출된다. 부모나 형제... 그리고 나 같은 사람

게다가 선생님이 불공평하거나 억울하게 야단이라도 친다면 그날 하루는 얘에겐 거의 암흑의 날로 기록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자기 말만 들어주는 그런 친구를 원하는데 친구가 없다.

그런 또래 친구 만들기 쉽지 않다 아직 10대 아이들은  들어주기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이니..


학생들 경우는 친구들에게 말로 상처 받은 이야기, 작아 보이는 행동들 그런 데서 오는  큰 오해 그로 인한 하소연을 많이 한다.

들어주고 다독여주면 한결 편해진 얼굴로 그나마 공부를 하고 가는데 이걸 안 들어주면 시큰둥 푼 둥 만 둥 틀린 걸 고치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고 내게 예의는 지키려고 알아듣는척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끔 자신의 분에 못 이겨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그날 분량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주체 못 하다 결국엔 그게 눈물로 주르르 흐르기도 한다. 가끔 벌어지는 일에 처음엔 내가 뭘 잘 못했나 당황하다가 이제는 가만히 시간을 준다.

자극 없는 몇 분이 흐르면 평온을 찾으며 스스로 추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회화되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내 학창 시절을 떠 올려보면 과장되게 좋게 포장된 그리운 기억도 있지만 매 학년 올라가서 만나는 친구와 선생님들에게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너 때가 좋은 때라고 전혀 느끼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다녀오느라 애썼다 라고 다독이며 수학 문제 하나를 풀려본다.


그리고 내게 나도 다독이며 칭찬해준다.

하마터면 야단칠 뻔했는데 잘 다독여 줬다 수행이 잘 되고 있네 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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