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나를 붙잡을 때

by Hwan

퇴사를 상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설렘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 전에 지금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불안을 불러온다.


그 불안은 구체적이다. 월급이 끊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학원비는 누가 책임질까? 갚아야 할 대출금은 어떻게 해야 하지? 생계와 책임이 한순간에 무너질 거라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그렇게 퇴사는 꿈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불안은 가능성을 가린다. 지금도 버거운데, 나가면 더 힘들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닐까? 마음속의 작은 용기가 고개를 들 때마다 불안은 지금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게 안전하다고 그 싹을 밟듯 속삭인다.


나는 불안을 미워하지 않았다. 불안은 나약함의 증거가아니라 누군가를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안이 있다는 건 두려움 너머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불안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 후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이메일 대신 밝은 햇살을 마주하고, 보고서 대신 좋아하는 책을 펼치며 상사 대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떠올렸다. 그 순간 작은 설렘이 불안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런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잠시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곧 불안이 다시 찾아왔다. “이런 삶이 정말 가능할까” “지금 자리도 버거운데, 더 큰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불안은 그 모든 상상 앞에 다시 벽을 세웠다. 불안은 결심을 위한 감정이 아니라 결심을 망설이게 만드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불안을 없앨 수는 없었다. 대신 불안을 이해하려고 했다. 퇴사 후 예상되는 상황들, 감당해야 할 비용들, 예상되는 감정적인 파도까지 불안을 적어보았다. 적어 내려가다 보니 불안은 막연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문장으로 적힌 불안은 대응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두려움이 아닌 준비할 수 있는 과제가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불안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불안을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는 신호였다. 그 후로는 천천히 불안을 다루기 시작했다. 작은 실험을 해보았다. 퇴사 후 하고 싶던 일을 주말에 시도해 보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불안을 행동으로 옮기자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불안이 나를 흔들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 불안은 실패의 예고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감정이다. 이 감정을 인정하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퇴사를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불안은 찾아온다. 하지만이제는 그 불안이 나를 옭아매지 않는다. 불안은 내가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증거를 지닌 채 나는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