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만두고 싶다’는 순간

by Hwan

“그만두고 싶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문장이다. 20대의 나는 버텨야 한다는 말에 스스로를 다그쳤고, 30대의 나는 책임과 불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그리고 지금은 버티는 일보다 내려놓는 일의 어려움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퇴사를 생각하는 일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건 일상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정이다. 어떤 날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모니터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쉴 때, 혹은 회의 중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서 불쑥 떠오른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을 닮아간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알람 소리, 끊임없는 업무 지시, 가득한 회의 일정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일은 정말 나를 위한 일일까? 그 질문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마음의 방향은 조금 달라지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한계와 마주한다.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다하고, 목표를 채워도 어느 날 갑자기 허무가 찾아온다. 성과를 내도 감흥이 없고, 실수를 해도 분노가 일지 않는다. 예전에는 무너질까 봐 두려워했던 순간들이이제는 아무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안다. 무언가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퇴사를 고민한다는 건 단지 일을 그만두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이 길 위에서 행복한가? 이 일이 내 시간을 써도 될 만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작아지고 동시에 정직해진다.


퇴사를 쉽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이 결정에는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갚아야 할 대출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현실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심 대신 버팀을 택한다. 하지만 결심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가끔 퇴사를 선택한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 자유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밤을 뒤척이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불안을 삼킨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용기는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껴안은 채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에 만들어진다.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퇴사를 실행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여러 번 회사를 떠났다. 상상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퇴사를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는 여전히 내 시간을 가져가지만, 내 인생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안다.


예전에는 회사가 곧 나였다. 성과가 자존심이었고 인정이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일은 삶의 한 조각일 뿐이며 그 바깥에도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퇴사를 상상하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은 포기가 아니라 신호다. 내 안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고, 다른 삶을 상상할 준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신호를 들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직장, 관계, 체면, 책임 등 늘 무언가를 붙잡고 산다. 하지만 붙잡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손을 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무너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퇴사는 실패가 아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은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다.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변화를받아들일 용기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버티는 것을미덕이라 말한다. 하지만 버팀이 나를 병들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언제나 그만두고 싶다는 아주 솔직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선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들리는지하철 손잡이를 붙잡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길은여전히 나를 살아 있게 하는가? 나는 이 하루를 진심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제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건 무너지는 신호가 아니라 다시 살아보라는 마음의 신호이다. 신호를 들을 수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신호는 오늘도, 내 안에서 조용히 깜빡이고 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