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사람
과거 나를 지배했던 감정과 그 감정을 다뤘던 미숙한 방식들을 적어본다. 처음은 부끄럽고 조금은 수치스럽게 시작하며 중반부엔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마지막엔 나를 보살펴줬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기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작업이다.
나를 괴롭혔던 그 감정들은 조금씩 나의 내적자원이 되고 있다. 나의 불안은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할 줄 아는 장점이 되었고 나의 화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되었다. 힘든 시절 찾아왔던 외로움 덕분에 나는 나를 성찰할 줄 알게 되었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감정적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 비난을 뜻하게 되었지만 감정에 선악은 없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감정이지만 설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감정이다.
우린 폭넓은 감정을 느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뇌는 경험에 감정을 덧입혀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데 대부분의 감정들은 혼자가 아니라 타인의 존재에 의해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자기에 대해 알기 힘들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혼자 골똘히 고민하는 것보다 타인과 교류를 하다가 더 많은 것들을 인지하게 되는데, 서로의 유사성과 다름을 발견하면서 나의 특징이 도드라지고 어떠한 키워드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오랫동안 감정은 나를 비효율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무언가였지만 요즘은 타인과 서로의 깊숙한 자아를 꺼내야만 느낄 수 있는 울림이 좋다. 서로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품어주며 깊은 관계로 나아가듯이 나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나를 인정해야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기에, 감히 모든 감정들을 느끼고 담을 줄 아는 감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 감정(感情)_oil on canvas_72.7x60.6_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