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
사랑의 이면, 동일성을 향한 집착
우리는 타인을 만날 때 본능적으로 내편인지 아닌지 구별을 짓고 나와 유사한 사람을 찾는다. 이는 우리의 뇌가 미래를 보다 잘 예측하여 내가 생존을 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인데 심지어 우리는 우리와 유사한 사람을 만나면 뇌에서 자기와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문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부분을 활성화시킨다. 덕분에 우리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기뻐하면 내 일처럼 기뻐하고 그 사람의 일은 내일처럼 나서서 행동을 하게 된다. 뇌과학적으로 살펴봤을 때 우리가 누군가와 가깝다고 느끼는 건 나와 타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확장시켜 타인을 내편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우리가 동일하지 않은 것보다 동일한 것을 지향하는 건 본능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우리가 동일성에 지나치게 몰입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타인과 나의 동일성에 몰입되어 그를 '내 편',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이상화시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유입되면서 처음에 몰입했던 동일성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보이지 않던 차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우리는 타인에게 내가 지향하는 동일성 안으로 통제하려 들며 이에 응하지 않을 때 '변했다' 또는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며 나의 영역 밖으로 퇴출시킨다.
사실 우리가 관계의 초반에 집중했던 동일성은 그 사람의 속성 중 아주 작은 일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확장시켜 나와의 동일성을 부여한다. 우리가 만약 타인을 나와 동일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건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 동일성에 대한 집착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린 본능을 이기고 나와 동일하지 않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사랑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한 사람의 외모나 조건, 성격의 한 부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역사, 그가 살아온 인생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또는 저자의 서사를 따라가고 한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데 그가 표면적인 악이더라도 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의 모든 면을 바라봐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찾았다면 그 부분에 대해 타인에게 설명을 구하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타인이 그러한 속성을 갖게 된 연유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물음을 받은 상대 또한 그와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면 그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평소부터 나에 대한 질문을 해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을 때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여 뜻하지 않게 화로 표현하거나 질문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기 앞서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처럼 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통해 내가 먼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있고 나 또한 타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동일성을 몰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불리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타인과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면서 동일성이나 차이에 몰입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경험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서로 다른 소우주인 우리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숙한 사랑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