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당신에게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

by Love솔자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정류장에는 집으로의 여정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간만에 쓸데없는 모험심이 발동해서 평소에는 한 번도 타 본적 없는 55번 버스를 탔다.


목적지는 용원이라는 곳으로 같지만 저 멀리 산업단지를 거쳐 가는 노선이란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산업단지 근처 아파트 주민이 절반,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머지 반.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한시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 한 비인기 노선이라 그런지 이 시간에는 나처럼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내 옆자리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듯한 외국인이 앉게 되었다.


평소같으면 음악을 들으며 바깥 구경을 하거나 책을 읽었을 나지만 그날 따라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뒤로 접어두고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하고 답례가 돌아왔다. 약간 어눌한 발음이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보였다. 다만 평소에 나같이 버스에서 말을 거는 한국인이 없을테니 약간의 경계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 가세요?"

"지사산단까지 가요 너는?"

"종점, 용원까지 갑니다"

"......"

"일하시는건 안힘드세요?"

"일하는거 힘들지만 돈 많이 벌어"


미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베트남에서 왔다는 그 사람은 한국에 온지 3년이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말도 문화도 달라서 고생했다는 그 사람. 처음에 갖던 경계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대학생이라는 내 말에 자기도 돈 많이 벌어서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면 노부부와 함께 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못했던 공부도 하겠다고 자신의 꿈을 재잘재잘 얘기하던 그 사람. 지금도 야간학교에서 짬짬이 한글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늘리다 보니 공장에서도 이쁨받는단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말에서 느껴진다니 활짝 웃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같이 지내는 사람이 있냐니까 친구 셋과 같이 지낸다고 했다. 원래는 더 많았는데 하나 둘 취업비자가 만료되어 떠났다고 했다. 집에서 통학한다는 말에 그게 정말 좋은 거라고 공감하던 그 사람의 나이는 31살. 젊다면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그 사람. 혹여나 내가 잘 모르는가 싶어 용원까지는 55번 버스 대신 다른 버스들이 빠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그 사람.


역시 국적과 나이를 떠나서 서로 간에 조금의 배려와 관심을 갖는다면 누구나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지막 그가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한 정겨운 악수와 잘 가라는 인사, 그리고 버스가 정류장에서 떠날 때 그가 내게 흔들던 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국도 아닌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얼굴 없는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 분에게 이 글을 바친다.

작가의 이전글중2병에 대한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