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넘친다는게 죄는 아니잖아요?
사범대생인 필자는 작년에 마산에 있는 한 남중학교로 교육실습을 나갔었다. 난생 처음으로 팔자에도 없을것같던 감색 양복을 맞추고 거울 앞에 서니 왠 아저씨가 서있어서 한참을 낄낄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현장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교탁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임용고시 준비를 하면서 진짜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았던 '중딩'들은 학년별로 스펙트럼이 딱 딱 나누어지는게 무척 신기했다. 우선 중학교 1학년들은 초등학교 7학년들이다. 상급학교에 진학은 했지만 아직 철부지에 미숙한게 많다. 교생실에서 방과 후에 실습일지를 쓰노라면 복도에서 창문 너머로 빼꼼히 쳐다보다 가던, 가끔씩 좀 더 적극적인 녀석들은 바로 귓가에서 뭐하냐고 속삭이던 장난꾸러기 친구들이다. 한편 중학교 3학년들은 나름 이제 학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어떤 선생님이 엄하고 어떤 선생님이랑 장난을 칠 수 있는지와 같은 학교 전반의 이해가 뛰어나다. 그런 그들에게 교생의 존재는 관찰의 대상이다. 어짜피 아무리 관심을 줘 봐야 한달 뒤면 떠날 사람이라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크게 경계하지도, 반대로 크게 가까워지려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을 보면 그들은 시쳇말로 '짐승'에 가깝다. 매우 섬세하고도 감각적이고 유약하면서도 저돌적이다. 누군가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가끔씩은 그저 본능이 이끄는대로 몸부터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중2병이라는 얘기가 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 걸린다는 그것. 어떻게 보면 그들의 심리-정서적 상태를 반영하는 시의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을때도 많다.
SNS 등에서 이런저런 글들을 올리면서 소위 말하는 '중2병 관심종자'와 '감수성 터지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한참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나는 그저 내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것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사람 또 관심 끌려고 이러는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으로 부담되는 것이었다. 남들 앞에서 조목조목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글로 정리해서 푸는 것을 좋아했는데, 공개 범위 설정을 조정하면서 오해를 살 법한 것들을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꼬리가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나는 글쓰기를 논술로서 시작했고, 인간의 감정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강조하는 그것과 지금은 또 다른 형태의 글이기에 수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날 선 감정들이 조금은 희석되고 무뎌졌고, 나 또한 조금씩 그릇을 키워나갓기에 지금은 크게 괘념치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외수씨가 했던 말 중 "모스 부호로는 수백만의 목숨을 구제할 수 있지만 수백만의 영혼을 구제할수는 없다." 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최소한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리고 가장 비참해지는 순간 중 하나는 상대방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라고 한다. 글쟁이에게 그러한 순간은 독자가 더이상 나의 글을 사랑해주지 않을 때이다. 비록 글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자기만족을 위해서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그리고 내 생각과 마음에 공감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 깃들여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는 좀 더 크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꿈의 해석」 으로 유명한 프로이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 " '정상적 인간'이란 사실 평균적인 의미에서 정상일 뿐이다. 그의 자아는 여기저기에서 크게 혹은 작게 정신병자의 자아와 비슷하다." 사실 정신질환자들을 상대로 심리학 연구를 진행했던 그였기에 심리학에서는 다소간 비판을 받지만, 그의 표현 그 자체에 핵심이 있다. 이를 우리에게 대입해 보면, 필자는 그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는 노출증 환자이고, 필자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약간의. 아주 약간의 관음증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굳이 자극적인 단어를 써 가면서 이를 언급한 이유는 그 본질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내면의 생각과 느낌을 바깥으로 표출함으로서 살아갈 의미를 찾고, 독자들은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들을 살짜기 엿보면서 본인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새벽감성 터져서 글을 올리네" 라는 말이 좋다. 오히려 고맙다.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내 글을 읽었거나, 최소한 쳐다는 봤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모든 걸 떠나서, 그 사람이 그 말을, 그런 댓글을 써 주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 대해 생각해준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관심 받고 싶은 중2병의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내 감정과 느낌 한 스푼 듬뿍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