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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학교는 비수기..

그런데 올해는 성수기..

by 정명근


1월의 어느 날..


1월은 초등학교 입장에서는 비수기입니다. 학기말 성적처리도 마무리가 되고, 대부분 방학을 한 시기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눈에 띄는 움직임이 별로 없는 시기죠.


그럼에도 이 시기는 새로운 학년도를 준비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사실입니다. 학년과 학급 배정, 업무 배정, 교육계획 수립 등.. 이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는 학교들도 있을 테고, 한창 조율하며 준비하는 학교들도 있는 시기이죠.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정리되는 느낌 속에서 새로운 시작이 꿈틀된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올해 저에게 1월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시기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석면공사와 바닥교체 공사 등으로 인해서 여름방학이 너무 길었던 탓에 겨울방학이 단 하루도 없거든요.


그래서, 교직생활 17년만에 처음으로 1월 내내 2학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12월 중순 즈음에 학기말 성적처리 하고 마무리 할 때에도 저희 학교는 2학기 한 가운데 있었죠. 참 이상한 기분입니다. 주변의 다른 학교 선생님들은 다 학기 마무리를 이야기 하고 방학을 이야기 하는데, 저는 같은 학교의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중간 평가 고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처음 겪어보는 1월의 학교 생활은 어떨까요?


가장 걱정이 됐던 건 독감이었습니다. 보건선생님에게 수시로 날라오는 독감 예방 및 독감환자 발생에 대한 안내 메시지를 보면서.. 그리고, 저희 학급에도 2명의 학생들이 독감으로 등교 중지가 되고, 어느 날은 반의 1/3의 학생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조퇴 혹은 결석을 하는걸 겪으며 1월에는 애들을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의 생활 리듬이 흐트러짐으로 인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학원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우리에게 12월은 한창 2학기 중간이고 1월 중순이 지나서야 이제 슬슬 학기말로 다가서는 거였는데, 이미 아이들은 12월 초 중순부터 다른 학교의 아이들 처럼 학기말에 붕 뜬 분위기로 생활을 하더군요.


붕 뜬 아이들을 따라 교사 마저 붕 뜨면 안 되겠죠? 그런 아이들을 다잡고,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힘차게 달릴려고 노력은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요? 저도 종종 붕 뜨게 되더군요.


1월의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전부 걱정거리였네요. 마지막 세 번째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보통 12월 말에 방학을 해서 1월말 혹은 2월초 개학을 한 후 5~10일 정도 학교를 나오면 종업식 혹은 졸업식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방학이 없이 1월에도 계속 달리고 2월 초면 아이들을 졸업시키게 되니까요.


1월 초만 해도 저 역시 지난 17년의 교직생활 동안 몸에 각인된 리듬을 따라 지쳐있거나 마음이 떠있는 면이 있었는데, 그렇게 계속 수업을 해나가다 보니 어느 덧 지금의 시간에 몸이 적응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지금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시간이 15일 밖에 안남았구나’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문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온누리10기 기록집을 만들고, 졸업 전 주말에 1박2일 캠프를 준비해야 하고.. 아직 조금 남은 교과 진도도 마무리를 해야 하고.. 우리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 할지도 고민을 해야 하고.. 등등..


겨울방학이라는 여백이 없이 2학기가 길게 이어지니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어서 마무리를 짓기에는 더 좋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평소에는 비수기인 1월이란 시기를 6학년 아이들과 가장 많은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며 1월의 어느날을 또 하루 지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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