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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 That Dec 16. 2017

스타워즈, 넌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돼

클래식을 잃고 있는 어떤 팬의 절규

*이 글은 '라스트 제다이'를 포함한 다량의 스타워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실 것을 권장합니다.


14일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피소드 8, 이하 라스트 제다이)'를 봤다. 당일 시간이 언제 빌지 손꼽아 기다리다가, 시간이 비자마자 아이맥스관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온몸으로 전율을 체감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피소드 7, 이하 깨어난 포스)'가 개봉할 때의 나도 이랬다.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가장 빠른 시간을 예매해 버스 타고 극장으로, 촉각을 다투며 달려갔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루카스필름의 로고, 그 다음 웅장하게 등장하는 STAR WARS. 2005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나였다. 그렇기에 '깨어난 포스'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고 열렬했는데, 실제로 나는 그 날 클래식 멤버들의 등장에 탄성을 자아내는 수많은 관객을 보았다.


"Chewie, we're home."


스타워즈 팬이라면, 이 순간 하나를 위해 만원 정도는 기꺼이 낼 용의가 있었을 테다.


'깨어난 포스'에 이어, '라스트 제다이' 또한 매니아를 충족시켜 주려는 디즈니의 고민이 엿보인 영화였다. 한은 죽었지만, 레아는 여전히 저항군을 지휘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고 루크 또한 마지막에 몸을 던져 제다이의 명예를 지켰다. 영화는 긴박했고 흥미진진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으며 손에 땀을 쥐는 구성 또한 갖췄다. 그럼에도 내가 디즈니를 아쉬워 하는 이유는 뭘까. 한 솔로가 죽어서? "내가 네 아빠다" 같은 엄청난 충격이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않다. 내가 디즈니를 원망하는 건, 그렇게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이번 시퀄 3부작은 기본적으로 클래식 3부작의 오마주다.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희망(에피4)'의 오마주였고, '라스트 제다이'는 '제국의 역습(에피5)'의 오마주였다. 그렇기에, 부제가 정해지지 않은 에피9는 '제다이의 귀환(에피6)'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는 이전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며, 최대한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시퀄 3부작의 방향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래서 이번 3부작은, '새로운 신화'의 창조라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신화'의 리메이크에 가깝다. 루크는 공식적으로 레이에게 마지막 제다이의 지위를 넘기고 장렬히 산화하는데, 노쇠한 제다이가 자신의 명예를 다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모습은 흡사 클래식 3부작의 오비완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시퀄 3부작의 루크는 오비완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디즈니는, 겉보기에 감동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스타워즈의 정체성을 통째로 갖다 버렸다.


'포스의 균형'을 가져왔다던 루크, 한, 레아의 말년은 디즈니 때문에 불행하기 짝이 없다. 루크는 은둔하고, 한 솔로는 아들의 손에 목숨을 잃으며, 레아는 백발이 된 말년까지 군대를 진두지휘하며 온갖 고생을 감내한다. 이 설정이 무리수인 이유는 바로 이전에 있었던 예언 때문인데, 이 예언에 따르면 루크의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선택받은 자로서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유일한 인물로 취급 된다. 루크는 이미 다스베이더로 타락한 아나킨을 끝없이 설득해 마침내 마음을 돌리게 하고, 아나킨은 은하 제국의 황제 다스 시디어스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며 포스의 균형을 맞춘다.


3인방의 활약은 결국 그 예언을 성사 시키기 위한 발버둥이었으며, 아버지 아나킨은 부성애로 예언을 완성해 은하계에 평화를 되찾아 왔다. 이것이 완벽한 스타워즈의 결말이었다. 예언을 실행시키려는 아들 루크, 그리고 그 부름에 응답해 결국 포스의 균형을 되찾아 온 아버지. 예언까지 곁들여진 이 평화는 평생 가야 마땅했던 것이다.


어렸을 적 비디오로 스타워즈를 보며 얼마나 격하게 감동했던가. 어린 나이에, 우주에서도 부자지간의 정으로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감격으로 스타워즈를 인생영화 반열에 올린 나였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갈등하고 있는 걸 알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버지는 다 쓰러져 가는 아들을 위해 악의 제국을 버렸고 제다이 루크는 악의 화신 아버지를 결국 설득했다. 그것은 신화의 완성이었고,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 될 성역이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루크는 젊은 시절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자를 잘못 키워 은둔한 오비완과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배신을 확인한 뒤에야, 아나킨의 사지를 자르고 무장해제 시킨 뒤 뒤돌아 은둔했다. 은하 제국이 막 건설되고 모든 반란군이 궤멸 됐으니 그 좌절감의 무게도 달랐으리라. 반면 루크는, 자신의 손으로 세운 공화국이 재건될 가능성을 충분히 봤음에도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비완과 달리 제자의 배신을 확인하기도 전 지레 겁 먹고 죽이려다가 발각되어 체면을 구긴다. 그리고 제다이는 없어져야 한다며 애먼 레이에게 화풀이 하다가 요다한테 혼나고 좌절한다.


이 사람은 내가 아는 루크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클래식이 차차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악의 끝자락에 가서도 포스의 힘을 믿고 설득을 거듭하던 루크가 왜 늘그막엔 '어둠의 기운'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제자를 죽이려 했는가? 선의 화신, '의로움'의 상징이었던 루크는 그렇게 체면을 잃고 물고기나 잡으며 연명하는 자연인으로 강등 된다. 시퀄 3부작은, 클래식에서 이룬 평화를 모두 깨버린 것도 모자라 평화의 주인공이었던 3인방의 운명도 모두 망쳐버렸다.


'선택받은 자'가 포스의 균형을 가져다 줬는데, 그 유통기한이 고작 30년이다? 솔직히 말해 난 디즈니가 흥행을 위해 추억을 팔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깨어난 포스'에서, 아무리 훌륭한 씬이 나와봤자 결국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르는 장면은 3인방의 등장씬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츄이와 함께 밀레니엄 팔콘에 올라타는 한 솔로, 그의 부인으로 이제는 백발이 되어 저항군을 지휘하는 레아 오르가나, 그리고 마지막에 망토를 벗으며 레이를 바라보는 루크 스카이워커.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소름을 느꼈고 그 뽕에 취해 '깨어난 포스'를 극찬했다. 스핀오프 '로그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열광한 건 영화의 수준이었나? 아니었다. 마지막에 "Hope."를 읊조리는 레아 공주의 모습에 소름을 느꼈고 광분을 일으켰다. 디즈니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자신에 넘쳤지만 결국 클래식의 부분부분을 자신들의 시퀄 3부작에 이식하며 흥행을 노리고 있다. 결국 이는, 클래식 3부작의 명성을 시퀄에 옮기려는 비겁한 술수인 것이다. 흥행을 위해 '효용가치'가 떨어진 클래식의 인물들을 추억팔이로 써먹고, 결국 캐릭터와 운명까지 무너뜨린 채 잔인하게 내다버리는 방식. 자본주의라지만 좀 너무하다. 스타워즈 같은 신화에도 자본주의가 유입 되는 게 팬으로서 한탄스러울 뿐이다.


나는 완벽한 루크와 열정 넘치는 한, 그리고 강인한 레아의 모험을 내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이게 나를 스타워즈로 오게 했고 지금까지도 시리즈를 보게 하는 이유니까. 근데, 시퀄 3부작은 이 모험담의 순수함과 열정을 난도질해 심각하게 훼손 시켰다. 이제 당신들은 어떤 추억을 팔까. 에피소드9에서는 죽었던 자바 더 헛이 살아 돌아올 지도 모른다. 나의 스타워즈는 죽었다. 이제 스타워즈는 더 이상 스카이워커의 일대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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