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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 That Jan 21. 2018

반오십에 운전면허 딴 '러브댓' 씨 단독 인터뷰

러 씨, 감격에 겨워 뜨거운 눈물

마침내 그가 해냈다. 누군가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스물 다섯까지, 운전면허를 차일피일 미루다 가까스로 따낸 러브댓(25) 씨의 이야기다. 본지는 감격에 겨운 그와 21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러 씨의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도 해맑았다. 정장을 빼입고 핸들 돌리는 시늉을 하며 들어서는 러 씨에게 기자는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러브댓 씨가 도로주행 합격 이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이다

- 면허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웃음)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다. 요즘 세상에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손사래를 치며) 면허가 없는 사람은 야만인이다. 길거리의 4분의 3이 차도인 요즘 세상에서 차를 안 몬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자신감에 가득찬 걸 보니 만점이라도 받았나 보다.


(정색) 76점 받았다.


- 제정신인가.


운전면허는 성인의 숙명이자 통과의례와도 같다. 점수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기왕 기사를 적을 거면 '나도 이제 어엿한 운전인' 같은 (러 씨는 운전인에 볼드 처리해 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멋드러지는 제목으로 지어달라.


- (한숨 쉬며)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스물다섯에 면허를 취득한 계기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4년 전에 이미 면허를 취득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출국 일정이 겹쳐 도로주행을 한 번에 합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나는 67점을 받아 쓸쓸히 시험장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출발 전 좌우를 살피지 않아 10점 깎인 게 통한이었다.


- 안타까운 사연이다.


그 이후 딱 한 번 더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이미 감이 죽어 출발도 제대로 못 하고 실격 됐다. 출발을 안 해서 이상했는데 알고 보니 주차 브레이크를 안 내렸더라.

채점관 선생님이, 독살스러운 눈빛으로 "죄송합니다! 실격 드릴 거예욧!"하시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동승자의 시선도 꽤 볼만 했다.


 기자의 요청에 러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그 이후로 4년간 면허를 따지 않은 이유는. 그리고 이제서야 결심이 선 이유는.


지옥 같은 도로와 무수한 클락션을 보고 있자니, 차마 엄두가 나지 않더라. 서울의 대중교통이 워낙 편리하기도 했고. 그렇지만 운전면허는 응당 따야하는 필수요소 아닌가. 인간이라면 말이다.


- 계속 그딴 소리 하면 면허 뺏는다.


(움츠러들며) 작년에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다. 상사님이 "응, 운전 할 줄 알지?"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차마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상사님은 다소 충격을 받으셨는 지, "여태까지 면허도 안 따고 뭐했냐"며 말끝을 흐리셨고, 그 때부터 면허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한, 훗날 멋드러지는 차를 몰고 여자친구에게 "거 드라이브 한 번 하자"하며 허세 부리는 모습도 상상했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더라. 차 안에서 터지는 주크박스와 함께 사랑도 터뜨려야지.


- 여친 있나.


없다.


- 나 지금 욕 나오려고 한다.


상상도 못 하나. 내가 앞으로도 여자친구가 없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 아직 못 딴 이들을 위해, 면허를 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직 못 딴 사람이 있나?


- 뚝배기 깨질래?


면허를 따기 위해선 필기 - 기능 - 도로주행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각각의 커트라인은 필기가 1종 70점, 2종 60점이며, 기능은 80점, 도로주행은 70점이다. 사실 필기시험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아무런 준비 없이 시험장에 들어서서 70점 받고 합격했다.


'천천히'와 '서행한다'가 들어있는 보기만 찍으면 필기는 따놓은 당상이다. 그리고 '좌우를 살핀다', '조심한다' 등, 어쨌든 좋은 말 있으면 그게 정답이니까 그거 찍어라. 그러면 합격이다.


- 그게 사실이라면 시험과정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닌가.


사실이 그렇다. 나 또한 필기시험은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합격점수를 높이던가, 난이도를 높이는 정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운전이 경험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나의 경우도 이론이 없어 도로주행 때 꽤나 고생했다.


-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은 어떻게 합격했나.


혼자서는 합격할 수 없었다. 만기 된 적금을 털어 학원에 다녔고, 의무교육시간 10시간(기능 4 + 도로 6)과 기타 비용을 총합해 65만원 정도가 들었다. 기능시험은 T자 주차가 가장 난관인데, 학원은 공식을 외우게 만들어 4시간 안에 합격 시킨다. 한국다운 주입식 교육이지.


도로주행은 6시간으론 부족할 수도 있다. 나는 다행히 4년 전 감각이 되살아나 겨우 합격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제일 쉬운 코스로 76점을 받았으니, 자칫하면 불합격이었던 셈이다.


면허 합격 당시의 러 씨 카톡 단독입수

- 면허를 딴 소감은.


(눈물을 훔치며) 일단 너무 기쁘다. 호주에서는 면허 완전히 따기까지 2년은 족히 걸린다는데, 나는 2주만에 이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면허 따기가 이렇게 단순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백날 이론 배워봤자 실전이 힘들기 때문에 그냥 부딪혀 보라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호주 살 때는 1년에 한두 번 듣던 클락션을 한국에서는 하루에 한두 번 듣는다. 퇴근시간에 주행연습을 했는데,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파고 드는 칼치기 차와 이따금씩 보이는 자전거. 심지어 몇몇 자전거는 역주행까지 하더라. 어떤 차는 가는 방향을 잘못 알아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을 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클락션은 사정없이 울렸다. 서울에서 운전 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서든 운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그럼 앞으로도 면허 시험체계가 이렇게 쉽게 유지 되어도 상관없다 이건가.


당연히 아니지. 반어법이었는데 그걸 못 알아먹나.

시험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도로사정이 어려운 곳에선 더더욱.


- 면허를 따자 주변인의 반응은.


부모님의 경우엔 큰 숙제 하나 해결했다며 좋아하셨고, 친구들도 축하한다고 했다. 단지 내가 "운전면허가 없는 건 어떤 기분일까", "도로의 마법사" 너스레를 많이 떨어서 이제 닥치라고 한다. 어머니는 내게 미친놈이냐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1월 19일(*러 씨가 운전면허를 딴 날)을 운전의 날로 지정하자고 청와대에 건의할 계획이었으나, 주변인의 만류로 무산 됐다. 주변에선 내 면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섭섭했다.


- 면허를 땄으니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음악과 함께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숙함을 기를 예정이다. 나의 로망 중 하나가 락음악 틀어놓고 신호대기 중 헤드뱅잉 하는 것이었다. 자가용은 시기상조고, 일단 부모님 차가 빌 때나 렌트카 등으로 최대한 감을 유지하려고 한다.


- 끝으로 예비 면허획득자에게 한 마디.


아직도 못 땄나. 어떻게 면허가 없 (좀 닥쳐라) 알겠다. 2주만 고생하면 웬만큼은 된다. 운전면허 따서 운전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론 닌텐도 스위치 게임 사려다가, 면허 따면 사야겠다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줘 운전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 별 필요가 없어 보여도 언젠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따두면 좋은 게 운전면허다. 행운을 빈다.



*러 씨의 의견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계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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