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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 That Feb 14. 2018

해설위원 분들, 이제 애국심은 버리세요

'알못'들을 선동하는 해설위원의 행동 하나하나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이었다. 국민들은 TV 앞에 도란도란 앉아 최민정 선수에게 눈을 맞췄다. 대한민국 최초 쇼트트랙 여자 500m 금메달. 그 위업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쳤다.


올림픽 기간이 아닐 때 쇼트트랙을 챙겨보는 이는 많지 않다. 비단 쇼트트랙만이 아닌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이 그렇다. 룰도 모르고 판세도 모르기에, 브라운관 너머 해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3일 쇼트트랙 경기는, 무더기 실격이 쏟아져 나오는 게 대환장 잔치와도 같았다. 중국 선수는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실격 됐으며,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찰나의 실수로 기록을 받지 못 했다. 해설위원들은 추월시 접촉이라던가 진로방해 등, 다양한 실격사유를 리플레이로 짚어내 국민들에게 전달했고, 그렇게 우리는 해설에 의존해 쇼트트랙을 알아갔다.


아직 레이스가 끝난 게 아니니까,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연합뉴스

최민정 선수의 실격에 분개한 건 모두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해설자는 자신을 국가로부터 분리해야 했다. 한국 땅에서 수십 년간 스케이트를 타며, 희노애락을 함께한 후배의 실격을 어찌 맨정신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해설자가 된 이상 그래야만 했다.


냉정하게 맥을 짚어내던 해설진은 실격 선언과 함께 흔들렸다. "이게 왜 실격인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 해설위원은 억울하다며 울기도 했다. 오심이 만들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순간, 정심은 논란이 되고 논란은 오심이 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해설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않고, 함께 공감하는 순간부터 여론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이 분야 최고권위의, 공중파 3사 해설위원이 아니라는데 맞다고 토를 달 사람은 없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실격 맞는 것 같다며 조심스레 의견을 낸 네티즌은 '쿨병 환자' 겸 '킴 부탱 서포터'가 되어 융단폭격을 맞았다. 그러나 수 시간 이후, 실격을 인정하는 해설위원들의 인터뷰가 나오며 여론은 가라앉았다.


여론이 쉽게 흔들리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4년에 한 번 집중하는 올림픽에선 더욱 그렇다. 나를 비롯한 국민들은 열정이 넘치지만 배경지식은 부족하다. 그래서 해설에 의존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수 밖에 없는데, 그 말인 즉슨 해설이 중립성을 잃는 순간 국민들의 중립성도 그냥 끝나 버린다는 거다. 해설은 냉정해야 하고, 때로는 매정해야 한다. 진짜 오심만 걸러낼 수 있도록, 국민들을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정해진 여론은 가라앉을지언정 쉬이 바뀌지는 않아서, 기자들은 여전히 '충격', '분노'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고 포털사이트는 그런 기사만 메인으로 걸어놓고 있다. 애꿎은 킴 부탱은 각종 모멸 섞인 별명과 함께 금지어로 격하 됐으며 SNS에서 아직도 우렁차게 얻어맞고 있다.


12년 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해설위원으로 나선 모 위원은 프라이의 추가골을 향해 "온사이드가 맞다"고 해설했다가 위원직을 내려놓았다. 이제 애국심으로 해설할 시대는 지났다.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는 해설이 필요할 때다. 화려한 경력의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그럴 능력이 있다. 국민으로서의 자신을 조금만 내려놓고, 우리가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시길. 이제 애꿎은 일로 억울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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