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자이자 암생존자.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면 유방암 생존율은 꽤 높은 편이다.
물론 전이 여부에 따라 생존율도 달라지긴 하지만
나처럼 최초 발견 당시 전이가 없었고 수술로 완전관해가 된 경우 생존율은 대체로 높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하니포터5기에 선정되어 책을 받아보았다.
첫 책이 <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인데
제목이 강렬하게 다가와 신청을 했다.
암을 경험하고 난 후 나에게도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저 큰일을 겪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책의 표지에 "우리는 모두 여러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잃지 않은,
목숨을 포기하지 않은 '생존자'입니다.
'살아남은' 우리는, 이제 '살아가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라고 적혀있는데 참 깊은 공감을 했다.
내 인생에서 '암'이라는 큰일일 겪지 않았더라면 '삶'과 '죽음'이라는
큰 의미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터인데
암을 지나온 지금은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만 보아도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너무 아름답고도 소중하다.
매일매일을 감사하며 살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밥을 하는 순간마저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다 잠이 들기 직전의 고요한 순간엔 가슴이 답답하며 숨이 가빠오기도 하였고,
운전을 하다 터널을 지나갈 때면 무거운 돌이 나를 누르듯 몸이 경직되기도 하였다.
12월 정기검진이 다가오니 그 생각만 하면 손에 땀이 흥건하고 걱정으로 지끈지끈 머리도 아프다.
이런 증상들이 다 트라우마가 아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서 트라우마는 '원인'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나의 증상들에는 그 말이 맞겠다.
그러려니 하지 말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고 다독여 줬어야 했다.
가족들 힘들까 봐 애써 웃고 실없는 농담으로 넘어가지 말고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했다.
책을 읽으며 나의 트라우마와 마주 할 수 있었고
어떻게 알아차리는지 어떻게 위로하는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알게 되었다.
두고두고 읽을만한 인생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파도를 멈출 순 없지만
잘 넘는 방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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