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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월 화 수 목 금 토
일하면서 틈틈이 집안 청소에 빨래에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학교는 격주로 등교하고
그에 따라 아침은 더 분주해졌다.
집에 있는 녀석들 밥까지 준비해 놓고 와야 하니까.
일요일이면 물먹은 솜 같은 몸뚱이가 되어
하루 종일 드러누워 자고 싶지만
밀린 집 청소도 해야 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에 어디라도 나가본다.
요즘 큰 아들 녀석은 중1이 되어
목소리도 제법 걸걸해지고 샤워하고 나오면
후다닥 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예전에는 맨몸뚱이로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더니.
하루 종일 뭐하는지 방콕 하여
끼니때만 슬쩍 얼굴을 비추고는
성주신처럼 쓱~쓱~ 몰래몰래 지나다닌다.
막둥이 빼고 중3 딸과 중1 아들 녀석에게
용돈은 카카오카드로 지급해 주는데
수시로 내역을 체크할 수 있어 참 좋다.
(나만 좋겠지 ㅋ)
딸아이는 맨날 화장품에 자잘한
옷가지들을 구매하고
아들 녀석은 무보까국밥, 이마트에브리데이,
7일레븐, 신전떡볶이, 이웃집소녀떡볶이 등
먹고 또 먹고다.
혼자 국밥집에서 보쌈 1인분 세트를
시켜먹는 클라쓰~
아! 코로나가 우리 아이들을 망쳐놨어!
맨날 유튜브로 먹방 보고 또 보고
새벽에 뽀시락 거려서 나가보면
불닭 X치즈... 씩 웃는다.
혼밥을 너무 오랫동안 즐겨 싫증이 났는지
며칠 전부터 녀석은
뭔가 요리를 해주겠노라 말했다.
남매 중 중간, 그러나 아들로는 장남이라
어렸을 때부터 유독 엄하게 교육하고
칭찬에 인색했던 못난 엄마에게
무슨 사랑이 넘쳐서 요리를 해주겠다니
맘 속으로 기특하기도 하고
사고 칠 것 같아 나중에 나중에 하며 미뤘다.
오랜만에 일찍 일을 마치고 남편과 장을 보던 중
"그래도 녀석이 해 준다 하는데 한번 맡겨보고
못해도 억지로 먹고 좀 칭찬해주자." 한다.
전화로 재료를 묻고 장을 봐 갈 테니
진수성찬을 차릴 준비를 하거라! 했더니
신난 녀석의 표정이 수화기 너머 그려진다.
메뉴는 오븐치즈스파게티.
베이컨, 옥수수통조림, 시판용 소스,
양파를 넣고 달달 볶고
면은 휴대폰 타이머를 맞추고는 뚫어질 듯 냄비를 쳐다보며 집중하여 끓여낸다.
마지막 오븐 사용은 누나에게 온갖 애교를 부려가며 도움을 청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 맛있다.
퇴근 후 배도 고픈데 한 시간 넘게 기다렸으니
시장이 반찬이다.
남편과 내가 한 그릇 뚝딱 비우자 녀석은
부끄러운지 "먹을 만하네요." 하며 씩 웃는다.
형아를 라이벌쯤으로 여기는 막둥이도
“형아 맛있다." 하며 잘 먹으니 어깨가 쓱 올라간다.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집에 오면 칼은
무서우니 감자칼로 사과껍질을 깎아 대접했고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받아와도 자기 입에 맛있는 거 들어가는 것보다
엄마인 내가 맛있게 먹어주면 더 좋아하던
그런 따뜻한 녀석이었다.
바쁘다고 힘들다고 대충 해 먹고 시켜먹고 사 먹고 하던 못난 엄마에게
녀석의 따뜻한 한 끼는 열 달을 품으며
잘 키우겠노라 다짐했던 나를 상기시켜 주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도 기쁘게 생각하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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