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항암 후 14일 정도는 시체처럼 지내고
그 후는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돌아온다.
3주 간격으로 항암을 하기 때문에
남은 일주일 동안 빨리 이것저것 먹어둬야
다음 항암을 잘 이겨낼 수 있다.
첫 번째 항암이 끝나고 삭발을 한 후
곧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며 홀랑 빠져버렸다.
이 정도로 다 빠질 줄 몰랐다.
나의 민머리는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
머리카락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빠졌다.
심지어 코털도...
막둥이 녀석은 그런 나를 위로한답시고
"엄마! 꼭 신생아 같아. 귀여워."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 녀석아 신생아도 배냇머리는 있어 이 정도는 아니야."하고 심통을 부리면 나를 더 꼭 안아주었다.
나보다 낫다. 우리 아들 녀석이.
남편과 첫째 딸, 둘째 아들은 묵묵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막둥이 아들은 엄마의 맘을 늘 케어해주고
난 참 복도 많지.
아파도 쓸쓸하지 않고 따뜻했다.
가발을 하나 둘 주문하고 모자도 여러 개 샀다.
막둥이와 남편은 웃겨주려고
앞다투어 서로 써보겠다 하며 포즈를 취했다.
그래 이 또한이또한 지나간다.
웃자! 달리 방법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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