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uddenly 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단장 Jun 03. 2022

고마해라

마이 아프다 아이가...

7월 18일 이후


밤에 한 숨도 못 잤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방바닥을 뒹굴어도 보고

아플 때마다 바닥을 손으로 쾅쾅 쳐가며 욕도 해보고

아기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 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보고.


머리카락은 누가 한 올 한 올 잡고

한꺼번에 확 잡아당기는 것처럼

너무 아프고 욱신거렸다.

얼굴 피부는 다 뒤집어져서 온통 울긋불긋하고

좁쌀 같은 알갱이들이 수포처럼 터져 나왔다.


하루 종일 극강의 뱃멀미를 하고

장은 놀랐는지 멈춰있어

뭘 먹을 수가 없었다.


입맛은 이상하게 변해서 김치를 먹으면

너무 써서 뱉어내야 했고

간을 몰라서 소금을 아무리 쳐도 싱거웠다.

그래도 배는 고파서 침대 옆에 물과 뉴케어(환자용 균형영양식)를

쟁여두고 수시로 마셨다.


이 모든 일들이 파도처럼 나를 뒤덮었다.

난 곧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고

우리 집이 1층이 아니었다면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화장실 딸린 안방에서 거의 열흘을 혼자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첫 번째 항암치료가 끝나고 보름 후

머리를 밀었다.

단골 미용실 사장님은 나도 울지 않는데

자기가 훌쩍 거리며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었다.


내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슬픔보다

너무 아팠던 두피가 시원해지는 그 느낌이 더 좋아서

나는 울지도 않고 막둥이 아들 녀석과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항암치료 #유방암 #암투병 #가족 #사랑 #위로 #아픔 #고통 #수술 #삭발 #cancer


매거진의 이전글 난 아직 모르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