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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그녀는 말벗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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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
Oct 8. 2019
아래로
오키나와
출장 귀국길에
하늘색 돌고래 인형을 하나 사 왔다.
내가 말을 하면 그대로 따라 하는
앵무새 같은
인형이다.
“안녕 사랑해”
“안녕 사랑해”
“헐!”
“헐!”
“핏땀
눙물~내 마지막 수~믈~”
“핏땀눙믈~내
마지막
수
~믈~”
내
가 오버해서 부르는 노래까지 똑같이 따라 하는
이
깜
찍한 인형
덕분에 할머니와 한참을 깔깔거렸다.
"아효 시끄러워... 이제 꺼놓자!"
난 돌고래 엉덩이의 오프 스위치를 누르며
이렇게 음성 녹음 칩이 내장된 인형들은
혼잣말이 많은 유아기
때
선
물
용
으로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 만나는
외가 친척 모임의 어린 조카
들
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갑자기
우리 집에
손
님이 왔나 보다.
할머니랑 어떤 아주머니가 대화하는 소리에
자다 깨
핸드폰을 켰더니
"오 마이 갓...
"
오전 여섯 시 반이다.
'뭐야.. 이 시간에.
텔레비전
트셨나?'
속옷 바람에 목 만 쭉 빼어
두
리번거리는데
할머니가
주방에서
밥을 안쳐놓고 식탁
에
앉아
돌고래 인형
과
두런두런
얘
기
를
한
다.
“ 허허허 ”
“ 허허허 "
" 이름이 뭐요?"
" 이름이 뭐요?"
" 어디서 오셨소?"
" 어기서 오셨소?"
“ 김치국물에 밥 한 숟 갈 하시겠소? ”
“ 김치국물에 밥 한 숟 갈 하시겠소? ”
“ 아침 약 먹으려면 먹기 싫어도 한 숟갈 뜨시오”
“ 아침 약 먹으려면 먹기 싫어도 한 숟갈 뜨시오”
" 아이고오~삭신이야."
" 아이고오
~삭
신이야."
“
지
금 열무가 제철이라 담가야 허는데 ”
“
지금 열무가 제철이라 담가야 허는데 ”
"
내 다리가 성하믄 진즉에 했지.."
" 내 다리가 성하믄 진즉에 했지.."
"껄껄껄.."
"껄껄껄.."
그렇게
우리 집 돌고래 인형은
할머니와 같은 연배가 되었다.
아담한 체구, 오키나와 출신, 하늘색 옷, 올백 머리, 도널드 덕의 음색과 주책맞은 리액션을 가진
돌고래 할머니는
어린
조카에게 갈 장난감
따
위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1일,
넌 할머니의 동무다.
「말동무가 생긴 할머니는 아키에게 이제 너랑 놀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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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항해하는 중입니다. 잔잔하게 반짝였던 순간의 이야기들을 한 자씩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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