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로 Oct 08. 2019

 동무

그녀는 말벗이 필요해!

 오키나와 출장 귀국길

하늘색 돌고래 인형을 하나 사 왔다.
내가 말을 하면 그대로 따라 하는 앵무새 같은 인형이다.

“안녕 사랑해

“안녕 사랑해


“헐!

“헐!


“핏땀눙물~ 지막 수~믈~

“핏땀눙믈~내 마지막 ~~

 오버해서 부르는 노래까지 똑같이 따라 하는 

찍한 인형 덕분에 할머니와 한참을 깔깔거렸다. 


"아효 시끄러워... 제 꺼놓자!"

돌고래 엉덩이의 오프 스위치를 누르며  

렇게 음성 녹음 칩이 내장된 인형들은

혼잣말이 많은 유아기  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 만나는

외가 친척 모임의 어린 조카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갑자기 우리 집에 님이 왔나 보다.

할머니랑 어떤 아주머니대화하는 소리에

자다 깨  핸드폰을 켰더니 

"오 마이 갓... "

오전 여섯 시 반이다.

'뭐야.. 이 시간에. 텔레비전 셨나?'

속옷 바람에  만 쭉 빼어 리번거리는데

할머니가 주방에서  밥을 안쳐놓고 식탁 앉아 

돌고래 인형 두런두런  다.
  
“ 허허허 ”

“ 허허허 "


" 이름이 뭐요?"

" 이름이 뭐요?"


" 어디서 오셨소?"

" 어기서 오셨소?"


“ 김치국물에 밥 한 숟 갈 시겠소? ”
“ 김치국물에 밥 한 숟 시겠소? ”


“ 아침 약 먹으려면 먹기 싫어도 한 숟갈 뜨시오
“ 아침 약 먹으려면 먹기 싫어도 한 숟갈 뜨시오


" 아이고오~삭신이야."

" 아이고~삭신이야."


 열무가 제철이라 담가야 허는데 ”
 지금 열무가 제철이라 담가야 허는데 ”


" 내 다리가 성하믄 진즉에 .."

" 내 다리가 성하믄 진즉에 .."


"껄껄껄.."

"껄껄껄.."


 그렇게 우리 집 돌고래 인형은 

할머니와 같은 연배가 되었다.


아담한 체구, 오키나와 출신, 하늘색  옷, 올백 머리, 도널드 덕의 음색과 주책맞은 리액션을 가진

돌고래 할머니는

어린 조카에게 갈 장난감 위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1일, 

할머니의 동무다.



「말동무가 생긴 할머니는 아키에게 이제 너랑 놀지 않겠다고 했다.」


작가의 이전글 삑삑이 중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