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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Oct 06. 2019

삑삑이 중독

전두연합야를 자극하는 착한 중독

“ 여기, 삑삑이~~~”

삑삑이 한 마디에 할머니가 아이처럼 박수를 치고  

삑삑이 한 마디에 우리 집 강아지 아키가 온 거실을

뛰어다닌다.

할머니와 아키가 이해하는 '삑삑이'전혀 다르다.

할머니는 택배 완충재로 쓰이는 뽁뽁이를

삑삑이라고 부른다. 뽁뽁이라는 발음보다

삑삑이라는 발음이 편했을 터.

할머니는 한 알 한 알 터뜨리는 재미에

일일연속극도 놓치고, 게임에 푹 빠진 아이처럼  

매번 두세 번 불러야 대답을 한다.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을 수 없는 90대의 슬라임쯤 되려나.
암튼 우주의 기운까지 다 끌어 모아 집중하는 이 이를..

매우 좋아해서 다행이다.


가락 운동은 노인의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손 끝을 쓰면 뇌의 전두 연합야(사고, 추리, 감정, 기억, 계산을 담당)를 

자극 이게 망가지면 알츠하이머가 온다.


 독일의 치매 전문가가 쓴 손가락 운동법 책에는

끈, 고무줄, 성냥갑, 손수건, 종이컵,병뚜껑, 펜 등의

많은 손 운동 도구가 나온다. 

만약 그가 우리나라 와서  어마어마

택배 상자 속 뽁뽁이들을 보았다면...

정말 이 또한 최고의 도구라 칭송했을 것 같다. 

재미 집중력과 성취감은 거들뿐.. :)


“내 오늘 너는 다 터뜨린다~~~”

그녀는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삑삑이를 위아래로 싹

스캔한 뒤 비장게 중얼거린다. 

한 두 알 터뜨려보더니 이건 아주 좋은 삑삑이

(비닐이 두껍지 않고 공기가 가득 찬) 품평다. 


"톡, , 띡, 톡, 툭, 틱, ..."

작은 공기가 일정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가 꽤 명쾌한데
한 알 한 알의 소리가 다르다.
이게 뭐라고 음률이 있다
공기의 양, 터지는 방향, 손가락의 력!


꼭 한 알 씩 터뜨리겠다는 스스로의 룰이 있었는지
두 알이 같이 터뜨려 내는 ‘따닥’ 소리에
“아이고..” 라며 깊은 탄식의 신음을 낸다.
할머니가 화투를 치다 쌌을 때와 비슷한 톤이다.


"톡, 딱, 탁, 틱, 톡, 딱, 땍, 따딱..."






고요한 거실하나씩 튀겨진 소리들이 쌓여간다.

나에게 평온함을 주는 할머니의 백색소음.

작은 비닐 캡슐 안에 갇힌 묵은 공기들이

그녀 덕분에 자유를 얻었다.


“아이고아이고 다했다!”


내가 식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여러 작업을 하는 동안
그녀가 완삑(?)을 알린다.


“이야... 대단해. 할머니 나는 그냥 이걸 빨래처럼 쥐어짜버리고 싶은데..ㅋ”

할머니와 나는 둘 다 삭신이 쑤셔 죽겠다는 몸짓으로

몸을 일으킨다. 0.01그램의 공기까지 다 짜내 

바스럭거릴 힘도 없는 삑삑이를 바라보며.  


“삐융!!”

엇! 식탁에서 일어나다가 아키가 내 발아래 두고 간 삑삑이를 밟고 말았다.

아키 녀석 표정이 울기 직전이다.

“맞다. 놀아줄게~~ 아키야 삑삑이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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