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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Oct 05. 2019

브런치에 왔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과 브런치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내 기쁨은 꽤

유니크했고 누구나의 글을 읽지 않는 곳이기에

이내 부담감이 느껴졌다.

내가 쓰는 에세이라는 분야는 특히

나의 기억,감정,생각,가치관,감성,실력...

모든 것이 민낯으로 글 속에 담긴다.  

이곳에 나는 얼마큼 쏟아질까.

여기서 나는 어디까지 벗을 수 있을까.   



컨디션이 안 좋은 날,

딱 한 잔만 마셔야지 생각한 술자리에서

3차까지 후회 없이 달렸던 적이 있다.

나를 끄집어 앉힌 요소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옛 친구, 기억의 소환, 감정의 교환,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술 집,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문세의 ‘소녀’라는 노래가

나의 감성을 세차게 흔들었고,

램프 속에서 자고 있던 어린 내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난 그렇게 17살의 나와 동석했고,

밤새도록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브런치는 램프 속에 잠들어 있는 나를

사장님보다 더 듣기 좋은 '작가님' 이 꽤 지적이고 스윗한 호칭으로 깨운다.






“언니~ 브런치라는 앱이 있는데 언니가 카톡으로 저한테 진심 어리게 해 주시는 얘기들.. 거기다가 쓰면 좋을 거 같아요. 언니는 작가가 될 거 같아요.”

         

사촌 오빠의 부인.

(친족 호칭으로는 올케란다. 난 그냥 이름을 부른다.)

나보다 한 참 어리지만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는

소위 인플루언서다.

그녀는 미용인의 삶으로 수백수천의 하트 울림을 받는 스타이다. 청담동 바닥에서 겪는 감정 노동의 스트레스와

예술과 기술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꼰대 언니도 되었다가

엑셀레이터도 되었다가

세상에... 그녀의 말처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사람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난, 나쁜 남자를 만났을 때 변했었고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을 만났을 때 도 변했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글에 몰입하면서 잊고 있던 나를 만나게 될 때...

내가 어떻게 변할지 두렵다.

나는 지금 또 다른 사랑 앞에 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을 무의식적으로 흘끔 쳐다본다.


작가의 프로필 페이지에서 력 란에 둔 커서가

오래도록 깜박인다.

 ‘ 음.. 앞으로 채워 나가면 되지 뭐.. 패스!’     

그리고 작가 소개란에 툭툭 적어본다.

고요하게 항해하는 중입니다.

잔잔하게 반짝였던 순간의 이야기들을 한 자씩 적어봅니다


' 브런치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배달의 마녀입니다'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장하려는데  '헉..!'

하마터면 발행 버튼을 누를 뻔했다.

후아.. 이게 뭐라고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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