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경애의 마음>, '부서'지지 않는 마음

[1일 1필살기] 세상에 '상처'받은 마음, 다시 그네를 굴려봐!

by 감자댄서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



1. 도대체 '마음'이란게 뭔데..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채
순하게 살 수 있는 순간은
삶에서 언제 찾아올까?

'마음'은 상처일까.. 상처를 이겨낸 의지일까... 불안한 마음일까. 나를 힘들게 하는 그들의 마음일까. 나를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따스한 정일까...


이 소설은 묘해요.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트렌디한 소재와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책을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살짝 두꺼운 소설을 읽었어요. 주인공 '경애'와 '상수'의 마음에 내 마음을 비춰보면서...



2. 경애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소설 전반부 경애는 무기력합니다. 낙오자같은 느낌이라까요. 그녀가 낙오자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에서 그림자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회사는 그녀가 스스로 그 무기력함을 못이기고 그만둬 주기를 바라는 것 같고, 그녀와 말한마디 하려는 직원도 없지요.


그녀는 회사에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파업 기간동안 노동조합 간부의 성희롱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노사 양쪽에서 기피 인물이 되었죠. 그렇다고 그녀가 열정 넘치는 노동운동가 또는 페미니즘 운동가인 것도 아니죠. 그녀는 그냥 그 불합리함을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인데요.


게다가 경애는 개인 생활에서도 옛애인 '산주'의 그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그녀가 그에게 미련이 크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산주와의 애매한 관계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게다가 경애의 마음 한구석에는 고딩 시절 사귀던 남자친구 은총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요. 은총은 화재 사고로 죽었고, 경애는 그 사고 현장에 같이 있었지만 운좋게 사고 순간에 거기에 없어서 살아남았지요. 그래서 경애 마음에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원죄처럼 자리잡고 있어요.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깍아내릴 필요는 없어.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3. 경애의 마음이 달라지다!


이렇게 무기력하고 죄책감에 빠져 있는 경애는 소설 후반부에 달라집니다. '상수'와 같이 베트남에서 일을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일은요, 일자리는 참 중요합니다. ~~ 앞으로 안개가 잘 끼도록 잘 살면 됩니다.
지금 당장 이렇게 나쁜 일이 생기는 거 안 무서워하고 삽시다."
(조선생이 회사를 그만두며 낙당한 경애에게 하는 말)

그 '마음'의 변화는 두가지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자기에게 부당한 부서배치를 한 회사를 상대로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아무도 그녀의 시위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말이죠. 둘째, 산주라는 옛 애인과의 관계를 끊습니다.


소설 전반부의 무기력한 경애의 모습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4. 무엇이 경애의 마음을 달라지게 했을까요?


나는 엉뚱한 답이 생각났어요. 경애의 마음이 달라진 이유 말이예요.


뭐냐고요? '일'이 경애의 마음을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애는 베트남에 가서 상수와 함께 진짜 일을 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변화하기 시작하죠.


내가 너무 직딩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소설 맥락으로 보면, 경애와 상수 모두 과거 상처와 구속을 끊어내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베트남에서 일을 하면서 그 상처와 구속을 이겨냈는지는 애매해요.


이렇게 원인과 결과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나는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믿어요.


물론 경애와 상수는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만큼 과거 상처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지요. 그리고 베트남에서 같이 일하는 조선생님도 힘이 되었구요.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들에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구원은 그렇게 정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적극성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고..."
(경애가 회사 대상으로 1인 시위를 결심하며)


5. 그러면, 나도 열심히 일해야 하나?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상수가 경애의 마음 상처를 위로하며 한 말)

'마음'이란 것이 무엇일까요? '사람의 마음이 그래요'란 말을 할 때 그 마음 아닐까요? 내 의지는 그렇지 않지만 마음이 그렇게 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일로 상처받아 마음이 부서지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문제는 어떻게 그 부서진 마음을 토닥여서 나에게 그리고 세상에 당당할 수 있을까... 난 그 방법이 '일'이라 불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이 과거로 향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


그 일을 통해 내 '부서진 마음'을 초강력 본드로 붙이는 행동이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하고요. 그 사람들이 나를 잘 몰라도 내 상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어렵지만 말이죠. 소설 속 상수가 그렇듯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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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조금씩 안 부서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아무 사건 없이 산뜻하게 쿨하게 살고 싶지만 안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