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비즈니스, 그리고 나...
지난 연말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고교동창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시무식에서 얘기할 만한 소재 없을까?
그는 가끔 나에게 이런 도움을 요청한다.
대기업에 다니고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뭔가 다른 얘기를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말이다.
"응. 알았어. 생각해보고 연락할께."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막막했다.
그때 드라마 '미생' 생각이 났고, 바둑을 소재로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바둑 관련 책을 찾아보니 몇권 있었다.
그 중에 <정수현 9단의 고수경영>이란 책을 선택했다.
난 바둑을 잘 모르는 초보자인데, 정수현이란 분은 TV에서 몇번 보았다. 이분은 TV에서 바둑 해설을 하시던 분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보면 해설가가 선수 또는 감독보다 더 많이 알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을 기반으로 얘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저자인 정수현 9단에 따르면, 매스컴에서 즐겨 사용하는 바둑용어가 30개쯤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패착, 초읽기, 악수, 무리수 등 익순한 용어들이 바둑 용어라고 한다.
나는 이 가운데 CEO가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얘기할만한 3가지를 뽑기로 했다. 좋은 얘기가 아무리 많아도 3가지 이상 얘기하면 왠지 늘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CEO의 신년사이므로 그의 2016년 전략과 들어맞는 컨셉을 뽑아야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마.정.복' 3가지를 선택했다. 사람 이름 같아서 부르기도 좋아 보였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 윤태호 '미생' 중
경영의 세계는 경쟁의 세계이다. 경쟁에서 가자 중요한 것은 '차별성'이다. 그런데, 실제 기업에서 그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무엇일까?
당연히 사람이다. 경영진과 직원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그 기업의 '차별성'을 만드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성'을 만들려는 직원들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CEO들은 '정신력, 불굴의 의지' 이런 단어 좋아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1번 화두로 마인드 선택!
* 물론 직원들은 '정신력, 불굴의 의지' 이런 단어 싫어한다. 결국 그런 단어는 직원인 '나'를 쪼겠다는 의미니까.. 그렇지만, '차별성'을 갖도록 관점을 바꾸자는 얘기는 괜찮을 듯 싶었다.
경영에서 정석이라고 한다면 경영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영이론이라는 기초가 정말 중요할까? 이에 대한 정수현 9단의 얘기는 이러하다. 정수현 9단은 요즘 정치계에서 다시 핫해진 안철수 의원 얘기를 통해 정석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그(안철수 의원)는 자신이 벤처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비즈니스에 관한 이론을 공부한 덕분이라고 했다. (중략)
그가 이론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대학시절 바둑을 배우면서부터였다. 그는 바둑을 배울 때 먼저 '수십 권의 바둑책'을 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 실전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크게 패했다.
그러나 대국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
내가 15년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배운 깨달음이 하나 있다면 이런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도 이미 고민을 했던 내용이다.
그러므로 어딘가에 답이 있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의 고민이 '경영이론'일 것이다.
교사나 법률가, 디자이너 등의 전문가들은
먼저 이론 공부를 한 다음에 현장으로 뛰어드는데,
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이론 공부를 하지 않고
현장에 뛰어들까?
정수현 9단의 이 한다미는 정말 울림이 있다.
바둑만의 가장 큰 특이점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난 '복기'라고 말하고 싶다. 복기란 '바둑을 두고 나서 두 사람이 다시 놓아보며 수의 잘잘못을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은
같은 일을 몇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매번 다른 결과를 소망하는 것
- 아인슈타인
그런데, 기업에서는 '복기'를 잘 안한다. 왜냐하면, 기업에서 실패는 가능한 덮어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당사자는 '복기'를 하겠지만, 그 '복기'가 기업 전체의 지식 재산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업에서 실패한 뭔가는 언제나 '금기어' 반열에 오르고, 그 당사자는 자신이 그 실패와 관련되어 있다는 흔적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런 면에서 바둑의 복기라는 관행은 정말 부럽다. 이것을 기업에 제대로 정착만 시킬 수 있다면 정말 파워풀할 텐데 말이다.
나는 '마.정.복' 3가지 컨셉을 중소기업 CEO인 친구에게 얘기했다. 그 친구는 만족해했다. 그 친구 왈, 매일 비슷비슷한 추상적인 얘기를 하면 직원들도 식상한데, 바둑을 소재로 얘기하니 참신할 것 같다고 한다. 특히, 만화 와 드라마로 흥행한 '미생' 덕분에 바둑 얘기는 먹힐 것 같다고 말이다.
나도 한번 '마.정.복'으로 나를 돌아다보고 2016년 계획을 세워볼까?
1. 내가 가진 직딩의 차별성 찾기 방법
ㅇ 지인 10명에게 내가 가진 차별성을 한가지씩 말해달라고 요청하라.
ㅇ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해서 솔직한 대답을 유도하자. (구글 또는 네이버 설문 활용)
ㅇ 매년 새로 만난 사람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하자.
2. 내 업무의 '정석' 찾기
ㅇ 내 업무가 속한 영역의 대학교재 1권을 책상에 꽂아 놓는다.
ㅇ 인터넷에서 내 업무 영역 전문 소식지 또는 파워블로거 3곳을 찾아 월 1회 방문한다.
3. 실패 경험 '복기' 하기
ㅇ 2015년 복기 대상 1개를 선택한다.
ㅇ 상기 경험에서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로 적는다.
ㅇ 그 일들 중에서 의사 선택 갈림길 3가지를 선정한 후,
내가 택하지 않은 대안을 적는다.
ㅇ 선배 등 지인에게 상기 선택 갈림길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ㅇ 실패 방지책을 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