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해를 잘 합니다. 상대방, 특히 여성분의 예의를 호감으로 오해하는데 아주 탁월(!)해요. 아마도 내 성격이 소심하기도 하고, 여성분들 중에 친절한 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내가 하트시그널에 출연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맨 처음 데이트한 상대방분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착각해서, 혼자 그 분과의 로맨스를 상상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분이 다른 사람에게 심쿵하게 되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죠. 그러다, 그분과 다시 데이트를 하면, 그분의 예의상 미소를 다시 착각하겠죠. '아직 나에게 마음이 있구나...'라고... 그렇게, 어긋난 시그널은 엇갈려가겠죠..
나는 왜 이런 슬픈 착각쟁이가 되어버린 걸까요?
2. 나는 몰랐습니다.. 그 모든 것이 '예의'라는 것을..
솔직히 나는 몰랐습니다. 하트시그널 시즌3를 보기 전까지는... 뭘 몰랐냐 하면, 사람이 이성 관계에 있어서 솔직하지 않다는 점을 말이예요. 나를 만났을 때 웃어주는 것이 '호감'이 아니라 '예의'상 행동이라는 걸 몰랐어요.
하트시그널 시즌3에서 천안나님이 정의동님과의 데이트에서 웃고, 감동하고, 적극적으로 리액션해주는 모습이 심쿵했어요. 그런데, 하트시그널이라는 공간 특성상, 그리고 인간 관계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잖아요. 내가 상대방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의'를 다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두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더군요. 첫번째는 그 '예의'를 예의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 두번재 유형은 '예의'를 '호감'으로 오해하는 사람... 나 같은 케이스죠. 이렇게 예의를 호감으로 오해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상대방의 시그널을 캐치하지 못한 채, 나 혼자 오버하죠. 그러면, 상대방은 '저 사람 왜 오버야?'라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갖게 되죠.
이번에 시즌3를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어요. 나는그런바보같은착각쟁이라는걸말이죠. ㅠㅠ 그래서, 과거 연애가 잘 된다고 나는 느꼈는데, 금새 깨져 버렸던 것이예요.
3. 말콤 글래드웰 <타인의 해석>의 조언
하트시그널 시즌3 후반부가 나올 때, 이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왜 내가 이런 예의 착각형 인간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어요. 말콤 글래드웰에 따라면, 타인을 잘 이해 못하는 사람의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ㅇ 상대방은 무조건 진실을 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진실 기본값 가설', '투명성 가설'
ㅇ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해석한다.
ㅇ 상대방의 맥락을 안 본다.
아.. 바로 딱 내 모습이예요. 예전 데이트할 때 나를 향해 웃어주면, 그 웃음을 나에 대한 호감으로 오해했죠. 상대방은 무조건 진실한 표정, 말, 태도를 보여준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데이트 전후의 맥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데이트 신청했을 때의 약간 애매한 반응, 데이트 후 '다음에 봐요.'라는 날짜를 특정하지 않는 예의상 멘트, 선물에 살짝 기뻐하는 척 하지만 큰 관심없는 태도 등... 이런 맥락은 무시한 채, 나를 만났을 때 웃어주는 표정만으로 상대방을 해석한 거죠. 바보같이...
4. 내가 착각하지 않으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상대방의 예의를 호감으로 착각하지 않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봤어요. 만약 이 4가지 중 최소 2가지 항목에 OK가 아니라면, 내가 그 사람의 예의를 '호감'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ㅇ 가끔이라도 상대방이 '선톡'을 한다. ㅇ 상대방이 먼저 만나자는 얘기를 한다. ㅇ 내가 만나자고 했을 때, '즉시/기분좋게' 오케이라고 반응한다. ㅇ 나에게 뭘 챙겨준다.
음.. 요즘 내가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관계를 떠올려봅니다. A는 1개, B는 3개, C는 0개... 음.. 알았어요. C는 정말 예의를 다하고 있는 거였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