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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Sep 07. 2020

직딩 직업병 '신경질 알러지' 나만 문제일까?

[감댄의 3줄요약]
ㅇ 나는 회사의 쓰레기 팀장 때문에 '신경질 알러지'에 걸렸어요. ㅠㅠ
ㅇ 왜 나만 이럴까요? 이유 간단하죠. 나는 소심한 사람, 유리 멘탈이니까요.
ㅇ 어떻게 하죠? 토닥여주고, 그 쓰레기들을 피해야지요.

1. 왜 나만 이래?


'신경질 알러지'란 나에게 하는 모든 말이 신경질로 들리고, 그 신경질을 듣는 순간 혈압 상승, 분노, 짜증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병을 의미합니다. 이 병이름은 누가 지어냈을까요? 바로 납니다. 왜냐하면, 내 주위에 '신경질 알러지'를 심각하게 앓는 사람은 나와 친구 몇명 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증상입니다. 내 팀장은 업무상 말의 90%가 신경질이요 짜증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반기 마케팅 계획'을 보고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톤이 높은 신경질 목소리로) 이거 B로 하라니까? 알았어?"

"그런데, OOO 관점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짜증난 목소리로) 그냥 B로 하라니까.. (무시하는 말투로)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B라고 그냥 써!!!"


한마디로 미친 또라이 수준의 팀장입니다. 무조건 자기 생각만 맞고 남들은 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허세형 인간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되면, 혈압 펌프질이 시작되고 분노 게이지 급상승해요. 그 다음부터는 그 인간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가 발생하는 알러지 증상이 생겨나고요.


처음에는 나만 그런가 했어요. 그런데,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비슷한 상황이더라고요. 모두들 내가 여기 팀을 떠나든가, 저 신경질 팀장을 엿먹여서 쫓아내든가 하고 싶대요.


그런데, 회사에 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알러지 반응 안 보이고, 평온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대체 그들과 나는 뭐가 다른 것일까요? 왜 나만 이렇게 신경질 알러지가 심한 걸까요?





2. 나는 왜 신경질 알러지에 이렇게 민감할까?


소 심 함


신경질 알러지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소심함'이예요. 누구나 아는 얘기예요. 속칭 유리 멘탈 또는 약한 맷집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죠. 맞아요, 내가 그래요. 난 정말 소심해요.


어떤 인간들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멘탈 관리가 잘되는 인간들이 많아요. 그런데 나는 그게 안되요. 그래서, 다른 인간들의 신경질에 분노를 폭발하고 그 인간하고는 아예 말을 안해요. 그 인간 쓰레기들이 하는 말들에 '예'라는 말한 반복합니다. 다른 말을 더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인간들이니까요.


그렇게 이러다 보면, 내 자신이 안쓰러워져요. 왜 나는 이렇게 상처를 잘 받는 걸까? 난 다른 인간들처럼 맷집을 키울 수는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이런 가설을 세워보았어요.

- '신경질 알러지'는 세가지 항목 (심리적, 육체적, 환경적 요인)의 합계로 발생하는데
- '신경질 알러지'가 폭발하는 기준점을 80점이라고 가정하면,
- 심리적, 육체적 항목에서 알러지에 취약하면, 환경적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내가 심리적 취약점 50점, 육체적 취약점 20점이라면, 환경적 요인에서 10점만 추가되어도 나는 폭발합니다. 그런데, 멘탈 강한 A라는 인간은 심리적 취약점 30점, 육체적 취약점 20점이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이 30점이 되어야만 폭발하는 거죠.




3. 나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회사에 나와 비슷한 레벨의 유리 멘탈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워낙 성실한 스타일이라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팀장이 되었어요. 그 친구가 팀장이 되고 2개월 쯤 지난 후에 만났어요. 그런데, 그 친구 얼굴에 그늘이 져 있덕라고요.

나 : OO, 잘 지내?  
OO : 그냥 그냥..
나 : 조금 살 빠진 거 같아 보이는데..
OO : 팀장 스트레스 때문이지.. 넌 팀장하지 마라. 너도 유리 멘탈이잖아.
나 : 많이 힘든거구나 ㅠㅠ

그 친구는 그렇게 1년 팀장을 하더니, 욕심을 버리고 평사원으로 돌아왔어요. 팀장이란 자리는 자기 같은 유리 멘탈에는 안 맞는다면서.. 그러면서, 나한테 조언을 해주었어요.

팀장하게 되면, 직원들 감정 케어 이런 거 너무 신경쓰면 안되더라고.
내가 위에서 받은 쪼임을 아래 직원들에게 보내지 않으면,
내 안에서 폭발하더라고. 너도 조심해!


음... 회사에서 고참이 되면 생활 편할 줄 얼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내가 신입일 때 지금 나 정도의 고참들은 회사 생활 편해 보였는데... 나같은 유리 멘탈이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4. 그래도, '신경질 알러지'는 토닥여줘야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해야하죠? 회사에 있는 신경질 상사들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나같은 유리 멘탈은 하루 하루가 고역인데 말이죠.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고문영 (서예지)이 사인회를 망쳐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문강태 (김수현)가 이렇게 말합니다.

"심호흡 해 더 깊이, 눈 감아"

"뭐하는건대?"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땐 이렇게

양팔을 x자로 교차해서 양쪽 어깨를

 번갈아 토닥여줘"

아..

이런 마음 응급 조치가 필요하구나..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어요.


회사의 인간 쓰레기들은 가능한 피하고,

그들의 말에는 무조건 Yes라는 한마디만 해서 대화를 줄이고,

화가 나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처럼 손을 X로 내 어깨에 올리고 토닥여줘야겠어요.


나는 지금도 나를 토닥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더 해빙>의 주문을 외워 봅니다.


나는 지금 돈이 있어.
이렇게 맛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그래서, 난 참 행복해. 그리고 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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