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하는 사람'의 사랑은 손절이 필수다.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18]

by 감자댄서

1.


"나는 그때 막연히 '일을 잘하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한 시점에 파악하는 눈치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동주'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유형은 여러가지다.


첫째, 추진력과 실행력이 황소 같은 유형

둘째, 꼼꼼하게 분석하고 준비하는 유형

셋재, 타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한 시점에 파악하는 눈치를 가진 유형


'동주'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세번째 눈치 빠른 유형이다.

문제는 동주같은 사람이 사랑을 할 때 발생한다.


한마디로 상대방 눈치를 너무 보고, 상대방에게 맞춰주려고만 하는 사랑을 한다. 이런 사랑은 결국 슬픈 결말로 끝이 난다. 이 소설에서도 마찮가지다.




2. 줄거리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동주'는 미술관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혼자 미술관에 자주 찾아오는 '상아'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혼자 자주 오는 모습도 특이했고, 한 쪽 다리가 약간 불편한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작스런 추위와 눈이 오는 날, 상아는 동주에게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동주는 날씨가 너무 추운 바람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차 안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 중 '착하지 않아도 돼'를 상아에게 읽어준다. 그렇게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상아는 37살 결혼한 프리랜서 번역가이다. 동주는 27살 휴학생이다. 상아는 지적이고 우아했다. 그런데, 동주의 사랑을 '시시한 일'이라 부를 정도로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를 꼽는' 독설을 잘 한다. 동주는 그 독설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상아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둘은 제주도로 도피 여행을 떠나는데....




3. 왜 - 동주는 왜 상아와의 관계를 손절하지 못했나?


결론은 예상대로 새드 엔딩이다. 그런데, 난 궁금하다. 동주가 왜 이런 상처뿐인 사랑을 계속 하려 하는지 말이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상아는 '나쁜 여자' 유형이다. 그래서, 그냥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동주의 '일을 잘하는 유형'이 상황을 꼬이게 만든다. 동주의 타인에게 잘 맞춰주려는 그 특성 말이다.


연애 관계에서도 동주는 아마도 상아에게 알아서 눈치로 잘 맞춰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아는 동주가 좋았을 것이다. 상아에게 동주는 '탈출구' 같은 존재였을 것 같다. 뭔가 답답하고 불만 많은 일상생활로부터의 탈출구 말이다.


동주는 절대 밀당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주는 상대방의 마음을 예상하여 맞춰주는 초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상아는 일부러는 아니지만 밀당을 계속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주는 계속 상아를 사랑했다.


그 이유를 어설프게 추측해 본다. 동주는 자기의 다정함과 눈치 빠름을 발휘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사람과의 애착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성격 유형인 듯 했다. 내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보다는 타인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을 삶의 에너지로 삼는...


씁쓸하다.





4. 깨달음 - 치명적인 매력을 못가진 사람에게는 손절이 필요하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유형들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사람들을 말이다. 왜 질질 끌려 다니는 걸까?


자기 자신이 치명적인 매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냥 다정함과 눈치같은 호감 포인트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아는 동주를 좋아했지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치명적인 사랑은 아니었다.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아에게 동주는 일시적인 탈출구일 수 밖에 없었다.


손절할 줄 알아야 한다.

동주는 상아를 손절해야 했다. 더 많은 상처를 받기 전에 손절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동주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는) 오늘만을 끝도 없이 살아가는 존재...

과거도 미래도 없이

조금 열심이고 조금 공허찬 채로..."

- 임경선, <호텔이야기>, '초대받지 못한 손님' 중


과거는 잊어주었으면... 그때는 모두 진심이었으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