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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Sep 20. 2023

무라카미 하루키, '비현실 월드' 속 내 착각들...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1.


성수에 오픈한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에 왔어. 하루키 작가님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소설을 알리려는 팝업 스토어야.


하루키 선생님의 이번 책을 보면, 세상은 '이쪽 세계 (리얼 월드)'와 '저쪽 세계 (뇌피셜 월드)'로 나뉜다고 해. 이 팝업 스토어는 리얼 월드에서 뇌피셜 월드로 이동할 수 있는 경계선이 있는 곳이야. 그곳에서 통행증을 받으면, 나도 저쪽 세계로 넘어갈 수 있거든.


그러면, 내 뇌피셜 월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나는 스테이션에서 받은 통행증을 들고 뇌피셜 월드로 들어가봤어.



2.


내 뇌피셜 월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을 적어 보았어.


- 나는 어설프지만 회사에서 일을 곧 잘 하는 편에 속한다.

- 나는 A, B, C라는 사람과 매우 친한 사이다.

- 나는 트렌드를 아는 힙한 아재다.

- 나는 재미난 사람이다.

-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다.

- 나는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못생기지도 않았다.


'리얼 월드'에서도 정말 내가 이런 모습일까?


나만 내가 저렇다고 뇌피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솔로 16기>를 봐봐. 각자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뇌피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잖어. <나는 솔로> 빌런들은 모두 자기 '뇌피셜'을 리얼이라 생각하더라고. 그리고, 그 뇌피셜을 다른 사람에게 리얼이라고 주장하고.

 

나도 그렇지 않을까?



3.


하루키님의 소설을 읽고는 원래 비현실적 환타지에 빠져야 해. 그런데, 나는 반대로 현타를 맞았어.


제대로 현타를 맞았으니 기존 지난 것들은 비워내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지.


그런 새로운 출발을 위해 어제는 신촌 LP바에 갔어. 혼자 가서 고독을 흉내내고 싶었지만, 뻘쭘해서 후배들을 부탁해서 같이 갔어.


8090 가요들과 올드팝송을 주로 틀어주었는데, 모튼 하켓의 <CAN'T TAKE MY EYES OF YOU>가 나오더라. 내가 대학생 시절 참 좋아하던 노래인데... 그 노래로 9월 나 자신을 위로하리라.


그렇게 비현실 세계에서 현실 셰계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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