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백수의 소설리뷰-임경선, 나의 남자] 설레임 레시피 3종 세트
[Summary for you]
- 이 소설은 연애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중년남녀이고요.
- 마지막 결말이 정말 멋있는 소설입니다.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엔딩입니다.
(이 어려운 두가지를 동시에 해냈지 말입니다!)
- 그리고, 이 소설은 단언컨데 내 2016년 Best 소설입니다.
생생한 삶을 살고 싶다면, 기다리지 말라.
팔을 뻗어 그(그녀)의 손을 잡아라.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40세 전후가 되면 설레이는 일을 거의 만나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루하루가 뻔한 일상처럼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는 특이한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말에도 그러합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이벤트였을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도 그냥 일상화된 이벤트가 되어 버렸습니다.
설레임이란 느낌을 잊고 살 때쯤, 설레임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설레임을 받아들여야할까요, 말까요?
보통 설레임은 한순간의 환타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범한 일상을 깰 용기가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니까요. 행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불행하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주인공 지운은 인생에서 만난 '설레임'을 그냥 받아듭니다. 갑자기 내린 비에 젖지 않게 누군가가 빌려준 우산을 받아들이듯이 말입니다. 무슨 고민이 필요할까요?
[직딩백수 레시피 1] : 우연히 만난 '설레임'을 받아들이기
1) 가슴이 조금이라도 '콩닥콩닥'했다면 그 것을 받아들이세요.
2) 그리고 '나만의 심쿵리스트'에 적으세요. 심쿵리스트에는 심쿵한 날짜와 강도(1~3점), 그리고 그 때의 느낌을 한문장으로 적으세요.
3) '심쿵' 아이템의 실행계획을 세우세요. 오늘/1주/한달의 계획을 세우고, 최종 결과물을 적으세요.
4) 현재 여건상 실행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면, 그 대체물를 실행하세요.
- 예 :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싶은데 배울 수 없다면, 스포츠댄스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본다.
내 사람은 그를 마음속에 두게 된 이후로 조금 더 생생한 색깔을 띠었다.
주인공 지운은 그(성현)를 좋아하면서, 자신의 삶이 생생한 빛을 띄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를 만나기 전의 그녀의 삶은 무채색처럼 느껴진다. 1년 365일 가족들이 먹을 아침국을 끓여야 하는 삶 말이다.
사랑만이 우리 삶을 생생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일까?
중년이 되어 삶이 권태로워지면 생각한다. 그 뜨거웠던 20대의 사랑을 말이다. 지금 다시 그 사랑을 느낀다면, 자기 삶이 다시 무지개색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상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로직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이 내 가슴에 열정이라는 엔진을 부활시키고, 그 엔진의 힘이 내 모든 삶을 에너제틱하게 만들 것이라는 '환타지 로직'을 꿈꾼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당신의 인생 동안 사랑 덕택에 당신의 모든 일에 열정을 갖고 살았던 적이 있는가? 단언컨데, 그런 경험 없다. 20대의 사랑은 사랑 그 자체가 뜨거웠을 뿐이다. 그 사랑의 열기가 내 삶의 다른 부분을 '생생'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 소설 주인공의 사랑은 어떠한가?
이런 일반적인 '환타지 로직'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지운과 성현의 삶은 삼위일체의 삶이다. 세가지 요소가 서로 균형되어 있는 삶 말이다.
여주인공 '지운'의 삼위일체 삶
1) 일상 생활 (가족)
2) 직업 생활 (소설가)
3) 열정 생활 (성현과의 관계)
'환타지 로직'처럼 '새로운 사랑'이 그(그녀)의 모든 삶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음.. 일종의 파트타임 사랑이라고나 할까.
중년의 삶은 20대의 그것과 다르다. 뭐가 다른가? 일상생활로 해야할 것이 있다. 20대처럼 사랑에 모든 것을 올인할 수 없는 삶이다. 지운과 현성은 서로를 사랑하면서 다른 두가지도 잘 챙긴다. 그런 모습은 가면을 쓴 위선의 모습은 아니다. 중년의 사랑은 이래야 하는 사랑이다. 그들은 그것을 자신들도 모르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환타지 로직'을 따르는 1회용 마취제가 아니다. 작가는 생생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를 보여준 것이다.
[직딩백수 레시피 2] 생생한 삶을 위한 삼위일체론
우리는 제 3의 요소인 '열정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일상-직업-열정'이라는 삼두마차를 완성해야 한다.
1) 지금 당장 '열정'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항목을 써봐라.
2) 없다면 만들어라.
3) 3개월마다 '열정' 카테고리를 리뷰하라.
4) '열정' 카테고리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 열정 뜨거운 정도를 1~3점(미지근하다-뜨겁다-뜨거워서 내 심장이 쫀득쫀득하다)으로
평가하여. 1점이 된 열정은 교체하자.
- 아무리 뜨거운 '열정'이라도 3개월이면, '일상' 카테고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랑한 것과 사랑받은 것,
그 모두가 어느 날에는 추억이 될 것이다.
후회는 없었다.
지운은 알고 있습니다. 성현과의 사랑이 영원히 설레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입니다. '추억'이라는 표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사랑이 영원할 필요 있을까요? 사랑은 '지금 이 순간' 설레이고 심장이 콩닥콩닥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사랑이 식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사랑의 설레임은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단지, '용광로' 같은 설레임이 희미해진 후에도 서로를 응원하는 '불씨'같은 마음이 남아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마음의 불씨'는 우정이라는 옷을 입고 있을 수도 있고, 타인이라는 옷을 입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 '불씨'가 미래에 어떤 옷을 입 있더라도 관계 없어요. 지금 이 순간 그(그녀)를 보면 설레이니까요.
[직딩백수 레시피 3] 영원한 것은 없다! 미리 인정하고 준비하라!
1) 미리 결말을 예상해서 시나리오 3개를 만들라.
2) 시나리오별 내 데미지를 적고 강도를 1~3점으로 표시하라.
3) 데미지 강도 3점인 시나리오의 연착륙 방안을 준비하라.
4) 3개월마다 시나리오를 업데이트하라.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난 이 말이 너무 좋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사랑을 하는 두 연인 중 한명은 결혼을 했습니다.
난 궁금했습니다. 작가가 이 사랑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말이지요.
어쩌면 십중팔구 예정된 결말을 알면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따스해서 내 가슴이 쫄깃쫄깃해졌습니다.
그리고, 작가 임경선만은 그 예정된 결말대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두손모아 기도했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떻게 끝날까요?
1) 이렇게 100%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결말을
죽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 연인이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내 온몸이 번개에 맞은 듯 찌릿했습니다.
그리고, 잠시뒤 불안함이 밀물처럼 스르르 한발자국씩 다가왔습니다.
왜냐고요?
두 연인의 결말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이런 사랑 이야기는 헤어짐으로 끝이 나니까요.
과연 여주인공 '지운'은 가족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남주인공 '성현'에게로 올까..
아~~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내 머리 속에는 축하의 빵빠레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 옛날 영화 <접속>의 마지막 장면에서 <A Lover's Concerto>가 희망의 출발을
노래했듯이 말입니다.
아마도 이 소설 마지막에 울려퍼질 노래는 폴 매카트니의 <Silly Love Songs>일 것입니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2) 여주인공 '지운'이 부러웠습니다.
'지운'은 말합니다.
"난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리고 가면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언제든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요..
그 사랑의 미래와 관계없이 말입니다.
그녀가 참 부럽습니다.
3) '지운'과 '성현'의 결말이 정말 가능하냐고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안 될 것이 무엇인가요?
소설의 결말이 정말 현실적이지 않나요?
* 아래 글은 소설 속 남자주인공 '성현'의 입장에서 다시 써본 독후감입니다.
이 글의 멋있는 문장은 100% 소설에서 인용했습니다. ㅋㅋㅋ
1.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 때문인지 오늘은 손님이 일찍 끊어졌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 Major를 들으며 창가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다. 갑자기 창가에 사람 그림자가 드리운다. 한 여인이 거기 서 있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창안쪽을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빗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난 나도 모르게 카운터 뒤에 세워놓은 검은 장우산을 들고 문을 열었다.
그녀는 이미 저만큼 가 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우산을 든 채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우산을 가져가요.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 우산으로 비를 가려요.'
2.
"딸랑"
이른 아침 첫손님이다. 그녀였다. 어제 우산을 빌려간, 아니 내가 빌려준...
"우산은 안 돌려주셔도 된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
그녀는 안 돌려줘도 된다고 말한 우산을 돌려주러 내 카페에 나타났다. 심쿵했다.
난 담담한 척 눈을 마주치지 않고 카운터를 정리하는 척 했다. 그녀는 커피를 주문했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는 것 같다. 그녀 직업은 무엇일까?
그녀는 이제 짐을 챙긴다. 그녀가 내일 다시 올까? 지금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봐야 할까? 그렇지만, 나는 카페 주인일 뿐이다. 직업 규칙상 내가 오버하면 안된다. 그렇게 그녀는 문을 열고 떠났다.
3.
난 매일 아침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 시간이 되면 머리도 다시 매만지고 옷에 뭐가 묻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살핀다. 오늘은 그녀에게 점심을 같이 하자고 얘기할 참이다. 그동안 여러번 얘기하고 싶었지만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쳤다.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내가 서 있는 카페 데스크 사이에 그렇게 단단한 장벽이 있을 줄 몰랐다.
그날은 특이한 날이었다. 그녀가 늦은 시간에 카페에 찾아오다니.. 그녀를 보자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였다. "당신 오늘 근사해 보여요. 당신은 오늘 밤 아름다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서 오세요. 일하러 오신 겁니까?"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바보...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코르코바도>를 틀어주었다. 그녀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은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고 기력과 약간의 흥분, 살아가는 의미까지도 충전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카페 문을 닫고 그녀와 헤어질 시간이다. 나는 그녀를 지하철 입구로 데려다주기 위해 골목길로 인도했다. 하늘 위에 환하게 뜬 초승달 빛이 그녀의 하얀 손을 통과했다.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그녀 손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난 용기가 없었다.
그때, 그녀는 불쑥 팔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의 눈동자를 나지막히 바라봤다.
4.
그녀가 오지 않는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그녀와의 관계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부질없이 끊어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인걸까? 나는 내가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뚜렷한 이유 따위 없어도 되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그 모습이 좋았다.
그녀였다. 그녀를 본 순간 원망도다는 짙은 그리움으로 순간 울컥했다. 그러나, "그 동안 잘 지내신 거죠?"라는 한심한 말만 했다. 그렇게 세상의 많은 것들은 붙잡으려 하면 멀어지고 이젠 끝났다 싶으면 다시 다가왔다.
7.
"지금 나오는 노래 좋은데요."
"폴 매카트니의 <Silly Love Songs>입니다."
매일 하루종일 당신을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냥 이렇게 말했다.
"아이 러브 유, 라는 가사가 열번도 더 나오죠."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더 흐믓했다. 조금 있으면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진한 향기의 백목련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꽃을 피우고 서로의 향기를 맡을 것이다. 언젠가 그 꽃은 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향기에 빠지고 싶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