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신촌 우드스탁 혼술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해]
ㅇ 신촌 우드스락이란 lp바에 혼자 가려다 실패하고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도전해 보려고.
ㅇ 여기 혼자 가는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ㅇ 왜 나는 혼자 못 가는 것일까?
1.
드디어 최종 관문에 도착했다. 그곳의 빨간 대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3번 했다. 과연 내가 이 문을 열 수 있을까?하나, 둘, 셋... 문을 열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계획한 대로 카운터석에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곳에 앉았다.
사장님은 내 얼굴을 보더니 살짝 5% 미소지으며 아는 척 눈인사를 건냈다. 나도 머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내가 앉자 마자 바로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같이 안 오고 혼자 오셨네요?"
"네, 근처에 모임 끝나고 혼자 왔어요."
"잘 오셨어요~~~"
휴... 드디어 위시 리스트 1개를 해냈다. 장하다!!! 소심한 뻘쭘아~~~ 혼자 여기 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상상도 못했다.
2.
여기는 신촌 우드스탁이다. 나는 여기를 알게 된지 3년 정도 되었지만, 90년대부터 있었던 곳으로 락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란다.
이곳은 친했던 지인이 소개해준 곳이고 그 지인 멤버들과 항상 같이 왔었지만, 지인과 관계가 멀어지면서 못 와보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 가야겠다고 몇번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회사 근처에서 신촌 오는 버스를 탈까 말까 망설이며, 2~3대의 버스를 그냥 보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여기에 가고자 2호선을 타고 가다가 신촌역에서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간 적도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첫째, 혼자 무엇을 하는데 부끄럽고 뻘쭘하다. 그래도, 노력해서 혼점까지는 잘하게 되었지만, 혼술은 아직 너무 너무 어색하다. 게다가 신촌은 낯선 동네다. 대학생 때도 거의 온 적이 없는 곳이라 추억도 없고, 지금 회사 근처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여기를 혼자 가면 사장님이 "오늘은 혼자 오셨어요?"라고 십중팔구 물을 것 같은데, 그 상황이 뻘쭘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한번도 온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여하튼 오늘 2개의 마음의 벽을 뚫어냈다. 축하한다!!!
3.
나는 지인들과 같이 왔을 때처럼, 데낄라 한잔과 코로나 한병을 주문했다. 데낄라가 나오자 왼손에 레몬을 들고, 원샷했다. 아~~ 쓰다. 레몬으로 입가심을 하고, 코로나 한 모금을 마셨다.
아.. 살아있구나... 내가 말이다.
그리고, 볼펜을 들고 음악 신청지에 신청곡을 적었다. 오늘 내가 듣고 싶은 노래는 건즈앤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이다. 가사 내용은 잘 모르고, 그냥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정글 같고 그 정글에서 헤메이는 나를 위로하려고 신청했다.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때는 메탈리카 노래를 많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메탈리카 음악을 여기서 처음 들었다고 해야 한다. 내가 자란 지역 소도시 춘천에서 그 시절 하드락을 듣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빵빵 울리는 메탈리카 음악은 내 영혼을 울렸다.
4.
다음에도 혼술하러 우드스탁에 오려고 한다. 그리고, 메탈리카의 'Nothing Else Matters'를 신청하겠다.
그렇게 내 영혼 상처에 음악 연고를 발라주고,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아마 아지트라고 부르는 곳이 이런 느낌 아닐까 싶다.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말을 듣는 멋진 어른이가 되련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