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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Aug 13. 2024

그들은 신나게 춤추고 난 구경밖에…

#17 뻔뻔하게 춤추러 가기 프로젝트 개시

1.


책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를 읽고 나서, 어떻게 하면 클럽 비슷한 곳이라도 갈 수 있을까 궁리 중이다. 내 심장을 쿵쿵 울리며 떠돌아다니는 음표와 몸짓을 다시 느끼고 싶다. 예전 젊음 시절에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은 이런 날이 없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음악과 춤을 즐기러 가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내가 갈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갈 수 있는 장소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나 할 수 있을까? ㅋㅋㅋ



2.


아재가 클럽 비슷한 곳에 가려면 동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친한 후배 두명에게 내 상황을 얘기해 보았다. 혹시 아는가? 그들이 데려가 줄지도 모르니까...

-(나) 내가 이번에 이런 책을 읽었는데, 클럽 같은데 가고 싶어졌어.
- (후배1) 형! 나도 예전에 클럽돌이였지만, 클럽 안 간지가 7~8년이야. 이제 나이들어서 안돼.  
- (나) 나도 클럽 갈 수 있을까?
- (후배2) 차장님, 홍대는 30대 넘으면 무조건 입뺀이예요. 이태워으로 가면 되려나... 밤사 이런 데 가야 하지 않을까요?

후배들은 같이 갈 마음은 커녕 아재가 갈 곳은 없다고 말한다. 그냥 '밤사' 같은 곳 가란다. 팩트 맞지만 나에게는 팩폭이었다. 슬프다, 내 나이가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또래 동료들을 섭외해 봤다.

"음악 빵빵 나오고 춤도 추는 곳 갈래. 그냥 우리는 음악만 들으면 돼."

"그런데 안 가봤는데."

"그러니까 가보자고 하는 거야. 내가 코로나 전에는 가봤어. 그냥 우리 젊을 때 가요 틀어주고, 그냥 술먹다 나오면 돼. 사람들 춤 추는거 구경도 하고..."

"그래? 한번 가볼까..."

 

아싸! 이렇게 멤버 2명 확보했다.


그러나, 우리 정말 갈 수 있을까?  




3.


정말 그들이 같이 갈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멤버들이 생겼다. 이제는 장소를 더 찾아보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유튜브와 네이버에 '40대 클럽, 춤출수 있는 곳'으로 검색해봤다.


그런데, 웃긴 게 저런 내용으로 검색을 해보니 40대들이 직접 찾아가보고 올린 영상과 글이 예상보다 꽤 있었다. 음하하하.. 생각해 보라. 20대 열심히 춤추며 놀았던 사람들이 40대 되었다고 얌전하게 술만 먹겠는가 ㅋㅋㅋ


여하튼 서칭 결과는 이러하다.


첫째 후보지는 종로 가요리믹스다. 예전 밤사같은 곳인데, 20대부터 50대까지 있단다. 옆 팀 대리님 왈, "거기 가면 한쪽에서는 부킹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아재들 회식하고 있고 그래요."


두번째 후보지는 내가 가끔 혼술하는 신촌 우드00... 여기가 금요일 저녁이 되면 손님들이 춤추고 그런다. 그리고 연령대가 나보다 많다. 그래서 마음 편하다.


세번째 후보지는 용리단길 노커어퍼다. 목, 금에 디제잉을 하면서 살랑살랑 몸을 흔들 수 있다고 한다. 클럽이 아니고 일종의 바 스타일이라 연령제한도 없을 뿐더러, 거기 컨셉 자체가 고단하게 일한 직딩을 환영한단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이 실행 아니겠는가?


과연 나는 할 수 있을까?



4.


여기서 아재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춤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이런 질문 자체가 아재스럽고 구세대가 되어버린 X세대 같지 않은가? 그래서, 일부러 이런 질문은 피하고 있었다. '의미'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냥 '가고싶다'라는 마음이 있으면 하는 거다. 해보고 또 해보고 싶으면 또 하는 것이고, 더 하고 싶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고.


물론 음악과 춤이 있는 공간에 가면, 자유와 해방을 느낀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와서 7~8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뻔한 직딩의 삶에서 일탈하는 것이 맞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도 맞다.


그렇다고, 뭐 그런 것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그냥 작은 이어폰으로 고막을 퐁퐁 울리지 않고, 커다란 스피커로 팡팡 내 심장을 울리는 음악이 좋다. 그리고, 몸을 살짝 둠칫둠칫하면서 직딩의 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좋을 뿐이다. 자유와 해방 같은 커다란 단어를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하다.


드디어 이번주다. 동료들과 이번주 날짜를 잡아서 어딘가를 가기로 했다. 정말 나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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