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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Dec 31. 2016

<라라랜드>는 나를 구원했는가?

<La La Land>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1. 영화 <라라랜드>를 통해서 난 구원받고 싶었다.


11월 중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다. 그 순간 난 느꼈다. 이 영화가 나를 구원해 주리라고...


어떻게 구원해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잘 안돾지요... ㅋㅋㅋ ㅠㅠㅠ


이렇게 비참한 상태에서 보게된 영화가 나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구원은 포기한 채 그냥 보기로 했다.



2. 첫번째 계절 : 흔하디 흔한 인물들


주인공 두 명 모두 꿈을 위해 노력하나 좌절한 사람들이군.. 쓰바..
이 세상에 꿈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젊은 날에 주인공처럼 꿈을 꿔보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해..


나도 그들처럼 젊은 날에는 꿈을 꿨었겠찌? 앗.. 난 젊은 날에 꿈이 없었다. 잠깐 1년 정도 문학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을 뿐, 그것을 위해 노력한 것이 하나도 없었네.


그러면, 왜 나는 젊은 날에 꿈을 꾸지 않았을까? 음.. 생각해보자. 첫째, 그냥 하루하루 할 일 하면서 사는 것이 좋았다기 보다는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가 없었다. 솔직히 서울대를 가겠다는 목표 하나로 공부에  매진했던 고등학교와 재수 기간 이후에는 명확한 목표라는 것이 없었다. 둘째, 내가 꿈을 꾸더라고 현실적인 상황(돈벌이 문제) 때문에 그것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냥 대학 생활하다가 취업하려고 했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난 20대 기간에 꿈을 꾸지 않았다.


<라라랜드>의 주인공들은 나와 다른가? 미아는 커피 바리스타를 하면서 6년 동안 배우 오디션에 도전해왔다. 그 커피 바리스타도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내부에 있는 커피숍에서 했으니 열정 하나는 대단한 셈이다. 세바스찬도  꿈에 대한 열정과 고집은 대단하다. 정통 재즈를 연주하고 들을 수 있는 재즈바를 운영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레스토랑 피아노 연주 일을 한다. 물론 피아노 연주하다가 혼자 필을 받아 프리 재즈 연주하다가 레스토랑 사장에게 해고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인물 흔하다. 자기 꿈은 소중하고 대단하다고 말만 하면서 실제로는 장애물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 말이다.


물론 나는 그들처럼 꿈을 이루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을 비웃는다.
'헛된 꿈'을 꾸는 바보들이라고.. 그리고 '재능도 없는 것'들이 꿈 타령이나 한다고...



3. 두번째 계절 :  사랑이 그들을 구원해줄까? 그러면 너무 유치한데..


여하튼 세바스찬과 미아는 사랑에 빠진다.
난 생각한다.
'분수에 넘치는 꿈을 꾸고 있는 둘이 사랑에 빠져봐야 결과는 뻔하지..'라고...

그렇지만, 영화 속 사랑 얘기는 너무 달콤하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의 환타지 댄스 장면은 하루종일 무한반복하고 싶은 장면이다. 이 순간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 느낌만으로는 구원받는 것 같다. '역시 달콤한 사랑 얘기가 나를 구원해 줄라나?' 그러나, 구원의 임팩트가 너무 약해서 내 심장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눈과 귀는 구원의 소리에 매혹되었지만, 심장과 뇌는 아직 구원의 손길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뻔하다. 그들의 사랑을 통해 그들의 꿈을 이루는 스토리가 나오겠지... 로맨스 영화의 정석 아니겠는가?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다음과 같이 줄거리가 이어진다..


세바스찬은 싫어하던 친구 키이스의 밴드에 들어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오로지 미아 때문이다. 미아와 미아 부모님에게 번듯한 남친으로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키이스의 대중적인 음악이 싫었지만, 미아와의 사랑을 위해 그는 자기를 희생한 셈이다.


미아는 어떤가? 오디션 실패로 좌절에 빠진 그녀에게 세바스찬은 미아 자신의 얘기를 써서 연극을 해보라고 권한다. 미아는 그 권유에 흥분해서 열심히 준비해서 1인극을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큰 절망에 빠진 그녀는 고향 부모님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이제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어~~~ 스토리 진행이 이상하다.

'이 영화는 사랑 영화니까 당연히 사랑의 힘으로 꿈으로 가는 장애물을
뚫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세바스찬은 사랑을 위해 자기 꿈과 현실을 타협하고, 미아는 더 큰 절망에 빠지다니.. 감독은 뭐 어떻게 스토리를 전개하겠다는거야? 이렇게 갈등 조장하고 어설프게 해피엔딩으로 끝내려는 거 아니야? 쓰바.. 영화평 졸라 좋더니만 이거 뭐야..


 '쓰바.. 역시 사랑 영화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찰라...



4. 세번째, 네번째 계절 :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다!


주인공 둘 다 좌절에 빠진 순간,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원래 영화가 이런 거지..
괜히 절망스런 분위기 만들었다가 성공 스토리로 급전환하는 거..
이렇게 뻔한 스토리로 진행되어서는 나를 구원할 수 없는데, 생각보다 영화가 유치해지는데...


여하튼 영화에서 미아는 갑자기 유명 배우가 되고, 세바스찬은 키이스 밴드로 성공한 것처럼 그려진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제 영화에서 무슨 얘기를 할 게 남아 있나?'였다.


생각해 보시라. 사랑하는 두 사람은 꿈이 있었는데, 둘 다 꿈을 이뤘어. 그러면 그 다음은 뭐야? 둘이 손 잡고 랄라랄라 해피엔딩하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영화는 다섯번재 계절로 넘어갔다.



5. 다섯번째 계절 : 예상외의 뒤집기 한판!!


다섯번째 계절로 넘어간다는 자막이 나오자 "이제 해피엔딩으로 급 마무리하나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막으로 '5년후'라고 나온다.

아.. 이거 웬 뻉끼지?
5년후 그들이 행복했어요 라고 보여주려는 건가?


이미 난 이 영화에서 구원을 받기를 포기한 상태다. 뮤지컬 영화라는 것 빼고는 그냥 흔하디 흔한 사랑 영화인데, 왜 평론가들은 엄청난 영화라고 극찬을 한걸까.. 역시 그들을 믿으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 이상하다. 5년후 미아의 남편은 세바스찬이 아니다.

뭐야 이거? 영화 스토리가 왜 이상해지는거야..
세바스찬 자리에 다른 남자라니.. 허걱!

거기다 우연히 미아 부부는 세바스찬이 운영하는 재즈바에 들어간다. 그리고 세바스찬은 미아를 알아보지만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여 피아노를 치러 간다.

뭐야! 정말 이상한 마무리인데..
흥겨운 뮤지컬 로맨스 영화가 이렇게 언해피하게 끝나면 되나..
도대체 뭐야, 쓰바! 구원은 커녕 씁쓸함만 안고 집에 돌아가란 말이냐..


앗...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영화는 다시 판타지 세계로 돌아간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만났던 레스토랑 그 장면으로.. 그리고, 그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갔던 현실과 달리, 그들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쭈욱 이어진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서로 일에 성공한 이야기.. 동화에서 나오는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와 같은 스토리로..


그러나,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가 끊나자 그 판타지마저 멈춘다.

난 기원한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행복한 사랑을 하는 이 판타지가 현실이고, 현실이 거짓이라고 말이다.
이런 어줍잖은 판타지 엔딩으로 고객들을 놀리려고 하는 건가? 쓰바..
감독님, 이건 아니잖아. 나를 구원해 달라니까 더 좌절하게 만드네..


그렇게 욕이 입술까지 나온 순간, 스크린에는 세바스찬의 미소가 퍼진다.

앗.. 저건 뭐야? 반칙이다.
여기서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미소를 짓는다는게 말이 되냐?
현실적인 스토리라면 세바스찬이 미아 욕을 한 보따리 내놔야지.. 쓰바..
어쭈.. 이제는 미아까지 미소를 짓네.. 이게  뭐야.. 뭐 이런 억지 해피엔딩이 다 있어..



6. 에필로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나는 멍한 상태로 스크린을 바라본다. 음.. 이 느낌은 뭐지..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야? 새드엔딩이야?


인터넷을 보니 사람들은 마지막 그 판타지 장면이 압권이라고 극찬을 한다. 그러나, 난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그런 식의 판타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런 판타지가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냐고? 쓰바..
감독이 영화를 아주 이상하게 끝내버렸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사랑이 철철 넘치는 전반부 판타지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도 아니고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는다. 쓰바.. 속았다.


그런데, 이틀 후 영화 <라라랜드>는 나를 구원해 준다. 어떻게? 워낙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지라 영화 리뷰를 그냥 적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마지막 판타지 장면에 대해서 쓰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그리고 눈시울이 그렁그렁해진다.


이제서야 느낀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마지막 미소의 의미를..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의 응원으로 나는 내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
그 때 그 말을 못했지만 사랑해요. 고마워요.  


사랑이란 것이 꼭 이루어져야 사랑은 아니잖은가..

사랑하는 그 순간 서로에게 행복했고 응원해줬다면 그것으로 된 거 아닌가..

물론 이별 과정에서 서로 많이 아프고 슬펐겠지..

그렇지만, 그 사랑 때문에 내 꿈을 이룰 수 있었어.. 고맙고 사랑해!


나, 구원 받았다. 이렇게..

구원을 포기하고 있을 때 구원의 천사가 나를 찾아왔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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