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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Aug 15. 2022

나의 해방일지 :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방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



<나의 해방일지 소개_공식 홈페이지>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도,

몸은 움직여주지 않고,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지리한 나날들의 반복.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말도 못 한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해방. 해갈. 희열.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있던가?

‘아, 좋다. 이게 인생이지.’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적이 있던가?

긴 인생을 살면서 그런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살다가는 게 인생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혹시 아무것도 계획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 보면 어떨까?

혹시 아무나 사랑해보면 어떨까?

관계에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기에 이렇게 무기력한 것 아닐까?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의 끝,

한 구석에 살고 있는, 평범에서도 조금 뒤처져 있는

삼남매는 어느 날 답답함의 한계에 다다라 길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각자의 삶에서 해방하기로!






첫 화부터 공감 가득했던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이 글을 읽으며 구구절절 고개를 끄더였고 관계에서 한번도 채워진 적 없다는 말이 특히 가슴에 와닿았다.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지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너무도 잘 담아낸 드라마.


일상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모습을 잔잔히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낯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는 갈등이 넘쳐야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있고 긴장감이나 박진감이 넘치게 전개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해방일지는? 아니었다. 


때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느끼게 하고 보고싶지 않은 장면까지 보게했다. 리뷰를 보면 지루하다고 작성한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에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스스로 회피해온 감정과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 불편하면서도 고마웠다. 염미정이 아무나 사랑하겠다고 한 말이 이해가 가서 다짜고짜 '추앙하라'고 구씨에게 찾아갔을 때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더이상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겨울을 보내고 싶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뭐라고 해보자 싶은 자포자기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상이 너무 지겨워서, 사람이 너무 지겨워서, 다 놓고 싶은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가슴속 아주 작아진 사랑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


염미정은 구씨를 추앙하기로 했다. 사랑이 아니라 추앙. 



염미정은 구씨를 추앙하기로 했다. 사랑이 아니라 추앙.



 추앙 :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



상대를 존경한다는 뜻이다. 사람대 사람으로 존중하고 인정해준다는 의미.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할 수가 없었던. 줄 사랑이 없어 집착하고 한없이 작아만지던 나를 떠올리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끝까지 잘 보았다. 특히나 마지막 결말이 이렇게 좋은 드라마는 또 없었다. 그저 마지막 장면만 보아도 작가가 담고싶고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모두 담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화는 가끔씩 다시 보고 또 보고 할 것 같다.



누군가를 추앙하기로 결심하다

염미정은 염세를 느끼는 인간들과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없는 사랑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사람이 얼마나 바닥이든 알코올 중독자이든 그냥 추앙하기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아끼고 존중하는 것. 사람대 사람으로. 들개처럼 불안하고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거리를 쏘다니는 구씨. 자신을 옭아매려 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주면서도 언제나 따듯한 미소로 환대하는 염미정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며 스스로 염미정을 찾아가고 그녀가 오길 기다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있는 느낌을 느끼며. 



그들은 서로를 환대한다.

그들은 만나면 그냥 웃는다. 웃음이 나오니까.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좋으니까. 염미정은 구씨에게 필터를 거치지 않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깊은 내면의 이야기까지. 구씨는 그런 염미정이 두려우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들은 서로 존경하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염미정은 나무같았다. 구씨는 그 곁에 앉아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새. 염미정의 마음은 나무같다. 날아온 새가 다시 떠나도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준비가 되어있고 다시 찾아와도 웃으며 맞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나무. 



마지막 화가 인상깊다. 제자리를 조금씩 찾아가는 사람들과 작은 일상에서 느끼는 슬픔, 즐거움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미쳤나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나무를 닮은 사랑


염미정의 나무를 닮은 사랑

염미정이 그토록 찾아헤매었던 건 자신안의 사랑이었다. 더이상 그에게서 사랑받을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서로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했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사랑할 수 있게 도왔다. 


결핍으로 가득차 누구라도 나를 사랑해주길 목을 매듯 바란 적이 있었다. 그럴 때 찾아온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똑 같은 결핍 덩어리인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없는 사랑을 갈구하며 상처를 주고 받기에 급급했다. 받기만을 바라는 허기진 사랑. 공허한 만남. 이제는 그런 사랑이 아닌 나무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서 나도 노력중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게 자유롭게 놓아주고 있는 그대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대하는 관계. 그래서 그사람을 미워할 수 없게. 밉다가도 피식 웃으며 그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시기

나는 아직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덜 되어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기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곤 했다. 염미정은, 구씨는 누굴 만날 준비가 돼서 만났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어떤 걸까. 드라마를 보고나서 내가 배운 것은 외적인 것이 채워질 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을 때, 그러기로 결심할 수 있을 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원하는지 알아가는 것,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를 웃게하는 것,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것. 그거면 됐는데. 해방클럽을 통해 염미정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갔던 것 같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원하는지,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구씨에게 이야기하며 그런 자신을 사랑스러워하는 구씨를 만나 자신을 사랑스럽게 느끼게 되기까지 너무도 많은 사건과 만남이 마음을 짓밟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슬프게도, 두렵게도 했지만 그 모든 터널을 지나 마침내,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해방할 수 있기를!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러니 뛰어들기 두려운 경험일지라도 해보자. 부딪쳐보자. 바닷속을 항해하는 배. 늘 잔잔하지만은 않을 거다. 때때로 폭풍우를 뚫고 지나가야 할 때도 있을 거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답답한 항해를 해야할 수도 있다. 해보지 전까지 모르는 거다. 


염미정, 구씨뿐만아니라 가족이야기, 다른 연인 이야기, 직장생활 이야기 등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았던 드라마였다.


우리가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각자 자신에게 꼭 맞는 방법이.

해방에는 뒤쳐짐도 없고 앞서가는 것도 없다. 그러나 해방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열망이 필요하다.


그 간절함에서부터 나의 해방일지의 첫 페이지가 시작된다.

올해는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해방할 수 있기를.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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