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랑 Oct 10. 2022

편안함에 이르렀나

마음 먹으면 누구나 지구 반대편에 갈 수 있다

모모별, 편안함에 이르렀나?           



                                                                                                              모모별      


    

 퇴사 후 제주로 떠났다. 지금은 제주 애월 숙소에 와있다. 고등학생 수학여행 때 와본 제주도를 10년이 지나 다시 만났다. 제주에서 한 달간 지내보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결심이 섰을 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고 바로 숙소 예약을 했다. 사실 급하게 숙소를 예약하느라 어느 지역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다. 출발 며칠 전에야 내가 가는 곳이 제주 애월이라는 걸 알았다. 애월은 제주도 서쪽에 있다. 바다로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일기 쓰기를 즐겼고 메모를 틈틈이 했는데 제주에 와서 옛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버킷리스트에 “제주 한 달 살기”라고 쓰인 메모를 발견했다.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적어놓고 꿈꾸고 있으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 그리워하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헤어진 연인은 다시 만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돌고 돌아 타이밍이 맞으면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재회하기도 한다.      


 꿈꾸는 것을 현실로 이루어 내려면 간절한 마음을 놓아버려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간절하게 바랄 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때 비로소 다가온다. 쫓기듯 조바심을 내며 불안감에 휩싸여 바라는 것은 집착의 마음이기에 오히려 바라는 것과 멀어지게 된다.      


 제주 한 달 살기를 한다고 친구나 동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부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말 너무 가고 싶다. 너무 부럽다. 일주일, 아니 며칠만이라도 가서 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작 나는 꼭 가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든 상태였다. 제주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들뜨지도 않았다. 그냥 때가 돼서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조바심이 나거나 조급한 마음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과 설렘의 마음을 안고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약간의 허무함 마저 느껴졌다. ‘이렇게 쉬운 거였어?’ 속으로 생각했다. 티켓을 예약하고 숙소를 정하고 짐을 싸고 날짜가 되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면 제주에 도착하는 거구나.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버스 타고 서울 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왜 그리 제주를 어렵게, 멀게만 느꼈던 걸까. 아직 해외를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는데 아마도 해외를 가는 것도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지구 반대편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한다면 오늘 당장이라도.     


 그런 상상을 한다. 간단히 짐을 꾸리고 테켓을 끊고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뭐해? 나 지금 지구 반대편에 와있어.” 친구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웃을지도 모른다.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꿈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뒤처지고 버려질 거라는 생각에 맘 편히 쉰 적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마음은 늘 나의 내면이 아닌 외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편안함이라는 걸 느껴본 적 없었던 하루하루였다. 조금씩 남들에게 보이는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나아가는 여정에서 한결 편안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된 과정을 풀어가려 한다. 나의 소소한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용기를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 꺼낼 수 있다. 당신의 하나뿐인 소중한 여정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해방일지 :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방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