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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Jan 05. 2023

기분이 그저 그런 날에도 소소한 기쁨은 있다

살다보면 웃는 날도 오겠지

기분이 그저 그런 날에도 소소한 기쁨은 있다     


오늘은 하기로 한 일, 일명 미션이 두 개가 있었다. 일을 쉬고 있는 나는 요즘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가끔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만난다. 보통 기상 후 아침 루틴, 방 청소, 요리, 운동, 독서, 글쓰기, 산책, 공부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아침 루틴은 몇 가지가 있다.     


아침 루틴     

- 양치 후 세수하고 냉온물 마시기

- 명상하기

- 요가하기

- 감사글 적기

- 목표10번적기          


등이 있다. 명상과 요가는 보통 10~15분 정도를 하고 어떤 날엔 명상을 30분, 요가도 더 긴 시간 하기도 한다. 평균 7~8시간을 자고 있다. 아침을 여유롭게 보내는 이유는 아무래도 쉬고 있기 때문인데 20대에는 쉴 때도 이런 아침 루틴을 보내지 못했다. 대부분이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서서히 작심삼일을 반복하고 습관으로 자리 잡은 끝에 이런 습관이 생겼다. 아침 루틴에 추가하고 싶은 건 영어 문장 말하기와 독서다. 앞으로 천천히 만들어가야겠다.     


 얼마 전까지 40일 동안 108배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요가를 대신하고 있다. 108배는 심적으로 힘들거나 생각 정리를 할 것이 있을 때 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요가와 명상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서 쉬고 있다. 이렇게 보내면 1시간이 훌쩍 간다.     


 아침 루틴을 하기 전 방 환기를 시키고 밥솥에 밥을 안치고 방을 한번 민다. 매일 밀어도 매일 먼지가 나온다. 엄마는 방을 매일매일 닦으라고 하셨다.     


"하루만 안 닦아도 먼지가 엄청 쌓인다고. 그게 다 폐로 들어가는 거야. 매일 닦아야 돼."     

엄마는 틀린 말을 잘 하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날은 마냥 쉬고 싶은 날도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비타민, 유산균 등을 챙겨 먹는다. 소화가 된 후에 토마토나 사과를 깎아 먹는다.


혼자서 지내고 있지만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아침은 간단히 샌드위치, 씨리얼이나 빵과 스프로 때울 때고 있지만 요즘은 밥을 해먹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귀여운 미니 밥솥에 1인분 밥을 하면 20분이면 완성이다.     


 청소며 요리며 자취를 하다 보면 조금씩 늘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아침 거르기도 쉽고 대부분 바깥 생활을 하다 보니 식사도 직장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회식이나 또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청소할 새 없이 씻고 곯아떨어지고..


나도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방도 엉망이고 주말에 몰아서 청소를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지내는 공간이 편안하려면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고 또 항상 밥을 사 먹을 수도 없으니까 또 배달을 자주 시키면 쓰레기도 많이 배출되고. 직접 요리하면 뭔가 완성되었을 때 뿌듯함도 있다.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더 건강하게 먹는 것 같기도 하고.     


한때 7식구를 책임지며 살림을 도맡아 했던 엄마가 떠오른다. 맞벌이를 하면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부모님을 생각하면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돈을 벌 때는 용돈도 보내드리고 필요한 것도 사드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엄마는 오히려 배우고 싶은 게 있거나 대학원에 다니고 싶으면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하시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다.     


 20대에 연극을 하면서도 한 번도 손 벌린 적이 없었다. 지원사업, 연극강사, 청년모임활동, 음식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생계는 스스로 책임졌다. 그걸 아는 가족들이기에 막내는 가만히 놔두면 어떻게든 자기 밥벌이하고 살 거라고 믿어주기도 하시지만 요즘 걱정을 더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올해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다.          


오늘의 미션 두 가지     


1. 아름다운 가게에 옷 기부하기

2. 공부 자료 인쇄하기     


 장 보러 가는 김에 큰 박스 하나를 가지고 와서 얼마 전 옷 정리를 하고 아직 입기에 괜찮은 옷을 상자에 담았다. 세탁하고, 머리카락이 붙었는지 잘 확인했다. 택배를 부치려 했는데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였다. 세 박스 이상 되지 않는 이상 가까운 매장에 직접 전달하라는 안내문을 읽고 박스를 번쩍 들고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도 온몸에 열이 올랐다. 버스 안에 계시는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시려고 일어나셨다. 나는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아름다운 가게에 옷을 무사히 기부했다.     


공부 자료 인쇄하러 대학가 근처로 이동해야 했다. 집 주변은 흑백 인쇄가 1장당 100원이었다. 대학가 근처는 50원! 두 배가 차이가 났다. 거의 200장 가까이 뽑아야 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차가 있었다면 훨씬 편하게 이동했을 텐데 싶었다. 아름다운 가게에 옷 기부를 하러 가는 것도 인쇄하러 가는 것도 차가 있으면 버스 기다릴 필요도 없고 물건도 편하게 옮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직 차를 그렇게 자주 이용할 것 같지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 차량 유지비도 매달 나갈 거고 취업이 되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          


 얼마 전 독서모임을 할 때는 같은 쪽으로 가는 분이 날씨가 너무 춥다며 태워다 주셨는데 떠올려보니 뚜벅이인 나는 차가 있는 분들의 덕을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새삼 뚜벅이에게 아량을 베풀어주신 차 소유자분들께 감사드린다. 20대에 연극을 한다고 맛있는 밥을 사주시던 분들도 떠오른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몸도 마음도 따듯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기분이 그저 그런 날이었는데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연극과 배우에 대한 글도 써볼 생각이다. 글쓰기로 전향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온 시기가 있었다. 이제야 하나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이 오랜 기간 해오던 일을 내려놓고 다른 일로 전향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내린 결정과 선택, 계기를 담은 이야기가 작게나마 자기만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별에 대한 글도 그런 마음으로 작성했다.     

독서모임을 하며 읽고 있는 책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에 대한 후기는 다음 주 모임 이후에 정리하여 올리려 한다. 새로운 가족관계를 보여주는 책의 내용은 유쾌하면서도 따듯함이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을 많이 가진 자가 권력을 쥐는 모습, 가녀장인 슬아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담겨있다. 애정과 존중, 만족의 미덕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 중 많은 부분이 책 속에 담겨있다. 이 책의 존재에 감사하다.     


 하나뿐인 오늘이 막을 내리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똑같은 날은 하나도 없다. 어떤 여자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여 생각했다. 또박또박 한 대사 한 대사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 호흡이 느껴졌다. 분명하고 명확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말을 어떤 톤으로 어떤 표정으로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삶을 저렇게 살아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한 장면 한 장면, 내가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또렷하게 인지하고 분명하게 행동해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몰입이 필요하다. 삶 속에 내가 있는 지금에 말이다. 걱정과 불안으로 날려버린 지금이 얼마나 많았던지..      


오늘의 뜻밖에 기분 좋은 일!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미니 전자레인지를 선물해 주었다.     

"원하는 거 하나 보내 봐 행님이 하나 쏴드리지.“     


라는 말에 냉큼 요즘 필요했던 미니 전자레인지 링크를 보냈다.

크림색에 레트로한 디자인이 너무 예쁜 전자레인지였다.     


"가격이 좀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라는 말에 쿨하게 빛의 속도로 처리해 주었다. 전자레인지 없이 그때그때 요리해 먹으려 했는데 남은 음식을 매번 프라이팬에 해 먹으려니 번거롭던 차였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행님!!"          

마음이 가라앉은 날에도 웃는 일 하나는 있게 마련이다. 힘든 날엔 그런 날을 믿고 살아가 보자. 살다 보면 다시 웃을 날도 있겠지.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     


 언젠가 떠올렸다. 100일을 그저 그렇게 지내도 그중 단 하루 아름다운 사건이 삶 속에 꽃피운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의 아저씨> 드라마에서 열심히 차곡차곡 돈을 모아둔 큰 형이 지안의 할머니 장례비에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썼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은 본인은 잘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하루하루 소중한 마음, 사람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며 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저 그런 날일지라도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누군가를 애정하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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