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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Jan 07. 2023

밝은 마음, 어두운 마음

어린 시절 나의 별명은 만주벌판 오지랖, 어긍정 등이었다. 

20대 초반에도 비슷했다. 어린 시절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했고 SNS를 시작하면서도 

감성적인 글을 올렸다. 친구들은 오글거린다면서 놀리기도 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며 공감하며 읽었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오는 친구도 있었다.

가끔은 위로받았다며 고맙다는 말에 뭉클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주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에 외롭고 힘들수록 그렇게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글을 쓰면서 이겨내는 시기였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지내는 환경도 열악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나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냈다. 의도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아픈 마음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함께 활동하던 친구가 말했다.


 "세상엔 밝음만 있는 건 아니야. 어둠도 중요해. 어둠이 있기에 밝음이 있는 거니까."


밤이 있으면 낮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세상은 이원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것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외면하고 있었다. 

아픈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친구의 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픈 마음 곁에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어찌나 힘들게 느껴지던지. 

바깥으로 바삐 움직이고 활동하며 방치하는 줄도 모르고 방치하고 있었다.  

기쁘고 밝은 마음, 고마움을 잔뜩 느꼈던 나는 슬프고 어두운 마음, 배신감 등의 감정도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다.


슬픈 마음, 어두운 마음, 아픈 마음은 나쁘다고 인정하지 않고 버리려고만 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그러면서 시도때도 없이 두근거리며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어떤 마음이든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주는 성숙한 나이고 싶은데 

어린아이같이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도 불쑥 불쑥 올라온다.

그런 미성숙하고 투정 부리고 속상한 나도 인정해 주어야겠다.


 오늘은 방 청소와 화장실 청소를 했다. 마음이 가라앉는 날엔 청소를 한다. 

점점 깨끗하게 정리되고 있는 공간을 보니 복잡했던 생각들도 정리되는 것 같다.

20대에는 이보다 더 작은 방도 제대로 정리를 못했다.

습관이 만들어지고 역시 마음을 돌보다보니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고 서툴기도 한 부분도 있지만 조금씩 정리정돈이 잘 되어간다.

아점으로 브런치를 먹고 간식으로 사과를 먹고 저녁엔 김치찌개와 유부초밥을 해먹었다.


오늘따라 기분이 가라앉고 과거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특히 이렇게 깊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잘 쉬어주어야 한다.

언니도 오늘따라 무기력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쌍둥이라 떨어져 있어도 감정이 통하는 걸까. 

언니의 마음이 평안하길..

자기 전에 명상을 하면서 나와 가족들의 마음과 건강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오늘 계획했던 분량의 공부를 하지 못해서 아쉽고 자책감도 느껴진다.

오늘은 이미 지나갔으니 내일 오늘 못한 분량의 공부까지 열공하기로 다짐한다.

그래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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