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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Feb 23. 2023

05. 당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나요?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게 하는 가치관을 갖게 한 작품들.


이번 독서모임 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에 내가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지하철에서 다투던 아저씨 두 분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을 말리던 순간,

여성에게 주먹과 발길질 하려하는 남자를 신고하고 막았던 순간,

차도 위에 술에 잔뜩 취한 아저씨가 대자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차도에 뛰어들어 달려오는 차를 세우고 다른 시민들과 인도로 옮겼던 순간,

직장에서 잘렸다며 울면서 소리치는 아저씨에게 집에 잘 들어가시라는 말밖에 못하고 돌아선 순간,

남편이 바람 핀 장면을 목격하고 술을 마시고 깊은 바다로 멀어져 가던 아주머니, 

그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아 밤 수영을 하는 거라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펴보다가 나오시라고 외치던,

경찰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물에 들어가 마침내 아주머니 손을 잡고 우는 아주머니를 안아드리던 순간..

왜 그랬냐고 어떤 마음이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

위험한 순간이라기보다 내 눈에 그런 일이 일어났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행동이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인 걸 알면서도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세상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상황을 겪는 것이 삶이라 생각했다.

끊임없이 닥쳐오는 어렵고 위험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홈즈,

볼드모트와 맞서며 죽을 고비를 넘기는 해리포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온갖 고난의 길을 떠난 프로도 반지원정대, 


이런 작품들이 마음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삶은 위기의 순간에 두렵지만 맞서는 것이라 여겼다.

그 속에서 우정, 사랑, 사람을 존중하는 법, 열정, 용기, 모험심, 책임감을 배웠다. 

나 자신도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싹트면서 이전처럼 행동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얼마 전에도 근처에 여자가 살려주세요! 

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찾아가서 당장 문을 두드리고 싶었지만 순간 너무 무서웠다.

경찰이 왔고 여자는 다행히 무사했다.

남자친구와 다투다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여자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다.

지금은 나를 지키며 여력이 된다면 힘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한다.

어린 시절 자주 반복했던 경험과 그로 인한 느낌은 강렬하게 무의식에 새겨진다.

자신도 모르게 비슷하고 익숙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 상황을 일부러 찾아가게 되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선택할 수 있다.

익숙한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가볼 것인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수하고 부딪쳐가며 지금도 찾아가는 중이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다 가든 각자의 선택이다.

더 나은 삶, 못한 삶은 없다.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하루하루가 있을 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렵고 불안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어떤 시기에는 마음을 닫고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은 채 외롭게 지내던 때도 있었다.

그 외로움은 아직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깨끗하게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아있다.

그런데 그 얼룩이, 나에게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멀리서 보면 그렇게 표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나보인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볼 만큼 여유가 있지 않고 

각자 자기 삶을 살아가기에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얼룩을 지우기 위해 표백제를 써가며 박박 문질러 생긴 그 자국이 더 눈에 띄게 다가올 수 있다.

그 얼룩을 받아들일지 외면하고 버릴지는 내 선택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눈에 유독 짙게 보이는 자기만의 얼룩이 있을지 모른다.


상처가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는 내게 꼭 필요한 감정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다른 모습이 되고자 애쓰며 스스로를 외롭게 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고 이런 식으로 살고 있다.

불안정하고 외로운 나는 버림받을 거라 여겼고 버림받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과거의 나를 지워버리고 싶기도 했다. 

감추고 지우고 싶은 내면아이를 나만큼은 받아들이고 안아줄 때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계속 용기 내 살아가는 연습을 해본다.

오늘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 나를 만났다.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소중한 시간 선물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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