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그리고 어울려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과 생각들, 그리고 개념과 가치관들이 뒤엉켜 있다.
크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어울려 살아가면서 서로의 가면만을 훑게 되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이지만 민낯을 발견하는 극적인 순간들과 만나게 된다.
특히 시위,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거나 과거의 역병, 최근의 코로나19처럼 감염병이 유행하는 경우에 사람들의 민낯은 더 두드러진다. 이 민낯은 특수상황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신념이 투영된 것이리라.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신념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하는데는 두 가지 사건의 후일 기사를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세월호와 5.18민주화운동.
특별한 인연이라 할 건 없지만 나는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3일 뒤에 결혼식을 올렸다.
미리 예정되어 있는 일정이었는데다가 당시로서는 마치 생존자들이 구조가 되고 있는, 그리고 구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정부도, 언론도 이야기했다. 심지어 신혼여행을 간 곳에서 만난 교민 가이드와 함께 구조를 기도하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구조가 되느니 마느니, 에어포켓이 존재하느니 마느니 말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단 한 명도 더 구조되지 못한 채, 일년 뒤에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며 세월호 1주기를 맞았다. 엄마가 된 후여서 그랬을까, 이제 희망이 없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려서 그랬을까. 1년 전 결혼식을 앞둔 신부로서 바라본 사건과는 사뭇 다르게 유족의 아픔이 다가왔다.
고향이 전주인 나는 대학 시절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자라고 살던 곳 지척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 부모님과 지역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광주 인근 지역 출신으로 나와 같은 대학교를 다니던 동기가 기억하는 일이었다.
거창하게 교과서에서 배우거나 역사책에서 본 이야기가 아니다. 살면서 직접 겪었거나 겪은 사람들이 실존해 있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다.
특히 숱한 생명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 간 일, 또는 배를 타는 단순한 일의 끝에 죽어간 아이들의 일을 두고 쏟아내는 우악스럽고 상스러운 말과 생각들을 접하게 된다.
'저들이 진심으로 저런 생각과 신념을 가져서가 아니라 돈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음모론이고 뭐고 다 좋으니 작은 공감과 배려조차 없이 내뱉는 저런 말들이 제발 돈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돈'의 힘 앞에 굴복했다면 차라리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였거나 돈 욕심 때문이었다고 이해라도 해 보려고 했으리라. 백번 양보해서 말이다.
그런데, 왜곡된 생각이 가진 힘도 보통의 생각이 가진 힘과 동일하다. 참으로 무서운 지점이지만 왜곡된 생각이 신념이 되는 순간, 이제 더 이상의 소통과 변화는 없어진다. 공동체와 유리된 생각일수록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공고한 방어막들은 잘못된 신념의 철벽이 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철벽은 더욱 단단히 만들어가는 듯하다.
비단, 대단한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저 사람은 어쩜 저렇게 생각하지?'하고 부딪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게 꼭 역사를 바꿀만한 사건이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소소하고 별 것 아닌 일일 경우도 많다.
옳고 그름은 정해져 있고, 그른 것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더라고 꼭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다는 명제부터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그것은 누가 정한단 말인가.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려는 이유는 결국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던다.
누구에게나 생각의 자유가 있고,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인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방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어쩜 저렇지'의 방향이 있다.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의 생각은 자유고, 그것이 법과 질서를 저해하지 않는다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그리고 어울려 살아가는 오늘날,
이것에 대해 고민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더 많이 고민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를 통합하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좋은 생각이 발전해 신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소리에 힘과 파급력을 가진 이들이 더 좋은 생각과 올바른 신념을 가지길 희망해 본다.